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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아이패드2 뜯어보니…] (上) 애플의 글로벌 `바잉 파워`

[아이패드2 뜯어보니…] 
(上) 애플의 글로벌 `바잉 파워`…원가 700弗짜리 제품 499弗로 낮췄다
 
● (上) 499달러의 비밀

제조원가만 540달러…알루미늄 케이스 80달러, 9.7인치 LCD모듈 90달러
잡스의 '외줄타기'…한 번에 수백만개 발주, '超박리다매' 부품 조달
 

"가장 좋은 부품을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방식으로 조립했습니다. 그러고도 이 가격에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게 놀랍기만 합니다. "

지난달 29일 한 휴대폰 제조업체 연구소.이날 국내에 출시된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2를 분해하는 자리에서 휴대폰 기기 설계 전문가 K씨는 이렇게 말했다.

애플은 전통적으로 고가지만 이용자 편의성을 중시한 제품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아이패드2 부터는 최저 499달러로 가격을 끌어내리며 다른 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최대 피해자는 2월 말 출시된 799달러짜리 모토로라 '줌'이 꼽힌다. 한때 '아이패드 대항마'로 기대를 모으던 줌은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가격 경쟁에 불을 붙인 뒤 불과 2만5000대만 팔렸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몰락했다

◆알루미늄 케이스 하나에 8만~9만원

애플발 가격전쟁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부품은 알루미늄제 뒷면 케이스다. 미끈한 바깥면과 달리 안쪽은 온갖 홈이 파여져 있고,그 안에 조그만 부품들이 들어차 있다. K씨는 "고성능 NC(수치제어) 기계로 일일이 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방식을 채택할 경우 소형 경량화가 가능하지만 생산성이 떨어진다. 국내에서 이 같은 형태로 가공하려면 8만~9만원은 줘야 한다.

움푹 파인 곳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도 마찬가지다. 조립에 일일이 사람의 손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는 대만 업체 홍하이(鴻海)가 맡은 조립 비용을 개당 10달러로 봤다. 하지만 홍하이라도 그정도 금액을 받고 조립해주기란 쉽지 않을 거라는 게 K씨의 분석이다.

터치스크린은 겉면 강화유리,터치 패널,비산 방지 필름 등을 층층이 쌓아올려 한번에 만드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택했다. 테두리 부분 플라스틱도 이 과정에서 함께 조립된다. 맨 앞면 유리는 미국 코닝사의 '고릴라 글래스' 강화유리가 쓰였다. 옆 테두리에는 전원 버튼 및 앞면 카메라용 회로 일부가 붙여져 있었다. 조립업체는 대만 터치패널 전문업체 TPK.다른 휴대폰 업체 디스플레이 전문가 L씨에게 생산 원가를 물으니 "수율이 낮아 질 수밖에 없어 개당 70~80달러는 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LCD 디스플레이 모듈에는 LED램프 36개가 가로 부분에 일렬로 붙어있다. L씨는 "HD급 화상을 얻을 수 있는 고급형인데다 LED램프를 이렇게 붙이면 도광판을 두 개 써야 한다"고 말했다. 추정 원가는 80~90달러로 일반적인 9인치급 LCD 모듈 가격 50~60달러보다 비싸다.

◆애플의 '외줄타기'

이런 과정을 통해 추정된 아이패드2의 제조 원가는 520~540달러 정도다. 애플처럼 대량으로 조달하지 않고 시장에서 범용 부품을 구매한다는 가정에서다. 여기에 본사 임직원의 인건비 개발비나 애프터서비스에 필요한 비용을 생각하면 총 원가는 아무리 낮게 잡아도 700달러 선은 넘을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아이서플라이가 추산한 제조원가 333.25~336.60달러보다 훨씬 높다.

전문가들은 이 같이 차이가 벌어지는 이유로 '초(超) 박리다매'를 유도하는 부품 조달 전략을 꼽고 있다. 애플은 한 종류의 제품을 수백만대 이상 생산하면서 이를 이용해 부품구입 비용을 대폭 끌어내린다. 부품업체들은 물량이 워낙 큰 데다 다른 업체와의 경쟁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고정물량이 확정돼 있기 때문에 신규투자를 하는데도 큰 부담이 없다. 자사 제품에 열광하는 수천만명의 '애플교(敎) 신도'를 갖고 있는 스티브 잡스만이 가능한 외줄타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

입력: 2011-05-01 17:40 / 수정: 2011-05-03 01:48 |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