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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나를 사로잡은 최고의 디자인들

가위에 사로잡히다  
1977년이었나, 미국에서 사는 친척이 우리 집에 이 녀석을 선물했다.


예전에는 가위는 선물로 하지 않는 것이 관습이었다. 그런데 왜 가위를? 써보고서 그 이유를 알았다.

아주 잘 들어서? 아니다.

너무 편해서였다. 정말 ‘더럽게’ 편했다. 손가락 모양에 딱 맞아떨어지는 손잡이는 기존 우리나라 가위들에선 볼 수 없었던 놀라운! 사용감을 줬다. 세상에 이렇게 편한 가위가 있다니, 놀랄 정도였다. 오렌지색은 또 얼마나 귀여운가. 당시만 해도 ‘외제’에 대한 환상이 대단했던 시절이다. 국산 일사용품의 수준이 높지 않았기에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미국사는 친척이 줬으니 당연히 저 가위는 미국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은 가위도 끝내주는구나.’ 어린 나이였지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 멋지면서도 무지하게 편한 가위로 신나게 색종이를 오리면서 ‘인체공학’이란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살면서 처음으로 실감했다. 디자인 하나가 얼마나 사람 편하게 해주는지도. 물론 디자인이란 단어도 몰랐지만. 나중에 저 가위가 피스카스 제품임을 알게 됐다. 그리고 가위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도 만든다는 것도. 바로 이런 것들 말이다.

알고 보니 피스카스는 미국 회사가 아니었다. 우리에겐 꼭 북반구 반대편에 있는 머나먼 나라, 핀란드 회사였다. 피스카스는 핀란드를 대표하는 제조업체 중의 하나다. 핀란드라고 하면 노키아가 가장 유명하지만, 피스카스도 국가대표급이다. 적어도 가위에선 당할 업체가 없는 지존이다. 피스카스의 역사는 무려 지금부터 4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649년에 이 회사가 시작되었다. 당연히 핀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회사다. 저 제품 목록들을 보면 알 수 있듯, 피스카스는 가위만이 아니라 여러가지 용품들을 만든다. 주로 정원용품을 비롯한 가정용 도구들이다. 그리고 늘 오렌지색이 들어간다. 핀란드 안에서 오랜 역사를 이어오다가 이 피스카스가 세계적 히트를 친 것이 바로 저 가위였다. 피스카스의 가위는 1967년 선보였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손잡이를 플라스틱으로 만든 신제품이었다. 손잡이를 플라스틱으로 도톰하게 만드는 수준이 아니었다. 인체공학을 접목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가위에 탄복했고, 피스카스는 가위 황제가 됐다. 오렌지색 가위가 브랜드 이미지가 되면서 이후 피스카스는 모든 제품에 저 오렌지색을 넣어 브랜드 이미지를 통일했다. (물론 저 인기 가위는 오렌지색만은 아니다. 수많은 색깔이 있고, 요즘에는 상쾌한 꽃무늬 프린트가 들어간 손잡이 디자인도 선보이고 있다.) 나중에 보니 피스카스 제품들은 가위처럼 다 탐나는 놈들이었다. 이런 놈, 멋지지 않은가.

 
물론 저 도끼를 준다고 장작을 팰 것 같지는 않아도 괜히 하나쯤 놔두면 근사해 보일듯한 디자인이다. 마음 같아선 이렇게 다 구비하고 싶지만…. 내가 목수나 정원사가 아닌 이상 그냥 좋아라만 한다.

이야기가 쓸데없이 빠져나갔는데, 좌우지간 중요한 것은 저 피스카스가 당시 아홉 살짜리였던 내게 디자인과 인체공학이란 것을 가르쳐준 첫 번째 물건이란 점이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저 피스카스가 핀란드 것이란 것을 알게 된 뒤 바로‘`북유럽 디자인’에 호감을 가지게 한 물건이기도 하다는 이야기란 거다.

