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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디자인구둣방 유감

디자인구둣방 유감 "비좁은데다 안내던 세금도 내라니"
 
기존 구둣방 철거하면서 아무런 보상금도 없어...시름 깊어지는 주인들 
 

서울시가 지난해 7월부터 디자인서울 정책 중 하나로 시내 구둣방 개선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운영자들은 "내부가 비좁고 창이 작아 환기가 잘 안되며 차양이 좁아 비가 오면 빗물이 들이치는 등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 배문희 기자 

# 영등포 시장 부근에서 30년째 구두 수선대를 운영하고 있는 김승규(가명, 52) 씨는 서울시의 방침에 따라 기존의 수선대를 반납하고 새 수선대로 교체했지만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내부가 좁아 다리를 마음대로 뻗을 수도 없고 차양이 좁아 비가 오면 안으로 들어차기 일쑤다.  게다가 연 60만 원의 세금도 내야 한다.
 
김 씨는 "이전 수선대보다 더 비좁은 수선대를 마련해주고 그동안 내지 않던 박스 대부료를 내라니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그는 "새 구두수선대로 교체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럴 경우 도로점용허가 취소 처분을 내린다고 엄포를 놓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새 수선대로 교체했다"고 말했다.
 
# 영등포역에서 20여년 째 구두수선 일을 하고 있는 강상호(가명, 48) 씨는 지난해말 영등포 구청에 새 구두수선대의 창 크기와 차양 구조 등을 바꿔 달라는 탄원서를 냈다. 강 씨는 "창 크기가 작아 공기가 시원하게 통하지 않고 차양 크기도 작아 비가 오면 실내로 그냥 들이친다"며 탄원서를 낸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7월부터 '디자인서울' 정책의 일환으로 실시하고 있는 시내 구둣방 개선사업이 운영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운영자들은 "새 수선대가 디자인에만 치중한 나머지 운영자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아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며 거의 대부분의 운영자들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 구두수선대의 내부풍경. 30년째 구두수선업을 해온 김승규 씨는 "그동안 내지 않던 대부료를 1년에 60만원씩 내면서 정작 시설은 더 불편해져서 불만"이라고 말했다. ⓒ 배문희 기자 

새 구둣방 교체, 주인들 반응은? "분통 터져"
눈썰미가 좋은 시민이라면 서울 시내 구두수선대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기존의 알루미늄 소재 수선대가 강철 소재로 바꼈으며 색상도 고동색으로 깔끔해졌다. 하지만 이는 겉만 보는 사람들의 얘기다.
 
운영자들은  △차양이 좁아 비가 오면 빗물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내부가 비좁아 일하기에 불편하고 손님이 앉을 자리가 줄어든 점 △창문이 작아 환기가 잘 되지 않고 △건물 외벽이 강철소재로 만들어져 햇빛을 받으면 내부가 금방 뜨거워지는 점 △창을 불투명하게 만들어 사람들이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지 못해 영업유무를 확인할 수 없는 점  △문턱이 높아 손님들이 걸려 넘어지기 쉬운 점 등을 불편한 점으로 꼽았다.
 
특히 이들은 그동안 내지 않던 박스 대부료를 1년에 60만원씩 내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또 기존의 구두수선대에 대해 명백히 재산권이 있음에도 서울시가 기존의 구두수선대를 수거해가면서 아무런 보상을 해주지 않아 재산권 박탈 논란이 일고 있다.
 
김승규 씨는 "이전 구두수선대를 마련할 때 사용료와 자릿세를 포함, 200여만 원을 냈는데 서울시가 새 구두수선대로 교체한다면서 아무런 보상금도 없이 모두 철거했다"며 "이는 명백한 재산권 박탈"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 운영자들은 지난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서울시가 교체를 요구해 자비 800여 만원을 들여 구둣방을 교체한터라, 구둣방을 철거하면서 아무런 보상금을 주지 않는 서울시 정책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서울市 "교체를 거부하는 구둣방은 철거하겠다"
이에 대해 서울시 가로환경개선 담당관은 "운영자들의 민원을 충분히 수렴해서 보완방법을 찾고 있다"며 "내부가 좁아진 것에 대해서는 지나가는 시민이나 주변상가에서 민원을 제기하는 등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시설물임을 고려해 규모를 축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구둣방을 철거하면서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운영자들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지만 가로환경개선 사업을 시민들 세금으로 운영하다보니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새 구둣방으로 교체하지 않으면 쫓겨나는 일만 남는다. 서울시는 교체를 거부한 구둣방에 대해 도로점용허가 취소 처분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허가가 취소되면 담당 구청은 구둣방 철거 권한을 갖게 된다.

문화저널21 배문희 기자 baemoony@mhj21.com 
기사입력: 2010/06/22 [10:19]  최종편집: ⓒ 문화저널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