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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세계 속의 디자인 도시를 가다 (1) 중국 상하이

[도시의 얼굴이 경쟁력이다]
세계 속의 디자인 도시를 가다 (1) 중국 상하이 

21세기 들어 세계 각국이 도시디자인 향상을 위한 무한 경쟁에 돌입했다.

도시디자인은 도시의 경쟁력을 넘어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필요충분 조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과거 산업화시대의 도시는 단순히 산업을 지원하는 주거와 상업·업무의 기능에 불과했다. 그러나 오늘의 도시는 국가의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제가 있고 볼거리 있는 도시는 정치·경제·사회 등 각 부문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이런 사례는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도 '국토와 도시디자인이 경쟁력'이라는 인식 아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앞다퉈 도시디자인 전략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창간 10주년과 fn주최 '제2회 대한민국 국토도시디자인 대전'을 연계해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가 도시디자인 분야 창의도시로 선정한 일본과 중국 등의 주요 도시를 둘러보고 우리나라의 도시 디자인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도시의 얼굴이 경쟁력이다' 주제의 연중기획 시리즈를 진행한다.

■사진설명=중국 상하이 와이탄에선 이 도시의 성장을 상징하는 푸동지역 초고층빌딩의 위용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오는 2012년 이 지역에 또 하나의 랜드마크빌딩(가운데 건설중인 건물)이 준공될 예정이다.

중국 경제의 심장부인 상하이가 아시아 대표 도시를 넘어 세계 속의 도시로 급성장하고 있다. 초고층·초대형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외형 외에도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환경과 인간이 공존하는 고품격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상하이는 '2010 상하이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일관성 있고 개성 있는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아시아의 '마천루'로 자리매김

기자가 방문한 지난 9일. 상하이 시내에는 두 가지의 큰 변화가 한눈에 들어왔다.

하나는 초고층빌딩의 메카인 푸둥에 또 하나의 새로운 초고층빌딩 건설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상하이 엑스포가 열리고 있는 지역도 과거 빈민밀집지역이라는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는 것이다.

아시아 지역 최고이자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은 둥팡밍주탑 옆에 진마오 빌딩과 환치우센터가 상하이의 발전을 상징하며 우뚝 서 있고 이 건물 바로 옆 부지에는 오는 2012년 완공 예정인 상하이센터(127층, 632m)빌딩 건설 공사가 속도를 내고 있었다.

상하이에 파견나온 국토해양부 정내정 사무관은 "상하이센터빌딩이 완공되면 상하이에서 또 다른 세계적인 대표적 명소가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상하이 변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중단없이 이어지고 있다. 상하이에서 만난 상하이시 도시계획디자인연구원 구쥔 부원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중국 정부의 적극적 지원 아래 지속적인 도시발전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면서 "초고층 빌딩 등 외형뿐 아니라 환경개선과 시민의 주거 질 향상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면서 각 분야에서 유기적인 발전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시 도시계획디자인연구원은 상하이시의 도시계획과 설계 등 종합적인 발전계획을 용역 받아 추진하는 대표적 기관이다.

구쥔 부원장은 "20세기는 도시발전에서 효율성을 중시했다면 21세기는 조화롭고 균형 잡힌 발전에 중점을 두는 추세"라면서 "상하이시 역시 시민들의 안락한 주거 생활을 보장하는 주택 공급은 물론 디자인 개념을 강화해 외관과 도시구획에 조화를 이루는 정책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상하이가 도시계획에 디자인 측면을 중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 발전 축인 푸둥의 경우 건축물 외관에서 디자인의 완벽을 추구해왔다. 최근 들어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도시 전체의 공공환경 및 생태공간 등에 대한 건축디자인을 강화해 살기 좋고 경쟁력 있는 도시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다.

■환경·삶 중시 명품도시로 변신

상하이는 이번 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도시디자인을 대폭 강화해 새로운 미래 도시로 거듭날 전망이다.

구쥔 부원장은 "지하철과 일반 정거장 등 공공 교통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엑스포를 준비하면서 비교적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의 도시품격을 높이는 데 일조한 엑스포 부지는 향후 문화교류,시민 휴식 공간, 상업 전시회 공간 등 다각도로 재개발될 예정이다. 일부 영구적 건축물을 제외한 임시건물들은 단계별로 재개발해 도시 전체 균형 발전의 중심 축으로 개발한다는 게 상하이시 측의 전략이다. 상하이의 도시발전은 앞으로 4가지로 방향으로 전개된다.

우선 6000㎢에 달하는 토지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도시발전 계획과 생태환경을 보전하는 방안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면서 성장과 질적 수준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것이다.

또 상하이 중심의 폭발적 성장 탓에 소외됐던 도시 주변 지역을 발전시켜 도시 중심과 주변 타운 간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구쥔 부원장은 "주변 도시에 대한 건설은 단순 거주공간 확보만으로는 흡인력이 부족한 만큼 각종 편의시설과 녹지 공간 등 모든 기능을 어떻게 갖추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상하이시는 빈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토지를 개발하는 과정에 빈민층과 서민들도 혜택을 입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녹색성장이라는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저탄소·친환경 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공공교통 개선대책도 마련해 도시디자인 측면에서 효율성과 주거안정성을 동시에 갖추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구쥔 부원장은 "시 중심에서 주변까지 교통을 연결시켜 시민들의 교통불편을 해소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면서 "현재 12개 노선에 총 연장 400㎞인 지하철을 2020년까지 20개 노선 870㎞로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의 주요 도시개발에도 이 같은 상하이의 계획이 주요 벤치마킹이 될 전망이다. 서울은 한강, 부산은 바다와 연계한 도시디자인 정책을 수립한다면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구쥔 부원장은 "예전에 부산에 갔을 때 한 할머니가 해산물을 직접 건져 팔던 기억이 난다"면서 "(도시발전도 중요하지만) 친근함과 친환경이라는 이야기가 담긴 콘텐츠야말로 진정한 도시의 경쟁력"이라고 덧붙였다.

/jjack3@fnnews.com조창원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기사입력 : 2010-06-23 1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