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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시각

‘아이패드2’ 최고 병기는 스마트커버?

이전 화면 여는 데 단 1초 “태블릿PC가 아니라 책이다”
전자책 시장 날개 달아 美 대형서점들 폐업 줄이어

서적 판매량 1년 만에 30% 급감
전자책 대응 시기 놓친 40년 전통 보더스
642곳 지점 중 250곳 문 닫아

아마존 킨들도 위협받아 올 들어 판매실적 급강하
‘컬러화면·터치 방식’ 바람난 킨들 등장할 듯 

▲ 지난 3월 2일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가 아이패드2와 스마트커버를 소개하고 있다. photo 조선일보 DB

일본 대지진 참사 뉴스에 묻혀 아이패드 얘기가 부분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중동 민주화 혁명의 예에서 보듯, 한번 불붙은 혁명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그 열기가 더해갈 수밖에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에 이어 아이패드2의 열기는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신문·방송 보도를 보면 아이패드2가 기술적으로 얼마나 발전되고 어떤 기능을 추가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성능 한국산 태블릿PC와 비교하면서, 쉽게 말하자면 ‘별것 아니다’라는 식의 진단도 보인다. 카메라 탑재, 빠른 스피드, 얇고 가벼운 태블릿과 같은 기술적 변화는 기민한 한국 IT 상황을 감안할 때 곧 따라잡을 수 있는 ‘별것 아닌 수준’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그 같은 반응은 IT 1.0시대에나 가능한 ‘한물간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패드2 출현에 미국인이 주목한 부분은 아이패드2의 장식품, 즉 액세서리다. 무려 48달러에 달하는 ‘스마트 커버’가 주인공이다. 아이패드2의 화면과 몸체 전부를 보호하고 뒤로 접어서 받침대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물건이다. IT컨설팅 전문회사인 아심코(Asymco)는 스마트 커버의 올 한 해 판매량을 최하 2000만개, 판매액은 10억달러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필자가 판단컨대 있어도 없어도 그만한 존재인 스마트 커버는 IT 1.0과 IT 2.0시대를 구분짓는 경계선이 아닐까 싶다. 아예 구입을 원치 않거나 무려 6만원에 달하는 스마트 커버를 대신해 싼 중국산 짝뚱을 구입할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IT 1.0세대이다. 6만원을 지불하고라도 할인이 없는 애플의 액세서리를 사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IT 2.0세대다. 이유는 무엇일까?
    
‘스마트 커버’ 최대 희생자는 서점?
   
3월 12일자 미국 신문 뉴욕타임스는 아이패드2의 스마트 커버를 ‘5.1초’라는 시간 개념과 연결해서 분석했다. 아이패드1의 경우 전원을 켜고 자신이 아이패드로 읽었던 화면에 다시 들어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5.1초라고 한다. 그렇지만 아이패드2의 스마트 커버를 사용할 경우 불과 1초 만에 기존의 페이지에 다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뉴욕 타임스 기사의 핵심이다. 나무로 접는 일본 목욕탕의 보호막을 본뜬 것으로 알려진 스마트 커버는 화면을 덮으면 오프(Off), 열면 곧바로 온(On)이 되도록 설계돼 있다. 접었던 스마트 커버를 여는 순간, 곧바로 직전에 읽었던 곳으로 연결된다.
   
아이패드2가 기존 모델에 비해 약 4초 정도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은 시간이라는 형이하학적 문제가 아닌, 새로운 테크놀러지를 대하는 인간의 고정관념을 바꾸는, 형이상학적인 부분에까지 연결될 수 있다. 아이패드2가 기술적 의미만을 지닌 새로운 태블릿PC가 아니라 인류 문명을 지키고 쌓아온 ‘책’과 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스마트 커버의 등장을 책과 활자매체를 향한 ‘선전포고’라는 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른바 고양이 흉내(Catcopy)로 만들어진 다른 태블릿PC는 이미 상대가 될 수 없고 콘텐츠를 구성하는 활자매체에 대한 도전장으로 스마트 커버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어제 읽었던 ‘전쟁과 평화’를 다시 꺼내 읽듯이, 아이패드2의 스마트 커버를 여는 순간 곧바로 톨스토이의 소설이 눈앞에 펼쳐진다. 책장에 진열된 책을 꺼내 읽는 기존의 책과 다를 바가 없다. 스마트 커버는 20세기 책 커버를 대신하는, 21세기형 디지털 활자세계로 연결시켜 주는 지식의 창문에 해당한다.
   
