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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신간안내]'북유럽 디자인, 얼음판이 공공디자인?'

“빈부·계급 떠나 인간 중시하는 디자인”
‘북유럽 디자인’ 책 펴낸 안애경씨

“북유럽 사람들은 디자인을 일상과 따로 떼어서 생각하지 않습니다. 생활의 일부일 뿐이죠. 이를테면 노동자들이 편하게 입고 일할 수 있는 작업복이나, 농부가 사용하기에 편리한 농기계를 만드는 것이 바로 디자인 개념입니다.”

17년째 핀란드에서 살며 디자인을 중심으로 한 한국과 북유럽 문화교류의 가교 역할을 해온 디자이너 겸 독립 큐레이터 안애경(사진)씨는 “핀란드 디자인의 본질은 자연 그대로를 담는 것, 그리고 인간의 삶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2009년 ‘핀란드 디자인 산책’을 펴내 국내에 핀란드의 친자연적인 디자인을 본격 소개한 안씨는 이번엔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까지 포함한 북유럽 전체의 디자인을 담은 ‘북유럽 디자인’(시공사)을 출간했다.

28일 저녁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가진 출판기념회 직전 기자와 만난 안씨는 한국에서의 북유럽 디자인 열풍에 대해 “우리가 본래 가지고 있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애써 파괴하면서 그 아름다움을 다른 곳에서 찾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자연과 전통 앞에서 겸손하고 계급과 빈부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을 중시하며, 일상 속의 기능성을 우선시하는 북유럽 디자인은 현대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제시해 준다”고 귀띔한다.

그는 “우리나라 벤치의 팔걸이를 부착한 것이 노숙인이 누워 자는 걸 예방하려고 일부러 그랬다는 말에 경악했다”며 “벤치는 앉거나 누워 쉬는 게 본래 기능이고, 벤치를 이용하는 데 계급과 빈부 차가 존재해서야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정진 기자
입력 2011.02.13 (일) 11:12, 수정 2011.02.13 (일)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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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디자인, 얼음판이 공공디자인?' <북유럽 디자인>,안애경 지음, 시공아트

인간에게 디자인은 무엇일까? "디자인은 일상이다." "디자인은 전통과 현대의 공존이자 자연과의 만남이다." "디자인은 특정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이다." "디자인은 정직하다" 북유럽 디자인의 특성에 대해 <북유럽 디자인>의 저자 안애경씨는 이렇게 정의를 내렸다. <핀란드 디자인 산책>(나무수,2009)을 펴냈던 안씨는 이번엔 시야를 북유럽으로 넓혀 <북유럽 디자인>(시공사,2011)을 들고 한국독자들을 찾았다. 핀란드에 사는 안씨는 아티스트, 디자이너,큐레이터, 아트 디렉터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한국과 핀란드에서예술과 디자인, 어린이 예술교육 관련 프르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북유럽 디자인, 얼음판이 공공디자인?'안씨는 <북유럽 디자인>에서 어떤 것을 담으려고 했을까? 그건 디자인에 녹아있는 정신이다."유럽 디자인은 자유로운 정신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죠. 디자인에 있어서 디자인의 민주화가굉장히 중요해요. 사회와 디자인은 따로 떼서 보면 안됩니다. 디자인이 바로 일상에 녹아 있죠." 디자인은 일상인 것이다. 그래서 북유럽 디자인은 특정브랜드만의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끊임없이 순환되고 있다고 한다.

북유럽 디자인의 '전통'개념은 우리와 확연히 다르다. "북유럽 디자인은 전통과 자연이 그대로 살아남아 있어요. 이건 말로만 떠드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실천되고 있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북유럽 디자인에 열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안씨는 진단한다."그것은 그만큼 우리 것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죠. 우리는 '전통'하면 조선시대만 떠올리는데, 북유럽에선 전통과 현대가 끊임없이 공존하고, 그들은 현재의 모습이 내일의 전통이라고 생각하죠.이런 걸 일상에서 수없이 발견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에서나 보는 '박제된 전통'이 아니라, 현재의 생활 속에서 '살아숨쉬는 전통'인 것이다.

그렇다면 북유럽 디자인의 특성을 단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를 꼽는다면 어떤 것일까?안애경씨는 한 공공디자인을 예로 들었다. 그건 '헬싱키 앞바다의 얼음판'이었다. 꽁꽁 얼러버린 바다 위로 무수한 사람들의 발자국이 나 있다. 전혀 손대지 않은, 자연 그 자체가 공공디자인인 것이다.안씨는 이것을 경험하고 공공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었다고 한다."디자인이란 때로 인간이 지켜야 할 질서라는 생각이 든다. 규제하거나 규제받지 않는 자율적인 질서. 그리고 그 질서는 자연스럽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사회를 이어가는 원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자연에 이미 그 질서가 존재한다면, 이간이 감히 손댈 수 없는 가치가 이미 그 안에 있다면, 자연은 디자인에 우선하는 것이 아닐까?"(<북유럽 디자인> 214쪽)

<북유럽 디자인>에 실린 사진 중 너무 익숙하여 이게 왜 실렸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 있다. 그건 공원벤치였다.(이 책 227쪽) 그 흔한 벤치가 왜 이 책에 실린 건지 안씨에게 물었다. 설명을 듣고 나니 금세 그 궁금증이풀렸다.벤치가 돌출형이 아니라, 벤치의 설치 위치가 보행도로보다도 벤치만큼 안쪽으로 들어가 있었다. 보행자들이 앉아있는 사람들의 다리에 방해받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쓴 것이다.

북유럽 디자인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하지만 이 책은 북유럽 디자인을 그대로 우리에게 적용하는 것이 답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우리 사회와 문화에 맞는 우리만의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지역에서 그 근원을찾아 나나가야 한다는 것이 바로 이 책이 전하는 메세지다.


<북유럽 디자인>, 안애경 지음, 시공아트 출판, 308쪽, 22,000원

CBS문화부 김영태 기자 great@cbs.co.kr
2011-04-30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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