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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요트 디자이너가 있나요?

요트 디자이너 성지원의 꿈과 열정①

그녀는 주저하지 않는다. ‘성지원’이라는 이름 앞에 ‘대한민국 최초 요트 디자이너’라는 수식어로 자신을 소개하는 것에 대해. 새로운 인생을 결심할 때도 망설임은 없었다. 그리고 ‘대한민국 최초 요트 디자이너, 성지원’으로 살아 온 지 8년 여. 강산이 한번 변한다는 시간동안 후회가 없었다면 거짓말일 게다. 하지만 요트에 대한 짝사랑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뜨거워졌다. 그녀의 이런 열정은 터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세계에서도 통했다. 파워보트에서 슈퍼요트까지 자신의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런 이유다. 『제1회 창의적 미래형 선박 콘테스트』대상 수상, 한강 유람선 외관 디자인 등 한국 활동에서도 그녀의 요트에 대한 고집스런 사랑을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리고 현재는 주)대유 부대표로 근무하며 여전히 요트와 디자인의 어울림을 고민하고 있다.

여는 글

인테리어 디자이너, 요트를 만나다.

나는 요트 디자이너다. 사람들은 묻는다, “우리나라에도 요트 디자이너가 있느냐”고. 나는 반문한다, “제가 지금 하고 있으니까 요트 디자이너가 있는 거겠죠?” 라고. 혹시라도 아직까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우리나라 요트 디자이너가 있을지 모르겠다. 최근 요트 열풍과 함께 몇몇 국내 기업체에서 요트를 제작하고는 있다지만, 설계디자인만큼은 해외에 의존해왔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 가운데 나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요트를 직접 설계해서 세상에 선보인 ‘대한민국 최초의 요트 디자이너’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 8년여 동안 여러 척의 배를 디자인했다. 카타마란형 시네마보트, 수륙 양용 제트스키, 다이나믹한 외관의 파워요트는 물론, 다양한 형태의 플로팅 하우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해양 디자인 작업을 수행해왔다. 2008년에는 산업자원부 모터보트 육성사업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선외형 워터젯 엔진을 장착한 카타마란 모터 보트 ‘헤라’를 디자인했다. 이 배는 2009년에 건조되어 목포 앞바다에서 시운전을 마쳤다. 최근에는 이탈리아의 요트디자인 업체와 합작으로 슈퍼 요트와 메가 요트 디자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터키와 네덜란드의 요트 디자인업체들로부터 요트 디자인에서부터 해상프로젝트 총괄 디자인까지 다양한 파트너십을 구축해가고 있다.

요트의 안팎을 설계하고 건조하는 일은 푸른 바다를 하얗게 빛나는 멋진 요트를 타고 자유롭게 항해 하는 것만큼이나 모두가 부러워하는 일이라고 여겨진다. 요트 디자인 역시 정말이지 매력적인 직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요트에 매진해 온 지난 8년간, 바다는 늘 푸르지만 않았으며, 파도 또한 거세게 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요트로 인해 활짝 웃기도 했고, 요트로 인해 펑펑 눈물 쏟은 적도 많았다.
 

요트, 그 뜻밖의 만남

솔직히, 뜻밖의 기회로 시작한 일이었다. 첫 계기는 CS마린 박창환 사장으로부터 ‘요트 디자인을 한 번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한 경력과 열정을 높이 산 그는 나에게 여러 요트와 플로팅 하우스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넘겨 보여주며 설득했던 것이다. 가슴이 뛰었다. ‘이게 내 천직’이라는 확신에 전율하기까지 했다.

우리나라 조선산업이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크루즈 분야만큼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요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벌크선 같은 큰 배를 설계하고 제작할 능력은 있지만, 내부 공간 하나하나를 실용적이면서 미적인 감각으로 채워나갈 전문적인 선박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없는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 요트 디자인 제안은 정말이지 파격적인 것이었다. 나는 몇 초도 망설이지 않았다.

“좋아요, 해봅시다.” 그렇게 무모하리만큼 도전한 요트 디자인이었고 걸음마부터 하나씩 배워나가야 하는 입장이었다. 시작 단계에서는 ‘무모한 도전’이라며 수없이 만류하는 주변 사람들을 설득해야 했고,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는 와중에는 ‘그만 포기하는 게 어때?’ 하는 쓰디쓴 말들도 버텨내야 했다. ‘지원, 너는 왜 이 일을 하려고 하니?’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 모두들 퇴근한 사무실에 홀로 앉아 캐드 도면을 들여다보며 스스로에게 되물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대답은 의외로 쉽게 나왔다. ‘요트는 내 인생이기 때문이야’라고. 너무나도 단명한 답변 때문일까? 다시금 자신을 추스르고, ‘힘을 내자’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그리고 힘이 들면 들수록 요트를, 요트만을 궁리했다. 그런 시절이 벌써 8년이 지나고 9년째로 접어들었다.

‘요트 디자이너입니다’라고 내 직업을 밝히면 돌아오는 반응은 백이면 백, 모두 ‘우와’였다. 멋진 요트로 푸른 바다를 가르는 일 마냥 요트 디자인도 덩달아 화려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그들 앞에서 씁쓸한 웃음을 지어야 했던 지난 날들, 요트와의 사랑에 빠진 8년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결코 잘나서도 아니고, 벌써 무언가를 이루었다고 자만해서도 분명 아니다. 단지 이 연재를 계기로 지금까지의 요트 디자인 작업을 찬찬이 되짚어보고, 이 일에 더욱 매진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모색하고자 하는 게 내 작은 바램이다.

요트피아 성지원 칼럼위원 yachtpia@yachtpia.com
2011.06.14 13:47 입력 | 2011.06.14 15:31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