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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기타

[기고] 디자인도 융합시대 가지않은 길을 가라

◆ 지식경영 ◆

지난 몇 년 동안 디자인의 경계가 눈에 띄게 흐려지고 있다.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회문제처럼 비전형적인 디자인 분야로 디자이너들의 활동폭이 넓어지는 모습이다. 이런 변화는 디자인산업에 좋은 기회인 동시에 논란거리이기도 하다. 올해 초 코펜하겐에 있는 덴마크디자인센터에 걸린 `디자인이 세상을 구할 수 있나요(Can design save the world)?`라는 문구의 대형 현수막이 이런 논란을 단적으로 반영한다. 나는 이 질문 밑에 자그맣게 적힌 `아니, 하지만 도울 수는 있다(No, But we can help)`라는 겸손한 대답에 동의한다.

지난 10월 서울에서 열린 제12회 세계지식포럼에서 나는 `상업 디자인, 이제는 크로스오버로 열린다(Crossover Commercial Design)` 세션에 참여했다. 나를 비롯해, 당시 이 세션에 참석한 디자인 전문가들은 최근 디자인계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융합적인 사고방식`을 꼽았다. 나는 한발짝 더 나아가 지금이 디자이너가 디자인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여러 분야를 융합시키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융합을 위해서 빠질 수 없는 것이 기술과 지식, 그리고 디자인이며 이 세 가지가 혁신을 이끈다고 여긴다.

최근 키네어 듀포트는 디자인산업에서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고 있다.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헬스케어 제품은 그 자체가 환자를 섬기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어서 제품을 만들 때 융합적인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단순히 기능만을 강조한 제품은 환자를 섬기기에 부족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당뇨측정기 아비바 나노(Aviva Nano)의 디자인 테스트를 위해 당뇨병 환자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당시 한 환자는 "외관이 휴대폰 같아서 식당에서 꺼내도 환자처럼 보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단순히 외관의 아름다움을 떠나 그 제품의 사회적 역할까지 고려하는 것이 오늘날의 디자인이다. 일반적으로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전통적 역할이라면 연구나 혁신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쪽으로 그 역할은 점차 확장되고 있다.

[키네어 듀포트 디자인 디렉터 크레이그 와이트먼]

기사입력 2011.12.13 17:07:29 | 최종수정 2011.12.13 17: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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