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esign Trend/환경

[디자인 TALK] 신제품 설명회… 잘나가는 장소는 하루에 4000만원

"요즘엔 어떤 상품을 내놓느냐 만큼이나 어디서 어떻게 소개하느냐도 중요해요. 그만큼 좋은 장소를 찾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고요. 새롭게 각광받는 장소라면 대관료는 부르는 게 값이죠. 하루 대관료만 3000만~4000만원씩 받는 곳도 있습니다."

홍보대행사 대표 A씨가 들려준 말이다. 매일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쏟아지는 시대. 요즘 홍보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신제품을 소개할 멋진 장소'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은 최근 서울 홍대 근처에 있는 디자인 카페 'aA 디자인뮤지엄'에서 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스마트폰에 친숙한 20~30대가 주(主)수요층인 만큼 설명회 장소도 젊고 신선한 디자인 감각을 보여줄 수 있는 뮤지엄 카페로 골랐다고 한다. 한 홍보업체 관계자는 "예전엔 휴대전화·노트북·MP3 같은 첨단 전자기기 신제품 발표회를 회사 강당에서 하거나 대형 전자상가 별관 같은 곳에서 했지만 요즘엔 예쁜 카페나 갤러리에서 해야만 시대에 뒤떨어진 인상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제품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소개하는 장소를 물색하는 데 공을 들인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명품 회사들 가운데는 드라마 등의 야외촬영 장소를 섭외하는 방송국 로케이션 매니저나 이벤트 회사 직원에게 돈을 주고 "신제품 발표 장소를 발굴해달라"고 주문하는 곳들도 많아졌다. 최근 보석 제품을 새롭게 출시한 한 명품회사의 마케팅 담당자는 "예전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청담동에서 주로 제품 소개를 했지만 요즘엔 북한산 자락이 한눈에 보이는 삼청동이나 성북동에서 하는 게 대세"라고 했다. "명품 회사일수록 널리 알려진 카페나 음식점 등 누구나 찾아오기 쉬운 장소보단 외진 곳에 숨어 있는 예쁜 가정집이나 한옥 박물관을 빌려서 하는 걸 더 선호한다"는 전언이다.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주인공 현빈이 살던 집으로 나왔던 여주 마임비전빌리지, 서울 한강선착장에 있는 멤버십 요트클럽, 성북동에 있는 한국가구박물관 등이 최근 주목받는 대표적 장소. 새로 짓는 건물 중 '괜찮다'고 소문이 난 곳은 다 짓기도 전부터 예약이 들어찬다는 후문이다.

반대로 한때 인기를 끌었지만 제품 설명회가 너무 많이 열렸던 곳은 이젠 도리어 기피 장소가 되기도 한다. 2007년 들어선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웨딩홀은 처음 문을 열 때만 해도 "신제품 설명회를 열고 싶다"는 명품 회사들의 문의로 몸살을 앓았지만 이젠 '식상하다'는 평가로 외면받는 처지가 됐다.

송혜진 기자 enavel@chosun.com

기사입력 : 2011.10.26 03:12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