종이문화 논리에 익숙하고 디지털에 무관심한 사람들에게는 스마트 커버가 보여주는 4초 절약의 의미가 단순한 시간적 개념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이패드의 교육용 앱을 통해 수학과 영어를 배우는 어린이들과, 게임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10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익숙한 20대에게는 아이패드2와 기존의 책을 구별하려는 ‘구시대적 벽’을 발견할 수가 없다.
   
어제 읽은 러시아 작가 톨스토이 소설을 다시 찾아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했다는 것은, 책만이 아니라 인간이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다른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를 읽을 수 있는 곳은 활자매체를 다루는 책의 판매처, 즉 서점이다.
    
“두 권 사면 한 권 공짜” 문 닫는 서점들
  
▶ 워싱턴포스트사의 신문 진열대. 모든 신문과 활자매체가 아이패드로 흡수될 전망이다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K스트리트 18번가에 위치한 대형 서점 보더스(Borders)는 한 달 전부터 25%에서 50%에 이르는 할인 안내판을 내걸고 있다. 가게문을 닫는 폐업 세일이다. 안으로 들어가자 잡지대를 제외하고는 모든 책들이 어지럽게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직원들로부터 “두 권 사면 한 권은 공짜”라는 말도 들을 수 있었다. 워싱턴의 K스트리트는 전세계의 로비스트와 글로벌 싱크탱크가 모인 미국의 두뇌에 해당하는 곳이다. 로비스트와 싱크탱크 연구원의 지식 보고(寶庫)로, 40여년간 K스트리트를 지켜온 유일한 책방이 4월이면 사라진다.
   
보더스는 1971년 개업한 이래 미국 내 642개의 지점망을 가진 대형서점이다. 미국 대학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보더스가 올해 문을 닫을 서점은 전부 250개. 뉴욕시에 9개, 워싱턴 주변만도 8개가 문을 닫는다. 보더스의 약 40% 가까운 서점이 문을 닫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전자책(E-book)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경영 판단 잘못이 가장 큰 이유로 손꼽힌다. 경쟁 서점인 반스&노블(Barns & Noble)이 일찍부터 전자책에 주목하여 전자책 단말기인 눅(Nook)을 자체 개발해 발빠르게 대응한 데 비해 보더스는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등장한 아이패드는 보더스의 숨통을 죄는 결정타가 됐다. 보더스 서점이 아닌, 아이패드를 통해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서적 판매량이 1년 만에 30% 이상 하락했다. 기존의 시장에 아이패드가 갑자기 뛰어들면서 보더스의 영역을 잠식했다. 반스&노블, 아마존닷컴과 같은 경쟁업체의 견제도 있었지만 갑자기 아이패드가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하면서 보더스가 갖고 있던 30%의 시장을 갉아먹은 셈이다. 결국 책 판매가 급감하고 미래 사업계획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투자가들의 투자가 끊어지게 됐다. 아이패드 출현 10개월 만에 K스트리트의 보더스도 역사 속으로 사리지게 된 것이다.
   
킨들 신화 막 내리나 

▶ 대형 서점 보더스의 워싱턴 K스트리트 점포. 4월에 문을 닫는다.

