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esign Trend/환경

우리 가족이 살 집, 내가 디자인한다

빨간색 좋아하는 아내 위해, 주방은 붉은색으로
자기 방 달라는 둘째 위해, 거실 줄여 방 하나 더
아파트 분양시장 셀프 디자인 붐

“똑같은 아파트는 싫다. 아파트 디자인 내가 직접 한다.”

요즘 신규 분양시장에서는 계약자가 직접 자신의 집을 디자인할 수 있는 아파트가 많이 나온다. 방 수나 크기를 조절하고 벽지 등의 마감재, 가구 등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선택하는 것이다. 집의 전체적인 스타일이나 구조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기존에도 이런 아파트가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계약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예전에 비해 훨씬 넓어진 게 특징이다. 예컨대 주방의 경우 냉장고 배치나 김치냉장고 뚜껑까지 선택할 수 있다.

#집의 스타일을 내 맘대로

포스코건설이 대구시 동구 봉무동에서 분양 중인 이시아폴리스 더샵 3차. 이 아파트는 인테리어 마감재 색상과 수납공간 등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홈스타일 초이스(Home style choice)’가 적용됐다. 계약자는 최대 32가지의 다양한 조합을 할 수 있다. 우선 모든 주택형은 인테리어 마감재 네 가지 색상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미니멀 화이트를 포인트 컬러로 깨끗하고 모던한 느낌을 주는 화이트 오크, 릴랙스 블루를 포인트 컬러로 시원하고 쾌적한 분위기를 선사하는 그레이 오크 등이다.

직접 고를 수 있는 것은 마감재 색상만이 아니다. 김치냉장고 수납장의 경우 뚜껑형과 스탠드형 중에서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전용 84㎡형은 보조주방 공간 중에서 마음에 드는 형식을 고를 수 있다. 넓은 보조주방과 일반적인 보조주방에 복도 수납공간을 더하는 식이다. 또 전용 84·116㎡형은 가변형 벽체를 도입해 방 수나 크기 등을 조절할 수 있다.

포스코건설 우호재 마케팅팀장은 “기존에도 마감재 색상이나 가변형 벽체를 둬 수요자가 선택하게 한 적은 있지만 집의 스타일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그러나 홈스타일 초이스는 집의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다는 포괄적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집의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는 아파트는 또 있다. 대우건설이 경기도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분양 중인 한강신도시 푸르지오도 입주민이 설계부터 인테리어 디자인, 가구 색상에 이르기까지 취향에 따라 원하는 대로 실내를 꾸밀 수 있도록 했다.

인테리어 옵션 선택제를 적용해 ▶주방가구 색상 ▶침실 벽지 ▶침실 붙박이장 형태 등 입주자가 원하는 분위기로 인테리어가 가능하게 한 것이다. 그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똑같은 모양으로 설치되는 붙박이장의 디자인을 다양화해 수요자들이 고를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 때문에 같은 타입의 주택형이라고 해도 입주자가 선택하는 인테리어 색상과 붙박이장 디자인에 따라 서로 다른 느낌의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게 대우건설의 설명이다.

동부건설이 인천시 계양구에서 분양 중인 계양 센트레빌 2차도 마찬가지다. 두 가지 타입의 마감재를 둬 수요자가 선택할 수 있다. 아이보리와 오크베이지의 따뜻한 컬러와 월넛 브라운과 코랄레드의 화려한 컬러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실내 수납공간도 계약자들의 취향에 따라 변경할 수 있게 했다. 안방에는 파우더룸 대신 붙박이장으로 변경할 수 있고, 주방의 경우 김치냉장고 자리에 수납장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같은 주택형이라도 제각각의 분위기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GS건설이 진주시에서 분양 중인 진주 센트럴자이 역시 스타일 옵션제를 도입해 붙박이장의 형태나 색상, 욕실 마감재의 색상 등을 수요자가 직접 고를 수 있게 했다.

# 집 구조도 내 맘대로

마감재 색상 등의 스타일을 수요자들이 선택할 수 있다면 아예 집의 구조를 선택할 수 있게 한 아파트도 나온다. 벽산건설이 부산시 금곡동에서 분양 중인 율리역 벽산블루밍에 자체 개발한 셀프 디자인 프로젝트를 적용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가변형 벽체를 활용해 전용 59㎡형의 거실을 넓게 사용할 수도 있고, 전용 84㎡형은 유형에 따라 방이나 거실을 확대할 수 있다. 입주자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게 마루 색상도 선택할 수 있다.

대우건설은 최근 아파트 내부구조를 집주인이 입주 전에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주택 ‘마이 프리미엄(My Premium)’을 선보였다. 이 주택은 건물의 하중을 지탱하는 기둥을 건물 바깥쪽으로 빼 내부 벽을 쉽게 허물 수 있게 했다. 아파트 계약자가 입주 전에 방의 개수와 면적, 주방이나 거실의 구조를 선택하면 대우건설이 그대로 시공해 주는 것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똑같은 크기의 집이라도 자녀가 없는 젊은 부부나 유아기 자녀가 있는 가구의 집안 내부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며 “여러 조합을 배치하면 1000가지 이상의 주택 유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마이 프리미엄’ 주택을 내년에 일부 단지에 시범 적용하고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분양대행사인 내외주건의 정연식 상무는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바뀌면서 소비자들의 취향을 적극 반영하는 ‘셀프 디자인’ 아파트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11.11.09 0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