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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유러피안 스타일의 재해석

북유럽 디자인과 이태리 슈즈, 패션 넘어 생활문화로

강은영 기자 kiss@hk.co.kr
 
서울 명동 한복판에 유럽의 물결이 요동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패스트패션 열풍을 몰고 온 자라(ZARA)와 H&M은 각각 스페인과 스웨덴 출신. 한국에 입성한 지 불과 1~3년밖에 안된 이들 브랜드는 실용주의 컨셉트로 한국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중이다. 한국에서의 매출도 계속 상승 중이라고 하니, 옷에 있어서는 유럽의 실용주의 노선을 인정해야 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패션뿐만 아니라 그들의 감성이나 스타일까지 한국 상륙을 외치고 있다. 입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매고, 걸고, 신고, 쓰는 문화를 만들려고 한다. 생활 문화로 서서히 밀려들어 오는 유럽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신사동 가로수 길에 부는 노르딕 바람

'북유럽을 서울 신사동 가로수 길에서 만날 수 있다?'

고독의 그림자가 보이는가? 북유럽의 차갑지만 희망적인 기운이 신사동 가로수 길에 엄습했다. 새하얀 눈에 뒤덮인 북유럽의 깨끗한 설렘도 마다할 수 없다. 차분하면서도 자연친화적 감성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이다.

▲이태리 주얼리 브랜드 '트롤비즈' 

이미 가로수 길에는 북유럽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매장들이 들어섰다. 36년의 역사를 지닌 덴마크의 참(CHARM) 주얼리 브랜드 트롤비즈(Trollbeads)와 스칸디나비아 무드의 핀란드 대표 브랜드 마리메코(Mariemekko), 스웨덴 문구 브랜드 북바인더스디자인이 그 주인공. 이들 브랜드는 북유럽의 고요함과 정갈함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태리 주얼리 브랜드 '트롤비즈

먼저 트롤비즈의 디자인은 노르딕 문화를 살짝 엿볼 수 있다. 디자인은 참으로 간단하다. 대표적인 액세서리인 팔찌만 봐도 그렇다. 은은한 모양의 잠금 장치를 갖춘 실버 줄에 동양적 향수가 풍기는 글라스비즈가 달려있다.

동양적 색채가 가미된 건 '참'의 문화 때문이다. 참은 작은 장식물을 의미하는데 소원을 빌거나 액운을 쫓기 위해 예로부터 몸에 지녔던 물건. 트롤비즈의 참에는 이런 관습을 담아낸다.

신화, 점성술, 동화, 동물, 식물 등 다양한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었다. 재료도 골드, 실버, 이탈리안 무라노 글라스, 천연진주와 천연호박 등으로 가공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자신이 원하는 글라스비즈를 선택해 나만의 주얼리를 완성한다는 개성주의도 취했다.

◀핀란드 브랜드 '마리메꼬' 

핀란드의 마리메꼬는 에코 스타일의 트렌디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역시 자연주의적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올해 S/S 컬렉션으로 선보인 컨버스 백은 패턴이나 컬러풀한 색감을 테마로 시즈널(Seasonal) 컬렉션과 블랙, 레드, 네이비, 카키 등을 기본으로 하는 클래식 라인이 소개됐다. 복잡하지 않은 단순한 색상에 심플한 디자인은 북유럽의 실용주의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마리메꼬 측은 "도톰한 두께감이 있는 면 소재를 사용해 안정된 형태와 디자인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라며 "백팩의 경우 어깨끈을 탈부착할 수 있어 토트백과 백팩을 동시에 연출할 수 있다. 실용적인 라인이다"고 설명했다.

북바인더스디자인도 단순히 문구가 아닌 천으로 '한 땀 한 땀' 만들어 정성을 더했다. 책이나 다이어리 등에 새겨진 문양은 전통적이면서도 자연주의를 표방해 의미를 담았다. 색상도 레드, 블루, 오렌지, 그린 등 인체와 자연의 색채를 주로 사용한다. 특히 오렌지 컬러는 독일 시인 괴테의 말처럼 "활발한 느낌을 일으킨다"하여 열정이 가득하고 행복한 생활을 표현한다.