올 한 해 동안 최고 4000만대까지 팔릴 것으로 전망되는 아이패드2는 보더스를 넘어 다른 서점 유통업체들의 시장도 빠르게 잠식할 전망이다. 경쟁 대상은 양적으로 가장 많은 전자책을 갖고 있는 아마존닷컴이다. 아마존닷컴은 아이패드가 등장하기 전인 2008년부터 전자책 시장을 충분히 준비해 왔다. 아마존닷컴의 CEO(최고경영인)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공식 인터뷰 자리에 갈 때 항상 똑같은 옷만 입는 것으로 유명하다. 노타이의 푸른색 와이셔츠, 검은 재킷, 청바지 차림의 그가 지난 3년 동안 TV와 신문을 통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전자책이다. 아마존닷컴 홈페이지에 큰 화면과 함께 등장하는 139달러 와이파이 킨들(Kindle)은 전자책 시장을 선점한 아마존의 간판이기도 하다. 가볍고 얇으며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는 킨들은 언제 어디서나 어떤 책이나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베조스의 선견지명에 힘입어 킨들은 2009년 300만대, 2010년 800만대의 판매실적을 자랑했다. 아마존을 통해 판매된 전자책의 판매실적도 급신장한 것은 물론이다.
   
킨들은 위축된 출판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새로운 메시아로까지 부상했다. 그러나 파죽지세의 킨들 신화는 2011년 들어 갑자기 급강하하고 있다. 어느 정도 성장은 하겠지만 지난해 같은 성장 신화는 더이상 불가능하다는 전망이다. 보다 가볍고 오래 가며 고성능 화질을 갖춘 아이패드2가 킨들이 만들어갈 시장을 잠식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IT 시장 분석업체인 체인지 웨이브닷컴(Changewave.com)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아마존에 불어닥칠 아이패드2의 영향을 실감할 수 있다. “결국 아이패드2를 구입하겠지만 만약 아이패드2가 없다면 어떤 태블릿PC를 살 생각이었는가?” 결론은 설문에 응한 3000여명 가운데 17%가 아마존의 킨들이었다. 킨들에서 아이패드2로 변심(?)한 사람이 17%라는 말이다. 아이패드2는 이른바 ‘미 투(Me Too)’로 불리는 104종류에 달하는 후발 태블릿PC만이 아닌, 전자책을 선점해온 아마존의 시장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아이패드처럼 책을 보다가 현란한 게임으로 넘나드는 것이 아니라 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아날로그적인 환경을 갖추자는 의미에서 흑백 화면을 유지하고 있다.”
   
킨들의 화면을 컬러가 아닌 흑백으로 만든 이유를 물을 때 접할 수 있는 CEO 베조스의 그럴 듯한 설명이다. 그러나 환경은 아날로그, 기술은 디지털로 분리하려는 베조스의 생각은 가까운 시일 내 급변할 수밖에 없다. 아이패드2의 영향으로, 컬러 화면과 터치형으로 작동하는 ‘바람난 킨들’이 올해 중에 출시될 것이란 게 IT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뉴욕타임스, 아이패드 타깃 유료화 시작

2011년 3월 17일 오후 뉴욕타임스의 대기자 니컬러스 크리스토퍼가 보낸 트위터 글은 작동 시간을 4초 절약한 아이패드2의 위력이 신문에까지 미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증거이다. “뉴욕타임스의 새로운 유료화 모델에 관한 기사가 여기에 있다.” 100만명이 넘는 트위터 독자인 팔로어(follower)를 가진 크리스토퍼가 트위터로 알린 소식은 뉴욕타임스 사장인 아서 슐츠버그(Arthur Sulzberger)가 밝힌 기자회견 내용에 관한 것이다. “그동안 웹과 앱의 신문 기사는 공짜로 받아들여졌지만 (유료화는) 신문업계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볼 수 있다. (유료화는) 새로운 뉴스, 음악, 게임과 같은 미래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낼 시스템이다.”
   
