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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한국 패션시장 SPA로 중심 이동하나

이랜드 이어 제일모직도 진출… 매년 56% 성장

(서울=연합뉴스) 이랜드에 이어 21일 제일모직까지 SPA 사업에 뛰어들면서 국내 패션 시장이 조금씩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SPA 브랜드의 매출은 2008년에 5천억원 규모였는데 2009년에는 8천억원을 성장했고 2010년에는 1조2천억원에 달했다.

작년에는 29조5천억원 규모인 전체 패션시장에서 SPA가 1조9천억원 수준으로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SPA의 비율이 6.4%를 조금 넘는 수준이라서 아직은 비중이 작지만 최근 4년간 전체 패션시장이 평균 3.9% 성장률로 사실상 정체된 동안 SPA는 평균 56.0% 신장해 잠재력을 확인했다.

스페인의 자라(ZARA)와 망고(MANGO), 스웨덴의 H&M, 미국의 갭(GAP), 일본의 유니클로(UNIQLO) 등 외국계 SPA가 한국 시장에서 몸집을 불리면서 국내 업체들도 SPA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이랜드는 2009년 10월 스파오(SPAO)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SPA 사업을 시작했고 이어 여성복 '미쏘(MIXXO)'를 내놓았다.

21일 SPA브랜드 '에잇세컨즈' 출시를 선언한 제일모직은 진출이 상대적으로 늦었지만 2009년 4월 스페인 브랜드 망고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위탁판매 형식으로 SPA 사업의 가능성을 살펴왔다.

창사 이래 단일 브랜드 출범에 가장 많은 투자를 했고 진출이 늦은 만큼 전사적(全社的) 역량을 결집해 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빈폴과 갤럭시, 로가디스, 엠비오, 구호, 띠어리 등 다양한 기성복 브랜드로 업계에서 탄탄한 지위를 확보한 제일모직이 뒤늦게 총력을 다해 SPA 사업에 뛰어든 것에는 시장의 흐름이 변하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행이 수시로 변하는 추세를 감안할 때 장기간에 걸쳐 기획과 제작을 하는 기존 시스템보다는 순발력 있게 기획과 제작, 유통을 할 수 있는 SPA가 시장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디자인의 의류를 선택하고 대신 명품 가방이나 장신구 등을 소비하면서 심리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경향도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운 SPA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SPA 브랜드는 국제 시장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국내 시장에서 정체국면을 맞은 패션 업계가 보기에 매력적인 측면이 있다.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총괄하는 이서현 부사장이 '국제 시장에서 제대로 된 한국 브랜드로 사업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에잇세컨즈의 출시에 상당한 관심을 두고 지원한 것도 이런 점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SPA 사업 진출이 마냥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우선 전 세계적으로 1천개 이상의 매장을 두고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고 있는 SPA와의 경쟁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스파오는 출시한 지 2년이 넘었지만 인지도나 매출액에서 볼 때 30년 넘게 노하우를 쌓은 유니클로 등 주류 SPA에 대응하는 브랜드로 보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판매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매장 확보나 유통채널 개척에도 많은 돈을 써야 하는 등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SPA는 사업의 위험도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업체가 SPA 사업에 진출하는 것 자체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보기도 한다.

대형 패션업체의 한 관계자는 "유명 SPA 업체와 국내 회사의 역량에 차이가 있으므로 단순 비교를 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국내에서 자라나 유니클로 등과 경쟁해 살아남으면 국외로 진출해 겨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SPA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SPA =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는 흔히 제조·유통 일괄화 의류라고 부른다. 디자인에서부터 제품 생산과 유통까지 한 업체가 모두 운영하는 패션 사업 방식이다.

상품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고 유행에 따라 신속하게 상품을 공급하는 등 순환이 빠른 게 특징이다. 규모는 작지만 국내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하는 사업을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세원 기자 = 입력시간 : 2012.02.21 16: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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