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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땅콩하우스의 장점, 마당·계단·다락방

[머니위크 커버]단독주택이 뜬다/ "옆집과 싸우면 집 떼가면 돼"

나중에 돈 벌면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시골에다 나란히 집 짓고 살자는 친구에게 요즘 재무현황을 물었다. 집 살 준비가 됐냐는 질문을 기자는 늘 그런 식으로 돌려 말하곤 했다.

“에휴~ 마이너스통장이나 없어졌음 좋겠다. 넌?”
“난 아직도 전세자금 대출이자에 허덕이는 처지다. 쩝”

깊은 한숨이 오가고 나면 으레 ‘일이나 하자’고 서로를 다그치며 현실로 돌아온다. 누구나 알고 있다. 단독주택에 살고 싶다는 꿈은 항상 ‘돈’이라는 현실 앞에서 무너진다는 것을.

땅을 사고 집을 짓는 데 드는 비용이면 같은 면적의 아파트를 두채는 살 수 있다. 겨우(?) 몇천만원 오른다는 아파트 전셋값도 벅찬 마당에 아파트 두채 살 돈을 생전에 쥘 수 있을 지부터가 의문이다.

그런 기자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등장했다. 땅콩주택, 혹은 땅콩집, 또 다른 이름으로 듀플렉스 홈이 그것이다. 땅콩집은 하나의 껍데기에 두개의 땅콩이 들어있는 것처럼 하나의 필지에 두개의 집이 들어선 단독주택의 한 유형이다. 건축가 이현욱 씨(42)와 건축기자 구본준 씨(43)가 공동으로 지은 집이 대한민국 1호 땅콩집이다.


◆주말엔 동물원 원숭이 '인기 만점'

찾아간 곳은 도로 코너에 자리 잡은 이현욱 씨 집이다. 일반적인 단독주택과 달리 담장은 형식에 불과했다. 없다고 보는 편이 낫다. 안주인인 김지영(39) 씨가 기자를 맞이한다.

그녀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가 인터뷰와 촬영 진행 협조다. 벌써 오전에 주택전문지에서 취재를 다녀갔다.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리다 보니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겠다며 “100명쯤 다녀갔나?”고 묻자 코웃음으로 대응한다. “1주일에 다녀가는 사람이 그 정도”라는 무지막지한 대답을 듣고서야 그녀의 코웃음이 이해가 됐다.

“주말이면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분이에요. 무턱대고 집 구경 좀 하자고 들어오시는 분도 있을 정도라니까요.”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꿈꿨던 김씨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별난 집 덕분(?)에 고기 먹는 모습이 다른 사람들의 눈요깃거리로 비춰져서다. 그렇다고 해도 마냥 싫은 것은 아니다. 남편인 이현욱 건축가의 주택철학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다고 생각하면 뿌듯한 마음도 교차하는 게 사실이다.

“요즘 부모들은 자녀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지만 자녀의 주거환경에는 크게 투자하지 않잖아요. 아이들이 층간소음을 걱정하지 않고 문만 열면 흙을 밟고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줬다는 점이 제일 자랑스러워요.”

◆주방은 1층, 거실은 3층

땅콩집은 3층이다. 1개 층의 면적이 53㎡(16평)이다. 3층은 다락이다. 다락 면적을 포함하면 159㎡(48평)으로 웬만한 아파트보다 넓다. 건축법상 2층 주택이지만 평균 층고 1.8m 이하이면 3층 다락방도 지을 수 있다. 그래서 3층은 중간은 높고 벽쪽으로 갈수록 천정이 낮아지는 들입(入)자 형태다.

 
땅콩집의 내부 구조는 남다르다. 흔히 단독주택에 있어야 할 거실이 1층에 없다. 대신 주방과 식탁이 자리한다. 식탁이긴 하지만 공부도 할 수 있고 토론도 할 수 있는 8인 목조탁자가 현관 앞에 놓여있다. 자연스레 가족간 토론이 형성되는 구조다.