슐츠버그의 발표는 뉴욕타임스가 1년 이상 준비해온 21세기형 저널리즘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선언문이라고 볼 수 있다. 당장 3월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유료화는 디지털 뉴스에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가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인터넷 웹과 아이폰 앱을 이용할 경우 한 달에 15달러지만, 웹과 아이패드 앱의 경우 20달러이다. 웹·아이폰·아이패드를 전부 사용하면 최고 35달러까지 올라간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조선일보 앱을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어느 것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기사에 대한 느낌이나 감각이 전혀 다르다. 작은 활자를 크게 볼 수 있고, 선명한 사진과 비디오,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를 실감할 수 있는 최선의 도구는 바로 아이패드와 같은 대형 태블릿PC다. 뉴욕타임스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구별해서 유료화하는 이유는 신문기사가 아이폰이 아닌 아이패드 앱을 통해 확산될 것이란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슐츠버그의 발표는 유료화 시행 직전에 탄생된 아이패드2를 염두에 둔 것이라 볼 수 있다. 현재 뉴욕타임스가 겪고 있는 경영난 문제를 풀어 줄 ‘해결사’이자 21세기형 저널리즘을 선도할 첨단기기로 아이패드2가 선택된 것이다.
   
한국의 경우 아직 아이패드 혁명을 피부로 실감하기는 어렵다. 아이패드를 활성화해 주는 앱의 존재가 미미하고 수준도 낮기 때문이다. 콘텐츠나 앱의 디자인 자체가 부실하기도 하지만 아이패드2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화질·고음향의 비디오나 사운드를 제공하는 미디어도 극히 제한적이다. Web2.0이라는 말을 창조해낸 팀 오렐리(Tim O’Reilly)가 만든 아이패드용 무료 전자잡지 ‘자이트(Zite)’에서처럼 텍스트·음향·사진·비디오를 전부 결합해서 개별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곳은 아예 전무하다.
   
아무리 좋은 최고급 비디오·음향기기를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아프리카 초원을 배경으로 한 3D스펙터클 영화가 아닌 가라오케용으로 사용할 경우 그 진가를 알기가 어렵다. 애플 CEO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2 발표식에서 인문학과 테크놀러지의 결합을 통해 애플의 새로운 상품이 탄생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아이패드 혁명을 테크놀러지라는 측면에서만 해석하는 한, 아이패드가 갖는 무한한 가능성, 즉 인문학이 창조해낼 21세기 신문명은 강건너 불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아이패드2 판매 열풍 이어질까
   
태블릿PC 구입 희망자 85% “아이패드2 사겠다”
   
영화 역사에서 보듯 속편이 성공한 예는 ‘대부(God Father)’나 ‘해리포터’처럼 극히 드물다. 1편을 뛰어넘는 상상력과 스케일이 없을 경우 실패로 끝나는 게 속편의 운명이다. 화면이 작은 아이폰의 경우 이미 속편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지만 아이패드2는 1편을 뛰어넘는 수준작으로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카메라나 빠른 스피드만이 아니라 아이패드를 지원하는 앱들이 속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양적인 면에서 볼 때 아이패드2는 아이패드1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실적을 보여줄 전망이다.
   
3월 11일 출시와 함께 주말 3일 동안 팔린 아이패드2의 규모가 100만대를 넘어섰다. 아이패드1이 100만대 판매를 기록하기까지는 28일이 걸렸다. 현재 대체적으로 예상되는 2011년 아이패드2의 판매 규모는 최하 2500만, 최고 400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아무리 적어도 지난해의 1500만대에 비해 1000만대가 많다. 흥미로운 것은 출시 3일 동안 판매된 아이패드2 구입자의 60%가 이미 아이패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란 점이다. ‘애플사 제품은 한번 구입한 사람이 반수 이상 다시 신제품을 찾는다’는 ‘애플 효과’가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아이패드2에 대한 열기는 태블릿 구입 희망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올해 태블릿PC를 구입할 사람의 85%가 아이패드2를 구입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유민호 Pacific 21 Inc.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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