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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디자인포럼>디자인, 더 이상 예술계 변방 아니다...하찮았던 의자도 최고 예술로

회화와 조각 등 전통적인 예술품만 다뤄온 국내 화랑가. 몇년 전 부터 의미있는 변화가 생겼다. 현대미술품을 전시해 온 국제갤러리는 2005년부터 거의 매년 가구 전시회를 연다. 예술가구를 주도한 샤를로트 페리앙, 장 프루베, 조지 나카시마, 세르주 무이 등을 소개했다. 처음 열 당시에는 파격 그 자체였다. 마치 거실이 갤러리로 옮겨온 듯, 의자와 탁자 등 가구가 현대미술과 아름답게 조화를 이뤄 호평을 받았다.

미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허문 예술가라는 평을 듣는 일본 디자이너 요시오카 도쿠진. 에르메스와 스와로브스키와 같은 세계적 명품브랜드와 협업해 온 그는 종종 독특한 디자인의 의자를 만들어 왔다. 지난해 국내 비욘드 뮤지엄에 첫 전시회를 열고, 그의 ’의자’들을 국내 애호가들에게 처음 선보였다.

▶예술경지 오른 디자인=디자인과 미술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속성을 지녔다. 과거 생활용품에 불과했던 가구와 조명에 디자인이 가미되면서 새로운 예술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현대미술에서는 순수예술과 상업미술인 디자인 사이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디자인은 이미 작품화됐다. 예술도 실생활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미 순수예술과 디자인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상품과 작품의 경계도 모호해 졌다.

의자 탁자 침대 등 생활용품을 디자인적으로 제작,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들도 쏟아지고 있다. 일명 디자인아트(Design Art)다. 가구같은 대중 상품이 디자이너의 손끝을 거치면서 예술품으로 거듭난다. 이미 서구에서 가구 디자이너는 예술가로 대접받는다. 프랑스 여성 디자이너 샤를로트 페리앙, 영국왕립예술학교 학장을 지낸 론 아라드 등이 그렇다. 이들의 의자나 탁자는 수억원을 호가한다. 디자인은 더이상 예술의 변방이 아니다. 
 

▶디자인아트 경매시장 흐름도 바꿔=디자인 아트는 경매시장에서도 새로운 흐름으로 떠올랐다. 미술품 경매회사인 서울옥션은 지난해 예술가구, 조명용품, 도예 등 디자인아트를 집중적으로 경매하는 행사를 처음 열었다. 1920년대 빈티지 가구부터 1950~70년대 유명 디자이너들의 대표 의자와 조명, 도예 작품이 주로 나왔다.

미니멀리즘의 대표작가인 도널드 저드의 의자 디자인과 입체적 건축미를 선사하는 샤를로트 페리앙의 오리지널 빈티지 책장이 경매됐다. 론 아라드의 의자 디자인, 아르망의 테이블 디자인, 원목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목가구로 유명한 조지 나카시마의 테이블 세트, 폐가구를 이용한 디자인을 제시한 네덜란드 디자이너 피트 하인 이크의 서랍장도 나왔다. 프랑스 지엘드 조명 디자인의 오리지널 빈티지 작품 등 소장가치가 높은 디자인 작품도 출품됐다.

미술계에서는 디자인경매를 통해 경매의 전통적인 영역이 미술품에서 디자인 제품으로 넓어졌다고 평했다. 디자인아트는 순수예술 못지않게 가격대가 넓고 투자와 소장가치가 있어 경매시장에서도 인정받는다. 그동안 순수미술품 위주로 경매를 진행하던 서울옥션도 약 5조원대로 파악되는 인테리어 시장과 접목해 미술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해외미술시장에서는 디자인아트만 별도 경매가 활발히 열리기도 한다. 바젤아트페어 같은 유명 아트페어는 디자인 페어가 따로 열릴 정도다. 국내에서도 디자인아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이를 다루는 시장이 곧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계의 아트가구를 국내에 몇년에 걸쳐 소개해 온 갤러리들은 한국 디자이너들의 해외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2011-09-08 08:15 |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