그리고 의자에 사로잡히다

디자인에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면서 북유럽 디자인은 늘 내게 대단한 로망의 세계였다. 피스카스 가위에 이어 북유럽 디자인에 대한 환상을 강하게 만들었던 것은 알바 알토란 이름을 알게 되면서였다. 고등학교 때쯤 잡지에서 알토를 접했고, ‘디자인이란 정말 놀라운 것’ 임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알토는 핀란드 최고의 슈퍼스타였다. 우리로 치면 백남준에 윤이상과 김연아를 더한 것만큼 핀란드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건축과 디자인 두 분야에서 역사를 새로 쓴 거장 중의 거장, 오죽했으면 핀란드 사람들이 자기네 돈에 이 양반 얼굴을 넣었겠느냔 말이다. 누가 뭐래도 알토의 대표작은 이것.

너무나 흔한 이 의자가 바로 알토의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위대한 발상이다. 이 의자의 위대함, 다시 봐도 늘 감탄한다.

의자를 쌓을 수 있게 만든다는 것. 이 발상 하나로 알토는 디자인사를 썼다. 그가 저 의자를 만든 것은 1932년이었다. 알토의 부인인 아이노 마르시아는 알토처럼 건축가였는데, 사업도 잘했다. 마르시아는 아르텍이란 가구 회사를 만들었고 저 의자를 만들어 팔았다. 지금 아르텍은 최고의 가구 업체이자 세계 디자인사의 걸작들을 생산하는 명품 브랜드가 됐다. 그 출발에 저 간이 의자가 있다. 동그란 엉덩이 받침에 부드럽게 휜 합판 다리를 붙인 극도로 간단한 모양인데도 아름답다.

중요한 것은 ‘늘 아름답다’는 것이다. 질리는 법이 없다. 항상 우리 곁에 있었던 것처럼 친숙한데, 볼 때마다 귀엽다니. 게다가 저렇게 쌓아 올라가면 나선형 탑처럼 모양이 생겨서 쌓인 모습조차 근사하다. 알토는 그래서 천재이며 거장이다. 디자인 저술가 캐서린 맥더머트는 저 의자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알토의 위대함은 시대에 앞선 동시에 시간을 초월하는 디자인을 보여주었다는 점에 있다”고. 정말 정확하고 멋진 설명이다. 알토가 저 놀라운 의자를 선보이기 전인 1931년께 만든 이 의자는 또 어떤가.

쌓을 수 있는 간이 의자 못잖게 친숙한 이 의자가 바로 알토의 작품이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유려한 곡선, 가볍고 산뜻한 느낌. 야외건, 집안이건, 실내가 무슨 색이건 어디에 놓아도 어울리는 놀라운 물건이었다. 역시 디자인사의 걸작으로 두고두고 평가받는 알토의 대표작이다. 이 의자의 이름은 ‘파이미오 의자’다. 그리고 이 파이미오 의자는 환자들을 위해 만든 것이었다. 알토는 당시 결핵 환자들을 위한 병원인 파이미오 요양원의 인테리어를 맡게 됐다. 요양원에는 넓은 공간이 있었는데, 몸이 안 좋은 환자들이 오랫동안 앉아있기 편한 의자를 구상했다. 그래서 저 의자가 나왔다. 알토는 처음에는 앉는 부분을 쇠로 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쇠의 느낌이 차가워 환자들에게 좋지 않을 듯해 나무판으로 만들었다. 핀란드에 가장 흔한 나무 중 하나인 자작나무는 얇게 잘라 여러 겹을 붙인 합판으로 쓰는데, 이 자작나무 합판을 적시면 구부린 모양을 만들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앞서 소개한 쌓는 간이의자도 바로 이 자작나무 합판을 휘는 방식이다.) 이 의자 개발에 걸린 기간은 무려 3년. 얇지만 탄력이 있고 앉으면 차갑지 않은 의자는 그런 오랜 실험과 고민의 산물이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놀라운 주목을 받았다. 병원뿐만 아니라 집안에도 어울리는 현대적인 분위기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베스트셀러이자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스테디셀러로 사랑받게 됐다. 이런 대중화는 알토가 가장 바라던 바이기도 했다. 알토가 맹활약하며 전성기를 열었던 20세기 초반은 `디자인’이란 개념이 처음으로 자리 잡은 시기였다. 당시 디자이너들의 가장 큰 목표는 새로운 기술로 만든 좋은 제품으로 새로운 삶을 담아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디자인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보여주는 제품들을 대량 생산해 보다 싸게 보다 많이 대중들에게 보급하려 했다.

