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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란제리 스토리]③페티코트(Petticoat)

풍성하게 부푼 그녀의 치마, 비밀병기는?
[란제리 '허'(Her)스토리]③페티코트(Petticoat), 한국에는 '무지기' 치마

↑예전 드레스 스타일을 떠올리면 코르셋으로 한껏 조여진 가느다란 허리와 풍성한 치마 차림이 떠오른다. 이때 치마를 부풀게 하는 비밀병기가 바로 '페티코트'다.(ⓒ비비안 모델 신민아)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그녀는 거친 남부 귀족의 파티장을 사로잡는 파티의 주인공이다. 남북 전쟁으로 농장을 잃고 생전 처음 가난에 처해도 상심하기는커녕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거야"라고 외치며 열심히 살아간다.

이 영화 속에서 언제나 당당한 그녀의 성격 못지않게 기억에 남는 것은 단 한 순간도 흐트러지지 않는 그녀의 모습.

코르셋으로 한껏 조여진 가느다란 허리와 함께 풍성하게 부풀어진 치마 차림이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드레스 안에는 풍선이라도 들어있었던 것일까? 그 안에는 ‘페티코트’라는 비밀병기가 숨어있었다.

페티코트란 원래는 15세기 말에 서양의 여성복이 상의와 하의가 분리되면서 스커트에 붙여진 이름이다. 19세기 이후에는 속치마가 되었다. 처음에는 소재도 간단하고 대개 낱장으로 만들어졌지만 점차 장수도 많아지고 여러 가지 장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19세기 말에는 실크이나 새틴과 같은 고급 소재를 사용했지만 현재는 주로 합성섬유나 면직물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사극 속의 양반집 여인들도 한껏 부풀린 한복 치마를 입고 있다는 점이다. 페티코트가 없었던 우리나라에서는 과연 어떻게 치마를 부풀려 입은 것일까?

↑우리나라 옛 속옷 가운데 ‘무지기’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서양의 페티코트와 같은 역할을 했다.(ⓒ비비안 모델 신민아) 

우리나라 옛 속옷 가운데 ‘무지기’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서양의 페티코트와 같은 역할을 했다. 무지기는 상류계급에서 정장을 할 때 입던 속치마로 고려시대에는 무인들이 무복 속에 입었다고도 한다. 조선시대부터는 여인들이 치마 안에 받쳐 입었고 이를 속칭 무지기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무지기는 빳빳한 모시를 사용해 길이가 다른 천을 여러 겹 겹쳐 만들었다. 마치 '캉캉치마'처럼 약 5cm 간격을 두고 층층으로 돼 있는 게 특징이다. 각 겹 끝 부분에 색을 칠하기도 했다. 젊은 사람들은 색동저고리처럼 다른 색을, 나이가 지긋한 사람은 단색으로 엷은 물감을 들였다. 이것이 마치 무지개와 같다고 해서 무지기 또는 무지기 치마라고 불렸다. 한자로 비슷한 발음의 무족(無足)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슬립은 패셔너블한데다 실내복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실용성까지 챙길 수 있다.(ⓒ비비안 모델 신민아)

페티코트와 무지기는 현대에 와서는 ‘슬립’으로 변신했다. ‘슬립’은 크게 원피스 형태로 된 ‘풀 슬립’과, 상·하의로 나뉜 ‘캐미솔’이 있다. 특히 캐미솔의 하의 중에서 바지 형태로 된 것을 ‘큐롯’ 이라고 부르고 치마 형태로 된 것이 바로 ‘페티코트’이다. 페티코트는 하의에만 입어서 겉옷의 실루엣을 다듬어준다. 다양한 길이가 있어서 겉옷의 길이에 맞게 입으면 맵시를 살릴 수 있고, 정전기를 방지해주어 옷이 몸에 감기는 것을 막아 깔끔한 옷맵시를 만들어 준다. 

↑레이어드 하기 좋은 귀여운 슬립(ⓒ비비안)

페티코트의 진화된 형태라 할 수 있는 슬립은 ‘속치마’로서의 기능보다는 화려한 란제리의 일종이 되었다. 화려한 색상과 무늬에 리본이나 레이스 등의 부자재도 다양하게 장식된다. 하늘하늘한 날개가 달리기도 하고 실루엣이 아른거리는 비침이 있는 스커트가 섹시한 느낌을 더욱 강조하기도 한다.

이처럼 슬립은 여성의 아름다움과 이면의 섹시함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아이템이다. 하지만 실용성을 생각하면 여성들이 자주 손쉽게 구매하기는 어려운 아이템이기도 하다. 

↑원피스 형태의 풀슬립(ⓒ비비안) 

↑캐미솔과 큐롯(ⓒ비비안)

속옷을 선물해도 좋을 만큼 가까운 지인을 위한 날이 있다면 예쁜 슬립을 선물해보자. 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성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센스 있는 선물이 될 것이다.

황혜연 비비안 디자인실 팀장은 "비치는 게 덜하고 길이가 다소 긴 슬립을 선택하면 실내복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실용성까지 챙길 수 있다"며 "또 패셔너블한 슬립은 다른 옷과 레이어드해 연출하거나 파티의상으로 활용하기에도 좋다”고 귀띔했다.

↑비치지 않는 실내복 겸용의 슬립(ⓒ비비안)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 입력 : 2010.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