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esign Trend/패션

로열 룩, 그 매력은 절제

‘대한민국 1%’로 불리는 상류층. 그들은 어떤 스타일의 옷을 입을까. 상류층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 ‘로열 패밀리’와 ‘마이더스’의 여주인공들(차예련·김희애 분) 옷차림이 그 궁금증의 진원지다.

극중에서 재벌가의 딸이자 2세 경영인을 연기하는 이들은 재력에 미모, 사업가적 기질까지 갖춘 ‘커리어 우먼’으로 그들만의 ‘로열(패밀리) 룩’을 선보이고 있다. 화려함보다는 지적인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것이 특징.

지난해부터 유행하고 있는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 스타일과는 또 다르다. 드라마 속 의상을 담당하는 스타일리스트, 상류층이 즐겨 찾는 패션 브랜드 관계자를 통해 ‘로열 룩’의 법칙을 알아봤다.

글=서정민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모델=신영은(에스팀) 촬영협조=퍼블리카(의상), 미네타니(보석 액세서리), 체사레 파조티(구두), 발렉스투라(가방), 아우라(헤어·메이크업), 그랜드 하얏트 호텔(장소)

첫째, 블랙·화이트·무채색

극중에서 헤지펀드 대표로 나오는 김희애(사진1)는 블랙·화이트·무채색의 옷을 통해 ‘지적인 카리스마’를 부각시키고 있다. 드라마 첫 회, 사법연수원에서 강의하는 장면에 나온 바지 정장이 대표적. 남성적인 재킷과 몸에 꼭 맞는 바지로 화려함보다는 커리어 우먼의 세련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줬다. 액세서리는 화려한 유색 보석보다는 은과 진주를 선택해 깔끔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냈다.

김희애의 극중 의상을 담당하고 있는 스타일리스트 정윤기씨가 잡은 ‘로열 룩’의 포인트는 ‘절제’. 그는 “지적이고 고급스럽게 보이려면 원색 등 과한 색상은 피해야 한다”며 “블랙·화이트·무채색의 옷을 주로 입고 보석 액세서리도 보일 듯 말듯 잘 드러나지 않도록 매치하는 게 좋다”고 했다. 패션 트렌드연구소인 트렌드포스트의 박은진 수석연구원은 “블랙과 화이트는 누구에게나 무난한 색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꽉 채워져서 더 이상 무언가를 첨가할 수 없는 완성된 색”이라며 “권력과 권위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상류층의 공식 석상 옷차림이 주로 ‘블랙 앤 화이트’인 것은 ‘평범함’과 ‘권위’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함이라는 게 박 연구원의 설명이다. 무채색은 우아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만들기에 적당한 색이다.

극중에서 대기업 후계자로 나오는 차예련(사진2) 역시 블랙과 화이트를 주로 입지만 김희애 스타일과는 조금 다르다. 상·하 중 한쪽만 블랙 또는 화이트다. 흰색 바지를 입을 때는 부드러운 파스텔 톤 재킷을 입고 금색 프린트가 들어간 화이트 블라우스로 단조로움을 없앴다. 검정색 바지를 입을 때는 금색 단추가 여러 개 포인트로 들어간 남색 또는 회색빛의 재킷을 입는다. 블랙 또는 화이트와 비슷한 계열을 선택하면서도 젊은이답게 ‘한 벌’ 개념보다는 상·하의를 각각 선택해서 조금은 자유롭고 감각적으로 보이는 스타일이다.

둘째, 로고는 No 개성은 Yes

상류층 옷차림의 또 다른 특징은 로고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 중견 그룹 사주의 3세인 A씨(31)는 “로고가 선명히 드러나는 제품은 되도록 사지 않는다. 한눈에 어느 브랜드인지 알 수 있는 명품 옷은 회사 동료들에게 ‘사치’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체적으론 깔끔하지만 어느 한 부분에선 독특한 개성이 느껴지는 옷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남들이 쉽게 알아보지는 못하되 뭔가 달라 보이는 옷’이란 설명이다. 단정해 보이는 재킷이지만 가까이 보면 칼라 모양이 비대칭이거나 소매 부분에 금속 단추가 7~8개쯤 달린 옷들이 그 예다. 드라마에서 김희애와 차예련이 입는 블라우스나 재킷도 첫눈엔 무난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네크라인(목둘레 선)이 비대칭이거나 독특한 문양·장식이 들어 있다.

상류층의 이런 취향은 해외 유명 디자이너의 옷을 판매하는 편집숍(다양한 브랜드의 상품을 모아 파는 매장) ‘분더샵’의 고객 취향에서도 알 수 있다. 분더샵 관계자는 “단골 고객들은 유럽·일본의 신진 디자이너가 만든 옷을 선호한다”며 “첫눈엔 평범해 보이지만 어딘가에 독특한 트임이나 장식이 들어가 있어서 남들과 달라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째, 간결함 속 포인트를 줘라

드라마와 현실 속의 상류층 의상 스타일은 간결하고 점잖은 옷차림에 독특한 개성의 아이템을 하나씩 섞는 ‘원 포인트 스타일링’이 특징. 서울 청담동에 있는 편집매장 ‘10코르소코모’ 매장 관계자는 “ 과감한 디자인의 레이스 블라우스, 비즈(구슬 장식)가 수놓인 로맨틱한 스카프 등 독특한 아이템을 선호하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여성 정장 한 벌에 500만원이 넘는 이탈리아 브랜드 ‘브리오니’는 디자인이 점잖고 우아하기로 유명하지만 이 속에서도 독특함은 있다. 그랜드하얏트 호텔 브리오니 매장 남민영 매니저는 “특별한 모임을 위한 옷을 살 때는 살짝 반짝이는 소재의 가지색이나 청록색을 선택하는 고객이 있다”고 말했다. 화려한 디자인보다는 남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특별한 색을 선택하는 경우다. 청담동에 있는 부티크 ‘퍼블리카’ 신영재 대표는 “상류층 고객은 옷을 많이 입어 본 ‘패션의 고수’답게 색상 선택에도 매우 민감하다”며 “같은 아이보리 색도 붉은 기가 있으면 금과 어울리고, 회색빛이 돌면 은 또는 다이아몬드 액세서리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기자의 블로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권혁재 기자 [shotgun@joongang.co.kr]

[style&] 로열 룩, 그 매력은 절제
[중앙일보] 입력 2011.03.23 00:23 / 수정 2011.03.23 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