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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시각

[Gallery on Mag] 포토그래퍼의 소리를 들어라, B컷의 미학

매거진에서 만나는 이미지는 수십 혹은 수 백대 일의 경쟁률을 거쳐 선정된 이른바 ‘A컷’이다. 때론 사진가들은 B컷의 무리 속에 그들만의 A컷이 있다 말한다. 남다른 애정을 표한 B컷을 모아 책 속 갤러리를 마련했으니 시선을 두고 바라볼수록 색다른 감흥으로 다가올 것.

포토그래퍼 이종근

 
한국 모던 건축에 관한 단행본 작업으로 촬영했던 건축가 조병수의 ‘ㅁ’ 자 집이다. 보다 좋은 여건을 위해 6번 방문했고, 45mm 필름으로 3중 촬영해 완성된 컷이라 애착이 크다. 선택 된 것은 ‘ㅁ’ 자의 형태를 더 잘 보여주는 정면 컷이었으나 좀 더 다이내믹한 느낌을 주는 측면의 앵글에 마음이 더 간다.

 
가회동에 자리한 서미갤러리 대표의 집이다. 한국적이 색채가 강한 인테리어에 모던 빈티지 의자를 놓아 공간에 전통과 모던함이 결합된 색다른 멋을 드러냈다. 100컷 이상의 촬영한 결과물이 진행상의 이유로 책에 실리지못해 아쉬움이 남았던 작업.

포토그래퍼 전세훈

 
‘보그 차이나’의 향수 화보를 위해 진행된 컷이다. 기획부터 촬영까지 의뢰 받은 칼럼이라 시작부터 촬영 콘셉트에 대한 고민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향수의 향이 퍼져 꽃이 되고 다시 향수가 되는 이미지를 그렸고 결과물 역시 만족스러웠지만 ‘다소 복잡하다’하는 이유로 빠지게 된 이미지다.

포토그래퍼 보리

 
2008년 고인이 된 이브 생 로랑은 나의 뮤즈다. 21세에 크리스찬 디올의 수석디자이너가 된 ‘패션 천재’를 기록한 패션 필름 `라무르`를 직접 수입한 이유이기도 하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검은 뿔테 안경 뒤로 보이는 소년 같은 미소가 트레이드 마크인 그가 등장한 포스터 컷에 담고 싶었던 것은 아트적인 무드였다. 마지막에 결정된 컷은 붉은 꽃을 합성한 것이었지만 회화적인 무드가 감도는 이 컷에 더 마음이 간다.

포토그래퍼 김린용

 
사진은 2010년 ‘아레나’ 5월호를 위해 촬영한 패션화보다. ‘산, 들 그리고 바다를 배회하는 4인용 식탁’이란 아이디어가 재미있지 않나. 나의 눈에 들어온 건 슈팅을 위해 의자를 들어가는 장면과 촬영을 마치고 나오는 모습이었다. 이른바 블록버스터 촬영으로 불리는 규모가 큰 패션화보를 진행할 때는 이런 비현적실인 풍경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다.

포토그래퍼 이승엽


인천 송도에서 촬영한 패션잡지 ‘바자’ 화보다. 에디터는 화보의 시작을 여는 페이지에 좀 더 역동적인 이미지를 원해 잡지에 실린 건 세그웨이를 옆에 두고 점프를 하는 이미지였다. 그리고 이건 내가 선택했던 ‘A컷’이다. 전체적으로 와이드한 무드를 강조해 무게감을 실어주는 시작 페이지를 만들고 싶었다.

포토그래퍼 황혜정

 
지난해 ‘나일론’ 매거진과 작업했던 것들 중 잔잔한 울림을 주었던 것을 소개하고 싶다. (왼쪽 위)텅 빈 공간에 빈티지 의자가 놓인 컷은 촬영을 위해 길을 가던 중 발견해 이미지 컷으로 사용하고자 했던 작업물이다. (왼쪽 아래)그런가 하면 전형적인 사진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내게 하와이의 바다라 말하지 않으면 짐작하기 어려운 풍경을 내보이니 사진 역시 특별하게 다가온다. (오른쪽 아래)흣날린 머리 결이 아트적인 무드를 자아내는 배우 송중기의 모습도 그러하다. (오른쪽 위)블루 톤의 인터뷰 사진은 영화 스틸 컷처럼 잔잔한 울림을 주는 것에 마음이 간다.

포토그래퍼 박원태


나는 인물, 풍경보다 제품 사진을 찍는 것에 더 관심이 크다. 언젠가 신발을 테마로 촬영한다면 이런 식으로 구성해 보고 싶었고 남성 매거진 ‘아레나’의 슈즈 칼럼에 이미지 컷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아쉽게도 제품의 형태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등장하지 못했다.

포토그래퍼 류형원


B컷 갤러리가 있다면 어떤 사진을 골라야 할까 고심했다. 내가 선택한 건 영국 테틀러 매거진의 2009년 9월호 작업이다. 이 컷들에 특별한 애정이 가는 이유는 패션 화보 속에 그룹 연출 컷으로 테스트를 보던 과정으로 가장 내추럴한 장면이라 시선을 멈추게 하는 힘을 발견한다.

포토그래퍼 심윤석

리빙 매거진 ‘메종’과 작업했던 사진들이다. (좌)스페인에서 머물다 온 일러스트 작가 인터뷰 촬영 중 고양이가 등장한 컷이 있으면 인터뷰 사진이 달라지리란 생각에 도전해 본 컷이다. 경계심이 강한 고양이가 놀라지 않도록 조심스레 렌즈를 끼우고 10분 이상 할애했던 기억이다. 비록 잡지에서 볼 순 없었지만 애착이 가는 사진이다.

(우)무섭게 눈이 내린 다음 날 이제 막 해가 뜬 강원도 횡계의 모습을 담았다. 눈 내린 길의 모습이 담긴 멋스런 이미지를 말한 편집장의 요구에 무작정 강원도로 향했다. 새벽이 걷힐 무렵 눈에 들어온 한 공장의 뒤뜰에서 마주한 풍경은 지금도 내게 잔잔한 감흥을 전한다. 길보다 눈에 묻힌 나무가 돋보이는 관계로 등장하지 못한 B컷이다.

[글 = 신정인 기자]

기사입력 2011.09.27 16:33:24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296호(11.10.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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