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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자동차 디자인의 세계 ②

상상력 자극하는 車디자인…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듯 
 
▶ 화가 잔뜩난 악동같은 `아우디 A1`
▶ 귀여운 애완동물같은 `세아트 IBIZA` 
 
◆자동차 디자인의 세계 ② ◆

구상 교수
한밭대 산업디자인학부 
 
모든 자동차는 `히트 상품`이 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된다. 어떤 자동차메이커도 차를 개발하면서 2위나 3위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이러한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시장에 나오지만, 주문이 밀려서 차를 인도받으려면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는 차가 있는가 하면, 어떤 차들은 파격적으로 할인해줘도 팔리지 않는다.

이 차이는 단지 차량 성능 때문에 생긴다고 할 수 없다. 이제는 실용적인 차원에서 차 성능은 메이커별로 거의 동등한 수준이 돼 기술적인 평준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들 마음을 움직이는 자동차 특징은 무엇일까?

디자인 분야 최근 흐름은 감성을 중시한다. 감성 중시 경향은 기술적 비중이 높은 제품인 자동차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기술적 비중이 높거나 기술이 발전할수록, 즉 하드웨어가 발전하면 할수록 소프트웨어적 요소로 감성 비중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현재 우리는 자동차가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자동차를 폭넓게 사용하고 있다. 자동차 대중화는 대량 생산 방식에 힘입었다. 대량 생산 이전에는 자동차가 고가 공예품이었으며, 귀족들의 사치품과 같은 것이었다. 대량 생산 방식을 통해 만들어지게 되면서 자동차는 대중적인 가격과 성능을 가지게 된 것이다. 오늘날 우리들은 대량 생산된 자동차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그런 자동차 모습에 익숙해져 있다.    
 

아우디 A1 (왼쪽) 세아트 IBIZA  
  
대량 생산 방식은 그 차에 맞게 미리 제조된 전용부품들을 각 생산 공정에서 대략 1분40초 이내에 조립이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고 만들어진다. 이처럼 만들어진 자동차들은 그것이 지향하는 소비자 대중에게 보편적으로 선택되기 위해서 합리적 기능과 성능으로 구성돼야 한다. 그런데 자동차를 대할 때 우리도 모르게 이중적인 기준을 가지게 된다. `이성적 기준`과 `감성적 기준`을 동시에 꺼내드는 것이다. 이성적 기준에서 우리는 연비를 따지고 출력과 소음, 그리고 사용된 재료의 품질 수준을 따진다. 그렇지만 그 다음에 그 차량 디자인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느낌을 살피게 된다. 여기에서 말하는 이미지와 느낌이 바로 소프트웨어적인 요소다.

영화를 볼 때 현란한 특수효과와 컴퓨터그래픽으로 눈이 즐겁다면, 영화의 물리적인 품질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 감동적인 스토리와 그에 동반되는 상상의 세계가 없다면 감동받지 못한다.

자동차 역시 비슷하게 설명할 수 있다. 최근 자동차 성능이나 품질은 고급 승용차와 대중적 승용차를 막론하고 우리 보편적 기준에 미달되는 수준을 가진 차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사람들은 자동차를 편리한 이동수단이면서도 거금을 주고도 기꺼이 사고 싶어 하는 `이야기`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디자인을 찾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차는 사람들에게 호응을 받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기에서 필요한 요소들이 바로 상상력과 꿈의 디자인이다. 예쁘장한 디자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그 차 디자인 속에 들어 있는 상상력과 꿈을 공감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가 필요하다. 단지 깔끔하고 번듯한 디자인이 아니라, 표정이 있고 에너지가 들어있는 형태를 통해 사람들에게 말을 걸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그 자동차나 브랜드만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 이야기는 말이 아니라 형태라는 매개체로 이뤄진다. 자동차에 상상력이나 꿈의 요소가 없다면 그 자동차는 단지 배기가스를 뿜으며 돌아가는 톱니바퀴 덩어리에 불과하고 이러한 차를 가지고 싶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부산모터쇼에 등장한 K5 (왼쪽) 신형 아반떼  
  
화가 잔뜩 난 악동 같은 아우디 A1 표정은 이 차가 가진 성능이나 소구하고자 하는 소비자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약간은 코믹한 듯하면서도,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표정과 눈매를 가진 헤드램프 형태를 통해, 단지 기계 덩어리가 아니라 마치 뭐라고 한마디 쏘아붙일 듯이 화가 난 것 같은 이미지를 통해, 사람들 상상력과 흥미를 자극하는 것이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양측 헤드램프, 그리고 범퍼가 어우러져 마치 눈, 코, 입처럼 보인다.

세아트 IBIZA는 귀여운 애완동물처럼 보이는 표정을 통해 자동차에서 마치 생명이 있는 것 같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가가 됐다. 그러나 국내 메이커들 중에는 아직까지 한눈에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를 가진 디자인은 없었다. 수출을 한다고 해도 차종이 다양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하는 우리나라 자동차 디자인이 지금부터라도 이러한 특징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면서도 한편으로 조금은 늦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늦은 탓을 메이커에만 돌릴 수는 없다.

오늘날 자동차 디자인은 단지 물리적인 품질만으로 완성되지는 않는다. 이제 국제시장에서 품질과 성능을 인정받으면서 점차 날개를 펼치기 시작한 우리나라 자동차들은 머지않아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 차를 사고 싶어서 잠 못 이루게 할 정도로 상상력과 이야기를 가진 디자인으로 무장하고 사람들 가슴을 설레게 하길 기대한다.

[구상 한밭대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출처 : 매일경제
http://news.mk.co.kr/outside/view.php?year=2010&no=2390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