그래서 나온 전략이 바로 공공시설들에 디자인 제품을 선보이는 것.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병원과 학교 같은 곳이 최적이었다. 알토의 파이미오 의자는 바로 그런 디자인 개척기의 역사를 담고 있는 역사적 물건이다. 알토의 후속작 쌓을 수 있는 간이의자 역시 이런 전략의 산물로, 러시아의 비푸리 도서관에 납품하려 만든 것이었다. 정식 이름은 ‘스태킹 스툴 모델 No.60’. 파이미오 의자에 이어 이 간이의자로 알토는 연타석 만루 홈런을 날렸다.

북유럽, 디자인이 세긴 세구나

다시 이야기가 옆으로 빠져 돌아오면, 핀란드의 자랑인 가위와 의자로 나는 핀란드 디자인에 푹 빠졌다. 디자인이라고 하면 이탈리아와 프랑스부터 떠올렸는데 그게 아니라 핀란드를 빼먹으면 큰일이 나는 구나, 란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에로 사리넨도 핀란드계 아니었던가. 그런데 핀란드만이 아니었다. 핀란드의 옆 나라 스웨덴도 그 못지않았다. 스웨덴만도 아니었다. 스웨덴 윗나라 노르웨이도 절대 디자인에서 뺄 수 없는 나라였다. 스칸디나비아 세 나라 모두 디자인의 역사를 쓴 주역들이었다. 그리고 스칸디나비아 바로 밑 덴마크도 디자인 강국이었다. 아르네 야콥슨 한 명만으로도 덴마크는 두고두고 디자인 분야에서 목에 힘을 줄법한데, 야콥슨의 제자인 베르너 팬톤까지 있으니 이만한 디자인 강국이 또 어딨겠나. 아, 덴마크 이야기에서 포울 헤닝센을 빠뜨려선 안 되겠다. 언제나 나를 사로잡는 이 전등이 바로 헤닝센 디자인이다.

한 떨기 국화가 전등이 되어 빛으로 피어난 듯. 늘 탐내는 놈이다.

게다가 나중에 알게 된 이 인간도 정말 매력적이다. 바로 카이 보예센이란 덴마크 디자이너다. 그의 대표작은 요 녀석.

그냥 보고만 있어도 사고 싶어졌다. 만지작거리는 느낌이 마구 기대되는 그런 장난감 아닌가. 친환경 웰빙 장난감에다 공예 디자인 장난감이어서 아들에게 사주고 싶었지만 이러구러 하다가 레고로 직행(생각해보니 레고도 덴마크 것이다.). 실은 내가 더 갖고 싶은 아이템이다. 저 보예센의 나무 원숭이는 손이 고리 손잡이처럼 되어 있어서 진짜 원숭이처럼 여기저기 매달아 놓을 수도 있다. 오~! 그리고 원숭이 못잖게 귀여운 시리즈가 줄줄 이어진다.

이 어찌 탐내지 않을쏜가. 역시 물론 사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도 덴마크네? 였다는 것. 덴마크, 디자인에선 핀란드 못잖았다. 레고 하나만으로도 한 수 접어줄 수밖에.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에 덴마크까지, 이 네 나라를 엮는 이름은 바로 북유럽. 북유럽은 디자인에 관한 한 정말 놀랍고 매력적인 나라들이었던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북유럽 디자인은 바로 아래 독일이나 그 아래 프랑스, 이탈리아 디자인과는 다른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그건 저 알토의 의자들처럼 나무 같은 천연재료를 많이 쓰고, 정말 단순하게 생겼는데 세련됐고, 그래서 질리지 않고 오래 쓰는 것이었다. 이 북유럽 디자인의 매력은 나이가 들수록 더 끌리는 것도 특징이었다. 화려하고 우아한 것들보다 깔끔하고 소박하지만 절제된 우아미가 점점 더 좋아진 것이다. 90년대 이후 세계 디자인계를 휩쓸기 시작한 네덜란드 디자이너들의 재치와 발상에도 눈길이 갔지만, 만약 나보고 집에 놓고 쓸 물건을 사라고 한다면 무조건 북유럽 디자이너 것들을 고를 것이다. 그 이유는, 역시 두고두고 쓰기엔 북유럽풍이 더 실용적이기 때문이다(물론 경제적 능력 때문에 사지는 못했지만). 조너선 아이브? 필립 스탁? 한번 보긴 예뻐도 오래 쓰다 보면 왠지 때도 많이 타고 쉽게 낡을 듯해서 싫다. 나오토 후카사와? 카림 라시드? 손으로 만든 느낌이 없어 역시 패스.

