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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영상

토종 캐릭터 홀릭…스토리에 반하다

서울캐릭터 라이선싱페어 개막 

둘리 짱구 키티 뽀로로 미키마우스. 지난 2008년 만 10~49세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1~5위에 오른 캐릭터들이다. 둘리는 한국 캐릭터, 짱구와 키티는 일본, 미키마우스는 미국에서 태어났다. 2007년에는 1위가 키티, 2위가 둘리, 3위 미키마우스, 4위가 짱구, 5위가 뽀로로였고, 2006년에는 미키마우스 키티 둘리 짱구 곰돌이푸의 순이었다. 순위는 해마다 엎치락뒤치락하지만, 5위권 안의 캐릭터 상품은 해가 흘러도 대체로 5위권을 유지했다. 역으로 말하면, 한 번 잘 만들어진 캐릭터는 세월에 구애받지 않고 효자 상품 노릇을 톡톡히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 국산 캐릭터들의 활약이 만만치 않다. 뽀로로가 연간 벌어들이는 부가가치가 5000억원 이상이다. 아이, 어른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국내외 명품 캐릭터들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그들의 탄생 스토리를 알면 캐릭터의 세계가 더욱 친근하다.

월트디즈니에 진출한 국산 캐릭터의 신화 ‘뽀로로’

만 7세인 뽀로로는 이제 국제적 스타다. 해마다 로열티로 120억원을 받으며 전 세계 100여개국에서 손짓을 하고 있다. 2003년 탄생한 국산 캐릭터 뽀로로는 이미 어느 아이돌 스타 부럽지 않다.

국산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월트디즈니와 직배계약을 하는 등 국위 선양을 톡톡히 하고 있는 효자 캐릭터이기도 하다.

‘뽀로로 아빠’ 최종일 (주)아이코닉스 대표는 오랜 진통 끝에 뽀로로를 낳았다. 무엇보다 세심한 관찰과 차별화된 전략이 주효했다. 최 대표는 회사 설립 당시 우리나라 캐릭터시장은 일본이나 미국 캐릭터가 대부분 차지하고 있고, 특히 5세 이하 아동용 애니메이션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무엇보다 아이들 눈높이,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걸 찾았다. 머리와 몸이 반반의 비율인 1.9등신인 아기 펭귄 뽀로로는 유아들과 비슷한 신체구조로 태어났다. 어떤 장면에서 유아들이 좋아하는지 관찰한 후 유아 눈높이에 맞춰 캐릭터를 섬세하게 다듬었다. 뒤뚱뒤뚱 걷는 모습도 유아들을 흉내 냈다. 뽀로로의 공군 모자와 고글은 아이들의 엉뚱한 상상력과 통한다. 어른들도 그 모습에 반했다. 여기에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색상과 모양 등 볼수록 기분이 좋아진다는 게 마니아들이 평이다. 현재 뽀로로 관련 제품만 1500여종에 이른다.

냉장고 속 신비한 마을! 올리브스튜디오 ‘코코몽’

냉장고 안에 있는 신비한 마을이 배경인 ‘코코몽’은 민병천 올리브스튜디오 대표 집 냉장고 속에 있던 아이스크림에서 태어났다. 어느 날 민 대표는 아이스크림이 없어졌다고 우는 네 살 난 딸을 달래려고 “냉장고 안에 있는 요정이 먹었나 보다”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머리가 번뜩했다.

소시지 원숭이, 계란 반쪽 토끼, 홍당무 당나귀, 새우 강아지, 무 하마, 오이 악어, 완두 돼지 등 아이들이 먹기 싫어하는 냉장고 속 채소들이 덩달아 따라나왔다. 이들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 캐릭터로 만들면 어떨까. 11명의 캐릭터가 놀고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에서 ‘감사하기’ 등 유아기에 알아야 할 것들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재미에 교육적 효과를 더했다.

실눈, 만두 머리의 귀여운 소녀! 부즈 ‘뿌까’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요소를 찾으려고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사랑이라는 모티브를 찾아냈다.”

김유경 부즈 부사장은 처음부터 뿌까는 사랑으로 잉태된 아이라고 말한다.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미키마우스나 키티처럼 동물이 아닌 사람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또 성인보다는 어린 소녀가 어울렸다. 소재를 결정한 이후에는 캐릭터의 외형과 성격을 표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기존의 수동적인 여성상을 뛰어넘는 능동적인 여성에 의견이 모였다. 오리엔탈과 무국적성도 뿌까가 헬로키티처럼 전 세계인의 사랑과 호기심을 받는 요인이다.

보면 볼수록 수상한 ‘캐니멀’

캔(can)과 애니멀(animal)의 합성어인 캐니멀은 김 대표가 사무실에서 컵라면과 참치캔으로 식사를 하다가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스타 캐릭터 뿌까의 사촌 격인 캐니멀은 강아지와 고양이처럼 사람과 친숙한 동물을 캔화시켰다는 게 새롭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캐릭터 상품화를 고려해 동일한 규격의 원통형 캔 모양으로 디자인됐다. 현재 캐니멀은 내년 봄 EBS 애니메이션 방영을 앞두고 있고, 온라인게임, 스마트폰 게임, 웹 애니메이션, 출판 등 다양한 분야를 통해 동시에 선보일 수 있도록 출시 전략을 세웠다.

일자 눈썹의 영원한 친구 ‘깜부’

깜부는 2003년 태어났다. 커다란 노란색 눈의 호기심 많은 귀여운 강아지 깜부는 어린 시절 친구끼리 새끼손가락을 걸면서 약속을 하거나 친구를 맺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사람들에게 영원한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소망에서 제작된 깜부 캐릭터는 현재 애니메이션, 출판, 모바일, 캐릭터 상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며, 또 하나의 국산 효자 캐릭터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亞 최고의 캐릭터 축제

캐니멀등 3D영상 첫선

캐릭터 상품의 인기는 어린이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미 캐릭터산업의 규모는 엄청나게 성장했다. 국내 캐릭터산업 매출액 규모는 2008년 기준 5조987억원. 캐릭터 상품 개발 및 라이선스업 매출액이 3445억원, 제작업이 2조2675억원, 도ㆍ소매업 등 유통업의 매출이 2조4867억원에 이른다. 지난 2005년 국내 캐릭터산업 매출액의 총 규모가 2조758억원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매출액이 3년 만에 배 이상 수직 상승한 셈이다.

문화와 감성, 디자인이 화두가 되는 요즘 캐릭터산업은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 유명 캐릭터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아시아 최대 캐릭터축제 ‘서울캐릭터ㆍ라이선싱페어 2010’이 21일 코엑스에서 개막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이재웅)과 코엑스(대표 홍성원)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가 후원하는 이번 행사는 캐릭터,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국내외 콘텐츠업체들이 참여하는 아시아 최대 캐릭터 라이선싱 전시회로, 190개 업체와 4000여명 이상의 국내외 바이어들이 대거 참가한다.

특히 올해는 오콘의 디보, 부즈클럽의 캐니멀, 레드로버의 볼츠앤블립 등이 3D 입체영상 애니메이션 제작을 마치고 이번 행사에서 첫선을 보인다. 또한 캐릭터를 활용한 증강현실(AR)과 모션 센서와 컨트롤 기술을 통해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조정, 관람객들과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인터렉티브 애니메이션 시스템인 VIP(Virtual Interactive Person) 기술을 선보일 업체 레이그리프가 참가해 해외 바이어와 관람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m.com
헤럴드경제 | 2010-07-21 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