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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내용도 없고 구매자도 없는 썰렁한 프레타포르테 부산

"죄송합니다. 비싸서 못 사겠습니다."

지난 27일 오후 벡스코 2층. 프레타포르테 부산 2012 F/W 컬렉션을 찾아 구매 상담을 벌인 한 대만 바이어는 옷 가격을 보고 난색을 표시했다. 주로 서울 동대문에서 옷을 사는 이들이 고가의 디자이너 고급 기성복을 구입할 여력이 없었던 것. 이메일로 추가 정보를 주기로 하는 정도의 상담만 이뤄지고, 구매는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로 12년째를 맞이한 '프레타포르테 부산 컬렉션'이 경제적 파급 효과가 미미하고. 콘텐츠도 빈약해 '행사를 위한 행사'에 그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상담·구매 바이어 극소수
선정 단계부터 준비 부족
경제적 파급 11년 간 답보
폐지론 들썩 "혁신적 변화를"

부산시가 주최하고 부산경제진흥원이 주관하는 프레타포르테 부산 2012 F/W 컬렉션이 지난 26일부터 3일 동안 국내외 12명의 국내외 디자이너가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이 기간 동안 1만여 명에 달하는 관람객 중 상당수는 대학 패션 관련 학과를 통해 '동원'한 학생들이었다. 국내외 바이어도 30명을 초청했지만, 구매 상담에 나선 이는 극소수였다. 구매 실적은 고사하고, 구매 상담도 서너 건에 불과했다. 구매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올해뿐만 아니다. 지난 11년 동안 부산 컬렉션을 통해 구매가 이뤄진 사례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구매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고가 디자이너 브랜드 시장의 한계와 함께 구매를 위한 체계적 지원 미흡 때문이다. 모 디자이너는 "바이어 선정 단계부터 구매를 위한 준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빈약한 콘텐츠도 문제다. 부산 컬렉션에 매년 참여 디자이너가 총 12명 안팎에 불과한데다, 일부 디자이너는 이미 선보였던 옷을 무대에 다시 올리고 있다. 심지어 가을·겨울 옷을 선보이는 이번 행사에 서울에서 초청된 모 디자이너는 지난해 말에 선보였던 봄·여름 의상을 들고 와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 때문에 프레타포르테 부산 컬렉션 폐지론도 불거지고 있다. 실제 부산시의회는 수년간 폐지를 주장하다 2년 전 관련 예산을 연간 6억 3천만 원에서 5억 7천만 원으로 삭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프레타포르테 부산 컬렉션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패션연구소 패션인트렌드 이유순 이사는 "예산 확충을 바탕으로 부산에 본사를 둔 대형 의류업체, 기성 디자이너, 신진 디자이너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경제진흥원 김재갑 부장은 "패션쇼가 경제적 효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하반기에는 부산국제섬유패션전시회와 프레타포르테를 결합해 전체적인 규모를 키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지연 기자 sjy@ 

| 1면 | 입력시간: 2012-04-30 [10:42:00] | 수정시간: 2012-04-30 [11: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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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흉내 내다 '부산' 잃어버려… 전문가도 관객도 외면   
 

'파리' 흉내 내다 '부산' 잃어버려… 전문가도 관객도 외면  
2012 오프닝 무대-지난 26일 오후 열린 프레타포르테 부산 2012 F/W 컬렉션의 오프닝 무대. 정종회 기자 jjh@ 

'파리' 흉내 내다 '부산' 잃어버려… 전문가도 관객도 외면 
썰렁한 비즈니스 룸-프레타포르테 부산 2012 F/W 컬렉션이 열린 벡스코 2층에 구매 상담을 위해 마련된 '비즈니스 미팅 룸'은 행사 기간 내내 썰렁한 분위기였다. 송지연 기자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열린 '프레타포르테 부산 2012년 F/W 컬렉션'은 국내 최초로 5분할 LED를 설치해 관람의 편의를 더하는 등 기술적으로 한발 앞선 무대를 선보였다. 또 하상백, 스티브J&요니P 등 인기 디자이너의 쇼는 행사장 밖까지 인파가 몰리는 등 참여 열기도 높았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 패션학과 위주의 인력 동원, 볼거리 부족과 비즈니스 부재라는 고질적인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비즈니스 장'의 기능이 없다

"쇼에 1천만 원을 투자하면 그 이상의 가치가 돌아와야 하는데, 본전은 커녕 적자를 보는 구조 입니다. 매출을 위한 내실 있는 행사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 쇼에 참가한 한 디자이너의 푸념이다. 디자이너 입장에서 패션쇼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바이어를 만나 판로를 개척하는 자리다. 하지만 프레타포르테 부산 컬렉션은 두 가지 모두 부족하다는 이야기였다. 부산 컬렉션은 국내 유명 패션 잡지에 언급조차 되지 않고, 구매 상담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 실정.

구매가 아예 이뤄질 수 없는 구조라는 지적도 있다. 상반기 컬렉션의 경우, 쇼를 앞두고 한 달 전에 대행사와 디자이너가 결정된다. 대행사 입장에서는 쇼를 준비하기도 빠듯한 일정이다. 디자이너도 40여 벌의 옷을 무대에서 선보이기 위해 그 때부터 옷 제작에 들어간다.

구매를 위해 원단, 가격 등 사전 정보를 바이어에게 제공하고, 쇼장에서 실물을 보고 계약을 하는 유명 컬렉션의 방식을 아예 따라 할 수 없는 구조다. 상반기에는 시의 예산 집행이 늦어지는 것이 큰 이유다. 하반기 일정도 참여 디자이너 선정 등이 늦어져 상반기와 별반 다를 바 없다.

