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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상하이 엑스포 폴란드관

빛으로 완성하는 전통의 재해석

엄청난 규모로 일찍부터 주목을 받았던 상하이 엑스포가 개막한지도 1달이 지났다. 인기 있는 몇몇 관들은 보통 2~3시간씩 줄을 서는 것이 기본이라고 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이 중에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국가관 중 하나인 폴란드관은 전통 민속공예인 종이 자르기에서 영감을 받은 건축 형식이 독특하다. 이 건물의 외장은 CNC 절단법을 이용해 기하학적인 폴란드 전통 문양을 파낸 합판 패널을 비스듬하게 기울여 짠 철제 구조물에 끼워 넣었다. 이 건축물의 설계를 맡은 폴란드의 건축 스튜디오 WWAA에서는 폴란든 민속공예 기법의 전통을 현대적인 시각언어로 재해석하고자 시도했다고 한다.

상하이 엑스포 폴란드관의 외관(낮), 이미지 출처: dezeen

사실 외관만 봐서는 그저 전통 문양으로 외피를 싼 것으로만 보이는데, 이를 어떻게 재해석했다는 건지 의아하다. 이 궁금증은 ‘빛’의 효과가 더해져야 풀린다. 건물 외관에 사용된 재질과 패턴이 건물의 내부로 그대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실내 공간에 들어서도 건물의 밖에서 봤던 문양들을 그대로 감상할 수 있는데, 여기에 구멍을 통해 쏟아지는 햇살은 4차원의 실내 공간 전체를 그림자로 뒤덮으며 전통 문양을 반복 재생산한다. 또한 그림자의 형태는 날씨나 태양의 위치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한다. 완결된 형태의 건축물이 아니라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주변 환경에 직접적으로 반응하며 그 모습이 변화하는 것이다.

상하이 엑스포 폴란드관의 실내 전경, 이미지 출처: dezeen

빛이 없는 우중충한 날이나 밤에는 햇살의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없다는 제약이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럴 때면 인공일지언정, 건물 자체가 발광하며 빛과 그림자의 효과를 만들어 낸다. 밖에서 안으로 받아들이던 자연의 빛과는 반대로 스스로 밖을 향해 쏘아내는 것이다. 현대 문명이 만들어낸 우리의 자산인 인공의 빛은 이렇게 태고부터 지구와 함께 했던 자연의 빛에 호응하며 다시 한 번 전통과 현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상하이 엑스포 폴란드관의 외관(밤), 이미지 출처: dezeen

전통은 때로는 스스로의 규범에 갇혀 더 이상 생동하는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기도 한다. 현재와 함께 호흡하지 못하고 죽어있는 전통이 외면 당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상하이 엑스포 폴란드 관은 이 죽어있는 전통에 빛을 끌어들여 생명을 부여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쏟아지는 빛과 폴란드 전통 문양이 뒤섞여 꿈틀대는 바로 그 공간을 체험한 관람객의 몫이다.


원 출처 : dezeen
2차출처 : 디자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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