▶스웨덴의 '북바인더스디자인' 

이들 북유럽의 물결은 그들 특유의 음악적 정서인 '노르딕 라운지(lounge)' 음악을 듣는 것처럼 평안하다. 또 북유럽의 정신인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 가미되면서 평온한 마음과 아늑한 향기를 발산한다.

"핀란드 디자인에서 무엇보다 강조되는 것은 인간과 자연환경을 고려한 디자인이라는 점이다. 디자인 산업에서 상업적인 것보다 인간 중심과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것을 우선으로 하는 디자인 개발에 역점을 둔 것이다."

<핀란드 디자인 산책>의 저자 안애경의 말처럼 핀란드를 넘어 북유럽의 디자인이 이와 같지 않을까.

이태리의 감각을 신다

이태리 슈즈만큼 확실한 컨셉트를 지닌 것도 없다. 국내에 소개된 슈즈들은 빈티지하거나 트렌디하고, 건강을 고려하거나 스트리트 패션을 지향한다.

◀이태리 브랜드 슈즈 '아쉬'

이들 중 고소영, 고현정 등이 신어 유명해진 슈즈가 있다. 정통 유러피안 감각이 살아있는 브랜드 '아쉬(ASH)'다. 고소영의 공항 패션에서 내추럴하면서도 엣지 있는 분위기를 연출했던 그 '아쉬'다. 이태리, 영국, 일본 등 패션에 일가견이 있는 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몰이 중이다.

마치 운동화를 연상시키는 아쉬의 디자인은 유럽의 자유분방함을 보여준다. 또한 감도 높은 디자인과 품질, 뛰어난 착화감이 특징. 국내외 셀러브리티들만 신는 슈즈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지난 3월 12일 CJ오쇼핑 셀렙샵에서는 스타일리스트 정윤기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독점 공개되기도 했다. 아쉬를 찾던 소비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 이날 공개된 제품은 2011 S/S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제품이기도 하다.

이태리의 감각적인 스타일과 기품은 아쉬를 만들어 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평범한 듯 보이는 운동화 라인에 웨지 힐이나 통굽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다. 바지나 스커트, 스키니 등에 잘 어울려 쉽게 질리지 않는 아이템.

셀렙샵은 "스페셜 슈즈 티파니(Tiffany)는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당시 선주문과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고급스러운 염소 가죽과 별 모양의 스터드 장식이 시크하고 트렌디한 유럽의 감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태리 슈즈 브랜드 '마나스(MANAS)' 

45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마나스(MANAS)는 빈티지 스타일의 우드힐워커가 유명하다. 국내 브랜드 소다(SODA)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마치 진짜 군인들이나 신을 법한 디자인과 색감이 예사롭지 않다. 슈즈가 고풍스럽기까지 하니까. 우드힐워커가 주는 빈티지한 매력과 장인의 손길이 들어간 듯한 착화감은 오랜 전통이 말해준다.

BSQT(BEST STYLE QUICKLY TASTE)는 지난해 런칭한 스트리트 슈즈 브랜드다. 10대 청소년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실용적인 아이템이다. 현재 10대 소비층을 위해 아이돌 그룹들을 이용한 공격적인 마케팅이 한창이다.

하이탑(HIGH-TOP), 스케이트 보드(SKATE BOARD), 스니커즈(SNEAKERS), 보트(BOAT), 슬립온(SLIP-ON), 샌들(SANDAL) 등의 종류가 있다. BSQT의 풀 네임처럼 최상의 스타일리시함을 바탕으로 고객만족을 이끌어내겠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제옥스(GEOX)는 국내에서도 '발이 편한 신발'로 인식돼 있다. BSQT가 10대를 지향한다면 제옥스는 중장년층에게 좋은 슈즈다. 특수 멤브레인의 독특한 기능은 발의 온도와 습도를 쾌적하게 유지시켜준다. '발이 숨을 쉬는' 기능인 것. 발의 피로를 덜어줄 뿐만 아니라 발의 땀이나 세균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냄새와 질환 예방에도 탁월하다.

아쉬의 한 관계자는 "이태리 슈즈의 특징은 디자인이 과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명품의 장점처럼 오래 두고 신어도 질리지 않고, 더 기품 있는 멋을 연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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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1/03/23 05:22:05 수정시간 : 2011/03/23 05:2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