디자이너 A 씨는 "패션쇼장에서 옷을 처음 보고 구매를 결정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사전작업 없이 바이어를 초청해 구매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은 안이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제구실 못하는 비즈니스 장

인지도 낮고 볼거리도 부족한데
사전 정보 제공 없이 바이어 초청
실제 구매상담 거의 이뤄지지 않아

행사를 위한 행사 전락

객석 채우기도 힘든데
관련도 없는 '파리 쇼' 따라하기
1년 2번 개최 컬렉션 형태 고집

차별화 없인 미래 없다

부산만의 개성 입히기
특화된 콘텐츠 마련 머리 맞대야

■시민 축제 역할도 한계

이번 행사를 비롯해 부산 컬렉션에는 매회 1만 명 안팎의 관람객이 모여든다. 유명 디자이너의 경우, 쇼가 시작되기 전부터 길게 줄이 늘어서는 풍경을 연출하지만, 신진 디자이너 등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이들은 객석을 채우는 것 자체가 곤혹스러운 일이다.

한 신진 디지이너는 "서울패션위크에서는 신진은 150석, 중진은 500석, 인지도 높은 기성 디자이너는 700석으로 좌석 규모가 다르다. 이번 행사에 600석 가량을 채우라고 해서 부담이 많이 됐다"고 고백했다.

여태껏 평일 낮 시간에 열리는 무대는 주로 대학 패션학과 학생들이 자리를 채웠다. 수업과 연계해 현장학습 명목으로 찾기도 한다. 패션학과 교수 B 씨는 "매년 주최측으로부터 학과 학생들을 데리고 와달라는 전화를 받는다. 올해도 읍소에 가까운 부탁을 여러 번 받았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C 씨는 "한 벌에 100만 원이 넘는 디자이너 옷을 일반인들이 보러 올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패션 전문가와 일반 관객 모두에게 외면 받은 동네잔치 같다"며 씁쓸해했다.

■'프레타포르테' 명칭 고수할 필요 있나

지난해 주최측인 부산경제진흥원은 올해부터 '부산패션위크'라는 명칭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계획과 달리 원래의 명칭인 '프레타포르테'를 사용했다.

사실 부산 컬렉션이 '행사를 위한 행사'라는 비아냥을 듣는 것도 명칭에서 비롯된 혼선이 크다는 지적이다. 파리에서 열리는 '프레타포르테'와 전혀 무관한 행사임에도, 주최측은 그동안 공공연하게 관련성을 강조했다. 지난 20일 열린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도 주관사 관계 인사는 "파리와 협약이 되어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행사를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1회 행사를 제외하고는 프랑스 쪽과 관련성이 없다."고 말했다.

관련도 없는 파리의 프레타포르테 쇼의 겉모습을 흉내 내려다보니 부산의 실정과 동떨어진 쇼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패션학과 교수 D 씨는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고, 참가 디자이너도 많지 않은데, 왜 굳이 일 년에 두 번 개최하는 컬렉션 형태를 고집하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연말 열린 프레타포르테 평가회에서 개최 횟수를 일 년에 한 번으로 줄이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모아졌지만, 시 관계자는 개정 절차의 번거로움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차별화 전략 고민할 때

그럼에도 부산이 패션쇼를 통해 '패션 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패션 업계 관계자는 "부산에 본사를 둔 종업원 10인 이상의 의류업체 수는 총 250여 개로,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 규모다. 부산의 대학 패션 관련 학과가 총 10개로 잠재 인력도 풍부하다. 재료가 충분한데도, 패션쇼를 통해 조직화 못하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패션 산업을 등한시하는 부산시의 태도를 문제로 꼽았다.

실제 부산시는 패션섬유 산업을 '10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패션 산업에 대한 부산시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표적인 패션 행사인 부산 컬렉션에 대한 시 지원액은 고작 5억 7천만 원. 서울패션위크의 시 지원액이 38억 원인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부산시와 서울시의 예산이 각각 약 7조 원와 19조 8천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산시의 미온적 태도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또 해마다 시의 담당 공무원도 바뀌어 전문성을 축적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예산 확충으로 전체적인 볼륨을 키우는 것 뿐 아니라 부산만의 개성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 3월에 열린 후쿠오카 걸즈 컬렉션에 참가했던 노윤선 동서대 디자인학부 교수는 "상업적 이벤트에 초점을 맞췄다는 한계가 있지만, 후쿠오카만의 특징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부산 컬렉션만의 색깔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쿠오카 컬렉션은 일본 걸즈 컬렉션 중 하나로, 20대 젊은 여성을 겨냥한 유명 브랜드 업체가 대거 참여하는 패션쇼다.

패션연구소 패션인트렌드 이유순 이사는 "부산은 남성복이 전통적으로 강세였고, 현재 아웃도어 브랜드의 활약도 뛰어나다"며 "부산 대표 의류업체와 디자이너들이 대거 참여해 부산의 장점을 보여주는 패션쇼를 한다면 충분히 파급력 있는 행사로 발전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흥행을 위해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컨설팅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고 제안했다.

한 신진 디자이너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젊은 감수성과 아시아 지역에 특화된 콘텐츠로 성공했듯, 부산 컬렉션도 '아시아의 젊은 디자이너를 만나는 자리'로 거듭나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 3면 | 입력시간: 2012-04-30 [10:42:00] | 수정시간: 2012-04-30 [11: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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