톰 딕슨? 도대체 살림집에 어울리겠느냐고. 나무 제품에 대한 원초적 끌림 때문에라도 언제나 로망은 북유럽 디자인이다.

노르웨이의 천재, 의자의 개념을 바꾸다

그러면 알토 이후 또 다른 북유럽 스타 디자이너는 누가 있을까? 아마도 노르웨이의 천재 페터 옵스빅일 듯하다. 그가 70년대 만든 이 가구는 실로 놀라웠다. 그리고 지금 봐도 여전히 놀랍다.

이게 바로 페터 옵스빅의 출세작인 ‘트립 트랩’이란 놀라운 의자다. 딱 봐도 아기용 의자인데 뭐가 놀라우냐고? 그건 이렇기 때문이다.

트립 트랩은 처음 보면 키가 작은 아이들이 식탁 높이에 맞게 앉을 수 있는 키높이 의자다. 그런데 거기서 머무르지 않는다. 나무판을 홈에 끼워 높이를 조절할 수 있어 누구나 의자로 쓸 수 있다. 의자 하나면 온 가족이 자기 키에 맞게 앉는다! 그런데 여기서도 머무르지 않는다.

이 의자 하나면 아기가 커서 어른이 될 때까지 쓸 수 있는 것이다. 평생 같이 가는 의자가 트립 트랩이다. 나온 지 어느새 40년 가까이 된 72년생 쥐띠인 저 트립 트랩 의자는 노르웨이의 국민 의자일뿐더러 전세계적으로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모양이 간단해 꼭 정품을 사지 않고 카피해서 쓰는 이들도 엄청나게 많다. 이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등장한 페터 옵스빅은 이후 정말 다른 디자이너들은 생각 못할 법한 놀라운 아이디어들을 이어갔다. 그게 바로 ‘중력 균형 의자’다. 이름하여 그래비티 발란스 체어.


이 의자는 저 사진으로만 보면 흔들의자의 변형처럼 보인다. 그러나 놀라운 새로움이 들어있다. 의자는 보통 사람의 움직임을 강제한다. 의자 자체가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력 균형 의자는 의자 자체가 사람이 원하는 여러가지 자세로 움직여준다. 바로 요렇게.


아주 푹 누워 자고 싶으면 뒤로, 중간 각도로 기울고 싶으면 중간으로, 앞으로 숙이려면 앞으로. 물론 그럼에도 넘어지지 않는다. 옵스빅이 저 의자를 만든 것은 날카로운 관찰력과 추론 능력 덕분이었다. 누구나 의자에서 한 자세로만 있지는 않는다. 옆으로 꼬고, 뒤로 기대고, 앞으로 당겨 앉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여러 위치를 사람은 한 자세로 있으면서 의자가 움직여주면 안 될까? 왜 안 되겠느냔 말이다. 저렇게 의자를 만들면 되지. 실제 그는 이런 의자를 만들어냈다.

이걸 어린이용으로 만들 수도 있다. 이렇게 나왔다.

낮은 쪽에 앉아서 높은 판을 책상처럼 쓰는 의자, 책을 보면서 앞뒤로 기분 좋게 흔들거리는 의자. 역시 중력 균형 의자다. 이런 의자를 만들어낸 페터 옵스빅은 그래서 천재라는 칭호가 어울린다. 노르웨이 디자인, 덴마크 못잖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유럽 디자인, 제대로 만나보고 싶다면

북유럽 디자인에 관심은 많았지만, 실제 디자인 연구자도 아닌 내가 자료를 찾아가며 들여다보진 못했다. 마땅히 소개해주는 괜찮은 책도 없어 궁금해하기만 하던 터였다.

