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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영상

픽사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3’

내달 5일 개봉하는 픽사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3’

ㆍ사랑받지 못해 슬픈 장난감들… 관객도 눈물

기술이 사람을 울릴 수 있을까.

그때 그때 다르다. 아이폰이나 삼성 텔레비전을 보면서 우는 건 이상하다. 하지만 픽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우는 건 자연스럽다. 특히 내달 5일 개봉하는 픽사의 11번째 작품 <토이 스토리3·사진>의 종반부는 관객의 감수성을 뒤흔든다. 얼굴 3분의 1을 가려 평소엔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3D 안경이 이럴 때는 눈물을 감추는 데 도움이 된다. 디즈니의 <피노키오>, <환타지아>, <신데렐라>가 그랬듯이, <토이 스토리> 시리즈도 시대를 초월하는 고전으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카우보이 인형 우디와 우주 전사 장난감 버즈, 그리고 그의 장난감 친구들에게 위기가 닥친다. 성장한 주인 앤디는 더 이상 장난감들을 찾지 않고, 급기야 대학에 진학하기 직전이다. 버려지거나 창고에 들어가거나 앤디에게 픽업돼 대학에 따라가는 선택의 순간, 장난감들은 앤디의 집을 탈출해 헤매다가 탁아소에 도착한다. 아이들이 크면 또다른 아이들이 오는 이곳은 버려질 염려가 없는 장난감들의 천국이다. 대장인 랏소베어를 비롯한 탁아소의 터줏대감 장난감들은 우디와 버즈 일행을 반갑게 맞이한다. 그러나 이 탁아소의 장난감 세계는 보기보다 음침했다.

픽사(Pixar)는 화소를 뜻하는 ‘픽셀’(Pixel)과 예술을 뜻하는 ‘아트’(Art)를 조합한 단어다. 새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두려움이 없되, 예술의 감수성을 잊지 않은 픽사의 애니메이터들은 1995년 첫번째 작품 <토이 스토리>를 내놓았다. 이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만 제작된 첫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었다. 전 세계에서 3억6000만달러의 수익을 올린 <토이 스토리> 이후 컴퓨터 그래픽은 애니메이션의 대세가 됐다. 99년 나온 <토이 스토리2> 역시 성공을 거뒀고, 픽사는 그 사이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업> 등을 선보이며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자리잡았다. <토이 스토리> 1, 2편을 감독했고, 3편의 책임 프로듀서를 맡은 존 레세터는 “기술은 예술에 영감을 주고, 예술은 기술에 도전한다”고 말했다.

실사 영화에서 배우들은 저마다의 감정을 연기하지만, 그 감정이 관객에게 온전히 전해지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픽사는 이제 장난감같이 의인화된 무생물에 감정을 불어넣는 수준에 올라섰다. ‘애니메이션’의 어원에 ‘혼이 살아있다’는 뜻이 있음을 기억한다면, 픽사야말로 무생물에 혼을 불어넣는 현대의 마법사 집단이라 할 만하다.

사랑받는 기쁨, 헤어지는 슬픔. 지금까지의 수많은 영화, 소설이 다뤘던 주제다. 그러나 이 흔한 주제를 <토이 스토리3>처럼 절절하게 그려낸 작품도 드물었다. 장난감은 사랑받는 것이 그 목적인 존재들인데, 이제 그 존재의 근거를 잃을 상황에 놓였다. 장난감들은 주인 앤디의 사랑을 탁아소 아이들의 사랑으로 대체해 보려고도 하지만 여의치 않다. 난사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며, 사랑은 언제나 특정한 과녁을 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스를 수 없는 세월이 흐르고 인간은 나이 든다. 삶의 다음 단계로 진입해야할 때, 이전 단계의 과녁을 향했던 사랑은 어떻게 되는가. <토이 스토리3>는 어쩔 수 없는 사랑과 이별의 순간을 가슴으로 느끼고 머리로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린다. 이 영화에서는 기술과 예술의 화해, 이성과 감성의 조화가 이뤄진다.

종반부 쓰레기 소각장에서의 스펙터클은 여름 영화다운 긴박감을 선사한다. ‘멍청한 금발 미녀’로 알려진 바비 인형이 “권력은 뺏는 게 아니고 국민이 부여해 주는 거야”라고 외치는 장면에선 기존 인형, 장난감의 이미지를 패러디하려는 시도도 보인다. 3D와 2D 두 가지 방식으로 모두 상영된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입력 : 2010-07-18 17:27:08ㅣ수정 : 2010-07-18 17:2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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