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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시각

흔한 은색·검은색 싫다 … ‘유채색 바람’ 발랄해진 자동차


자동차 색상이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에 좋아했던 전통적인 무채색 은색(실버)·검은색(블랙)·흰색(화이트)에서 초콜릿·레드·블루처럼 거리를 밝게 하는 유채색 선호 층이 점점 늘고 있다.

한국닛산이 지난 7월부터 주문을 받은 박스카 큐브 계약 고객 2000명의 컬러 선택을 분석한 결과 화이트(50%)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블루(15%)·초콜릿(15%)·레드(7%) 순이었다. 기존 인기색상인 실버(7%)와 블랙(6%)은 최하위였다. 국내 신차 시장에서 블루·초콜릿·레드가 인기를 끈 것은 큐브가 처음이다. 이달 2000만원대 소형차 포커스를 출시한 포드코리아도 주력 색상을 블루·레드를 대표 색상으로 정했다. 한국닛산 나이토 겐지 사장은 “한국은 중·대형 세단 판매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아 검정 같은 무채색이 많이 팔린다”며 “앞으로 소형차나 박스카 같은 다양한 차종이 나오면 한국 소비자의 컬러 선택도 바뀔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국산차도 마찬가지다. 이달 초 현대차는 중형왜건 i40를 출시하면서 대표 색상으로 ‘블루’를 내세웠다. 아반떼·쏘나타 같은 세단에서는 여전히 은색·흰색 일변도지만 i40는 레저를 즐기는 가족형 왜건이라는 점에서 기존 진부한 색상 대신 블루를 택했다. 현재 700대 계약을 받은 결과 블루·베이지 같은 새로운 색상을 선택한 소비자가 30%를 넘어섰다. 곽진 국내영업본부 판매실장(상무)은 “블루는 30, 40대 해외 주재를 경험한 젊은 층이나 전문직 여성들이 주로 찾고 있다”며 “해치백 i30도 기존 인기 색상 대신 유채색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의 경우 은색은 그동안 아무도 넘보지 못할 절대적 아성이었다. 올해 5월 온라인중고차업체인 카즈가 사이트에 등록된 수입 중고차 3000여 대의 컬러를 조사한 결과, 은색(51%)이 압도적이었다. 그 뒤를 검정(25%), 흰색(9%)이 차지했다. 빨강·노랑 같은 발랄한 색감은 1%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이었던 수입차 14개 브랜드 모두 은색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처럼 은색·검정 선호도가 높았던 이유는 중고차 거래가격 때문이다. 신차를 구입할 때 유채색을 선택하면 영업사원들이 “중고차로 팔 때 10% 이상 손해를 볼 수 있다”면서 기존 인기 색상으로 돌려놓는 경우가 많았다. 카즈 김성은 수입차 담당은 “중고차로 팔 때 대형 세단은 은색·검정이 아니면 1500만원까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은색·검정을 선호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전통적인 차량 색상이 바뀌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수입차 판매에서 소형차 비중이 늘고 해외 주재를 경험한 30, 40대 층이 주력 소비층으로 부상한 것을 이유로 꼽는다. 중앙대 이남석(경영) 교수는 “해외 유학파가 늘면서 세단 이외에 해치백·박스카 같은 다양한 차종을 선호하는 층이 두터워진 것도 한 이유”라며 “앞으로 고급 소형차 판매가 증가하면 초콜릿·블루 계열의 유채색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tjkim@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11.09.26 00:08 / 수정 2011.09.26 0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