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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

디자인 재능기부 '신선한 돌풍'

현대카드가 '디자인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제주올레에 설치한 간세사인의 모습. 조랑말을 형상화한 이정표로 현대카드가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직접 디자인했다. 현대카드 제공

[클린 리더스] 디자인 재능기부 '신선한 돌풍'
현대카드
제주 올레 홍보용 이정표 '간세사인' 호평 받아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도보 여행 코스인'제주올레'에 들어서면'간세사인'으로 불리는 독특한 이정표가 곳곳에 눈에 띈다. 푸른색의 조랑말 모양을 한 이 이정표는 현대카드가 직접 디자인해 사단법인인 제주올레측에 무상으로 기부해 설치한 것. 현대카드 관계자는"간세사인은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현대카드의 사회공헌활동은 그들의 톡톡 튀는 광고만큼이나 독특하다. 대규모 봉사단을 만들어 전국의 소외계층을 찾아가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많은 현금을 기부하는 것도 아닌데 사회공헌활동 분야에서 주목 받는 기업으로 꼽힌다.

이유는'재능기부'라는 독특한 사회공헌활동 방식 때문이다. 재능기부는 자신만이, 혹은 그 기업만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전문성을 발휘해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사회와 나누는 것이다.

현대카드는 사회공헌을 본격화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나눌 분야로 디자인에 주목했다. 이 분야에서만큼은 다른 어떤 기업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고, 전문화한 조직까지 갖추고 있었기 때문.

현대카드가 본격적으로 디자인 재능기부에 나선 것은 2009년 초. '뉴욕현대미술관(MoMA, Museum of Modern Art)'이 주최한'데스티네이션: 서울(Destination: Seoul)'의 실무업무를 진행하면서부터다. 국내 디자이너들의 작품 공모와 배송은 물론 뉴욕 전시 등 실무 전 부분을 현대카드가 무상으로 처리해주며 국내 디자이너들이 뉴욕에 작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동안 축적해 온 문화마케팅의 노하우와 유명 디자인 회사들과의 글로벌 파트너십이라는 현대카드의 재능을 통해 국내 신진 디자이너들의 해외 진출의 길을 터 준 것이다.

지난해 7월에는 디자인 재능기부를 공공 디자인으로 확대했다. 새롭게 문을 연 서울역 시내버스 환승센터의 디자인과 제작을 담당해 서울시에 기부한 것이다. '아트쉘터'로 불린 환승센터는 단순히 버스를 갈아타는 곳이 아닌, 공공 예술의 공간이자, 장소에 기반한 미디어(Locative Media)로서 재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최근 현대카드의 제주올레에 대한 디자인 후원을 통해 현대카드의 재능기부가 새롭게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디자인 기부를 친환경과 결합시키고, 나아가 지역 비영리단체의 자생력을 키워주는 새로운 형식의 사회공헌활동으로 주목받아 지역사회의 화제가 됐다.

먼저 현대카드는 올레에 각 코스별로 이정표인 제주의 상징인 조랑말을 형상화한'간세사인'을 직접 디자인해 설치했다. 현대카드가 직접 만든 용어인'간세사인'은 제주말로'게으름뱅이'를 뜻하는'간세다리'에서 착안해 만든 것으로 천천히 여유 있게 여행과 자연을 즐기고자 하는 뜻을 담았다.

특히 간세사인 제작에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제주의 환경보호를 위해 옥수수 전분을 이용한'바이오 플라스틱'으로 간세사인을 만든 것. 또 이정표의 설치와 고정을 위한 매립 구조물 역시 현지에 방치되어 있는 폐목재와 석재를 재활용해 환경보호에 대한 의미를 담았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디자인 재능 기부를 통해 비영리단체가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왔다. 귀여운 조랑말 모양의'간세인형'제작 사업이 대표적이다. 현대카드는 간세인형을 디자인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전체 제작과정의 운영 가이드라인을 제공했다. 그리고 인형 제작에 사용되는 원단은 의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자투리 옷감을 섬유업체에서 기부받아 사용한다. 인형 제작은 제주지역의 자원봉사자들이 담당하고, 완성된 간세인형은 제주올레 길 구석구석에 위치한 점방(구멍가게)과 안내소에서 판매된다. 간세인형 판매로 발생하는 수익은 제주올레와 지역사회에 환원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최근 사회공헌활동이 기업의 일방적인 지원보다는 기업이 가진 강점과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분야를 잘 결합시키는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제주올레의 예처럼 비영리단체나 소외계층의 자생과 발전을 위해 재능기부 활동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2010/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