그런데 최근 모처럼 북유럽 디자인을 소개하는 쉽고 편한 입문서가 나왔다. 이름도 북유럽 디자인처럼 간단 명료하기 짝이 없다. <북유럽 디자인>. 정말 단순하구먼. 바로 이 책.

지은이는 안애경씨. 핀란드에서 사는 디자이너 겸 아트디렉터 겸 아티스트다. 핀란드 등 북유럽 문화를 우리에게 알리는 작업을 해왔는데 이번에는 이 책을 냈다.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일단 가격이 몹시 ‘착하다’! 펼쳐보기만 해도 제법 비쌀 법한데 값은 2만2000원. 이 정도 두께에 이 정도 편집이면 다른 책이면 3만원을 훌쩍 넘기기 일쑤인데도 저렴하게 값을 매겼다. 그러나 이 책이 더 마음에 드는 이유는 서술 방식이다. 디자인 이론이나 어려운 용어는 일절 사절. 정말 간결하면서도 쉽게 북유럽 디자인의 매력과 특징을 짧게 설명해준다. 그리고 괜한 설명 대신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디자인 걸작들의 사진이 실로 풍성하다.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이런 것들.

사진만으론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녀석, 이렇게 쓴다고 한다.


레몬즙짜개였다. 귀엽다! 그리고 너무나 깨끗해 보인다. 톤피스크란 회사 제품이라고. 이 톤피스크란 회사 제품으로 책에서 소개하는 것으로 더 눈길이 간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새하얀 컵을 나무 손잡이가 받쳐주고 있다. 뜨거운 잔을 쥐기 어렵기 때문에 보통 골판지나 비닐로 대는 부분을 아예 나무로 한 것이다. 이 사소하지만 다른 디자인은 북유럽 디자인의 근본적 특질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일회용을 배격하고, 나무 같은 자연재료를 추구하는 점이다. 그리고 여자들이라면 눈길 갈 법한 그릇들.


포트메리온이나 쯔비벨무스터, 웨지우드와는 확연히 다른 북유럽 디자인의 유전자가 잘 드러난다. 이번엔 남자인 내가 봐도 탐나는 등.


이 책 <북유럽 디자인>에서 처음 만나게 되어 반가웠던 디자이너는 오이바 토이카란 핀란드 사람이었다. 디자이너 겸 아티스트라고 하는 게 맞을 듯했다. 유리 공예가 특기인 모양인데 그 모양이 실로 좋았다.

아, 이 또한 어찌 탐나지 않겠는가.


아, 이건 더 매력적.

그러나 이 보기만 해도 사고 싶어지는 물건들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지은이 안애경씨가 소개해주는 북유럽의 공공 디자인이었다. 절대 튀지 않고 환경과 공간 속에 녹아들어가는 듯한, 그러면서도 뜯어보면 고수의 숨결이 절로 느껴지는 공공 디자인은 정말 튀자고 작정하는 우리나라 공공 디자인과는 정반대였다.

계곡 따라 낸 저 길과 난간의 모습, 실로 매력적이었다. 자연 속에서 인공물이 취해야 할 겸손함과 절제미가 모범적이다.

그리고 가장 북유럽스러웠던 것.

▲ 사진= 안애경

북유럽 특유의 자작나무로 멋을 냈지만 결코 튀지 않으며 은근하게 존재감을 내는 구조물이다. 책 <북유럽 디자인>은 디자인의 본질, 그리고 북유럽 디자인이 그 본질을 어떻게 구현하는지를 세세하게 설명해준다는 점에서 북유럽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처음으로 만나보기에 맞춤한 책이다. 내 허접한 설명보다 전문가인 지은이의 간결한 설명으로 디자인과 본격적으로 친구가 되어보시길 권한다. 나 역시 많은 궁금함을 해결해준 지은이에게 독자로서 감사를 표하고 싶다.

참, 난 지은이 전혀 모른다. 출판사도.

구본준의 거리 가구 이야기
http://blog.hani.co.kr/bonbon/  

기사등록 : 2011-05-06 오전 11:31:55  기사수정 : 2011-05-06 오후 12: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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