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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시각

[르포] 홈플러스 지하철 가상스토어 가보니

◀홈플러스는 서울 지하철2호선 선릉역 지하에 벽면광고와 모바일솔루션을 결합한 '가상스토어'의 첫 선을 보였다. 방문객들이 스마트폰으로 상품의 바코드를 찍어 물건 구매를 시도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큐알(QR)코드를 찍으면 바로 주문을 할 수 있다는 거죠? 지하철 기다리면서 지루할 때 해보면 재미있겠네요”

“딸이 휴대폰으로도 물건을 살 수 있다고 하더니 이런 방법도 있네요. 그나저나 전 스마트폰이 없어서 (주문할 수 없어) 좀 아쉽네요”

25일 오전 홈플러스의 ‘가상스토어’가 첫 선을 보인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을 찾았다. 1번 출구를 통해 지하 역사 안으로 들어서자 4각 기둥 각면의 광고판에 고추장, 식초, 캔음료, 샴푸, 치약, 크리넥스 등 실물과 똑같은 크기의 상품 사진이 둘려 있다. 기둥 위에서 조명을 비추니 시원한 에어컨 바람만 없었지 영락없이 대형마트의 냉장 진열대를 그대로 옮겨 놓은 모습이다. 지하철 스크린도어에도 이같은 ‘가상스토어’가 설치됐다. 이들 사진에는 바코드와 QR 코드를 담아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제품정보를 조회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물건은 집으로 배송된다.

선릉역사를 찾은 사람들의 눈은 호기심으로 가득 찼다. 갤럭시S, 스카이 등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안내판과 사진을 확인하며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는 등 물건 구매를 시도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산다는 한 주부는 “상품을 핸드폰으로 찍으면 사은품을 주는 일종의 단기 사은행사인 줄 알았다”면서 “스마트폰 사용자가 아니라서 아쉽지만, 다음에 (휴대전화를 바꾸게 되면) 이용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업체 마케팅 담당자들의 관심도 높았다. 불스원의 한 관계자는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획기적인 작업”이라면서 “상품 사진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직접 실리게 되면 해당 제품의 광고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가상스토어’가 일반 카탈로그나 기존의 모바일앱과 차별화하는 것은 전통적인 매체(벽면광고)를 첨단 솔루션(모바일앱)과 결합해 실제구매(직배송)으로 이어지게 했다는 것.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장소를 직접 찾아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기존 쇼핑 업태, 쇼핑시간, 쇼핑공간을 창조적으로 파괴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실물로 매장을 개장하는 것과 비교하면 비용도 낮은 편. 지하철 스크린도어 광고가 한달에 최고 800만원, 기둥광고가 3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연간 게재 비용은 8억2800만원 정도. 서울 수도권에서 웬만한 대형마트 한 곳의 임대료가 연 10억에서 최고 40억원에 육박하고 인건비 등 관리 비용이 추가로 드는 것을 감안하면 비용 대비 효율성이 높을 것으로 홈플러스는 판단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광고판을 ‘사이드보드’형식으로 바꿔 진열장의 물건을 진열하듯이 상품 사진을 바꾸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김진호 홈플러스 기획총괄 이사는 “가상스토어가 쇼핑온라인의 게이트웨이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가상스토어로 온라인쇼핑 매출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홈플러스는 신선식품 위주인 ‘가상스토어’ 상품을 의류와 비식품으로 확대하고, 이를 바탕으로 온라인 매출을 2013년까지 2조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홈플러스 온라인몰의 올해 매출목표는 3300억원이다.

‘가상스토어’가 탄생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벽면 광고를 온라인 직배송과 결합하는 것은 단순히 아이디어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 김신재 홈플러스 신유통부문 부사장은 “3만5000개나 되는 바코드에 상품 정보를 입력하기도 쉬운 작업이 아니다”라며 “매장에서 직접 배송을 하려면 바코드 주문이 들어왔을 때 어느 위치에 있는지 즉각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한 것이 모바일앱의 키워드”라고 귀띔했다.

한편 애플의 아이폰 사용자들은 가상스토어를 이용하려면 2~3주 정도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애플 아이튠스에 등록이 아직 안 된 탓이다. 홈플러스는 “애플 아이튠스에 애플리케이션 신청 등록을 했기 때문에 이르면 9월 중순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지 기자 maeng@chosun.com  | 기사입력 : 2011.08.2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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