현관 옆으로 나있는 디귿(ㄷ)자 모양의 계단을 오른다. 계단 중앙은 3층까지 아무런 구조물이 없이 천정까지 시야가 확보된다. 3층 천정 한가운데 보름달을 연상시키는 구 형태의 등이 있다. 불은 켜지지 않는다. “이곳으로 이사만 오면 모든 것을 다 해주겠다던 남편이 전등 하나 갈아주지 않고 있다”고 김씨가 볼멘소리를 한다.

 
2층에는 안방격인 침실과 자녀 방이 있다. 화장실은 두방 사이에 하나, 안방에 하나 있다. 여느 집 방과 다르지 않다.

3층에는 거실과 자녀의 놀이방이 있다. 거실에는 TV가 책에 포위된 듯한 모습이다. 김씨는 ‘TV가 3층에 있어 잘 안 보게 된다’며 3층 거실의 장점을 설명한다. 자녀 방에는 도화지에 삐뚤빼뚤한 연필글씨로 ‘비밀창고’라는 문패(?)가 붙여있다. 조심스레 방문을 열자 수십가지의 장난감이 보기 좋게 진열돼 있다. “아이의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공간”이라고 김씨가 귀띔을 한다.

 
땅콩집의 반쪽인 구씨의 집은 3층 활용을 서재로 꾸몄다. 두집이 밀착돼 있어 놀이방에서 노는 아이의 소음이 옆집의 서재에서 잘 들리겠다고 떠보자 ‘걱정없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분리 시공을 했기 때문에 전혀 소음이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 이씨는 “만약 서로 틀어져서 이사를 가야할 상황이라면 집을 떼서 가져가면 된다”고 설명한다. 마당을 함께 쓴다는 점을 제외하면 두 집은 각각 독립된 주택인 셈이다.

◆비용은 얼마? 소유는 어떻게?

이씨가 땅콩집을 짓는 데 쓴 비용은 7억3350만원. 구씨와 함께 절반씩 부담했다.

땅값으로 3억6000만원, 공사비로 3억2000만원을 지불했다. 설계비와 취득·등록세는 각각 2000만원씩 들었다. 그밖에 조경이나 기타 잡비가 1350만원이었다.

땅과 집은 공동등기다. 만약 한집이 나가면서 집과 땅을 팔면 공동등기자가 바뀐다. 재산세도 절반씩 부담한다.

단독주택의 유지비용은 단열에 따라 천양지차다. 이씨는 “모바일하우스에서 살 때 겨울철 전기료가 월 100만원 이상 나온 적도 있다. 아내가 당신 건축가 맞냐고 따져 물었을 정도”면서 “땅콩집은 관리비를 아끼기 위해 단열에 목숨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하우스는 이씨가 고안해 낸 17평의 이동식 주택으로 언론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집이다.

창을 적게 내고 목조를 선택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여름에 서늘하고 겨울에 따뜻함을 유지하는 데 최적의 조건이라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이씨는 직접 지어서 살아보고 체험한 뒤 깨달음을 얻는 스타일이다. 그동안 숱하게 이사를 다니고 집을 지은 경험을 땅콩집에 녹였다.

 
그는 단독주택을 30~40대가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녀가 어릴 때 집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는 지론이다. 이씨가 꼽는 땅콩집의 장점 세가지는 마당·계단·다락방이다. 모두 자녀가 추억을 만들기 좋은 공간이다.

“조만간 땅콩집 3·4·5호가 이 동네에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지금처럼 아이들이 서로의 집에 오가며 놀겠죠. 이제 애들이 어디에 있는지 못 찾게 생겼어요”

뿌듯함이 묻어나오는 그의 투정에서 가정의 행복이 느껴진다.

지영호 기자, 사진=류승희 기자, 입력 : 2011.06.0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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