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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곡선미의 현대차, 직선미의 기아차 함께 달린다

◀세계 각지의 디자인 센터 간 협업의 결과로 탄생한 쏘나타 디자인은 ‘난’의 선을 모티브로 역동적인 세련미를 추구했다.

최근 자동차 디자인은 단순히 기능성과 조형미를 만족시키는 것에서 탈피하고 있다. 브랜드를 알리는 의사소통 수단이자 중요한 감성 품질의 요소가 된 것이다. 과거에는 고객이 구매를 결정할 때 가격과 성능·기능만 봤다면, 이제는 디자인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해 기아차는 디자인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아차는 정의선 사장의 주도로 2005년부터 디자인 경영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왔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세계시장에서 품질과 성능을 인정받기 시작한 기아차가 지속적인 성장과 도약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대차와 차별화된 정체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기아차의 디자인 경영은 2006년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의 영입에서 시작됐다. 그는 ‘직선의 단순화’라는 미래 디자인 방향을 제시했고, 같은 브랜드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디자인인 ‘패밀리룩’을 도입하는 등 변화를 가져왔다. 기아차 ‘쏘울’의 디자인은 이 같은 혁신을 잘 보여주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기아차가 최초로 패밀리룩을 시도한 것은 2008년 6월 ‘로체 이노베이션’을 출시하면서부터다. 로체 이노베이션의 패밀리룩은 호랑이의 코와 입을 모티브로 한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이다. 동물의 인상을 형상화함으로써 제품의 특성을 강조했다. 이빨을 드러낸 호랑이의 코와 입모양처럼 상하단 라인의 가운데가 안쪽으로 들어가 있다. 기아차의 패밀리룩은 이후 포르테·쏘울·쏘렌토R·스포티지R·K7·K5로 이어지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이제는 기아차 하면 패밀리룩을 떠올릴 정도로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기아차의 디자인 경영은 다양한 상을 수상하며 인정을 받고 있다. ‘2008 대한민국 디자인대상’에서 디자인 경영 부문 대통령표창인 대상을 수상했다. 또 쏘울이 한국차 최초로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2009 레드닷 디자인상(2009 red dot Design Award)’에서 자동차 제품 디자인 분야 ‘오너러블 멘션(Honorable Mention)’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기아 K5는 지난해 ‘2010 굿디자인상 국무총리상’과 ‘온라인 소비자 선정 GD대상’을 수상했다. K5에는 이빨을 드러낸 호랑이의 코와 입모양을 형상화한 기아차의 패밀리룩이 적용됐다.

현대차도 디자인 경영을 중요시하며 이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현대차는 ‘유연한 역동성’을 디자인 미학으로 삼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선율과 매끄러운 조각의 느낌을 주는 유기적인 디자인을 완성했다.

현대차는 이런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각각의 신차에 개별적인 디자인 컨셉트를 부여하고 있다. 쏘나타는 ‘강인함을 내재한 유연함’을 상징하는 ‘난’의 선을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날렵하면서도 긴장감이 느껴지는 역동적인 세련미를 추구했다. 신형 아반떼는 공기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나타내는 ‘윈드(Wind)’와 예술적 조형물을 의미하는 ‘크래프트(Craft)’를 바탕으로 디자인했다. 바람의 움직임을 통해 형성된 자연의 형상을 자동차로 구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또 최근 출시한 신형 엑센트는 유연하게 흐르는 세련된 스타일과 동급 최고 수준의 강력한 동력 성능을 동시에 표현하고자 했다.


신형 쏘나타에서 시작된 현대차의 디자인 변화는 현대차에 디자인 혁명을 가져왔다. 현대차는 기존 신차 개발 프로세스가 혁신적인 쏘나타의 디자인을 살리기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고 개발 과정 자체를 바꾸기로 했다. 디자인 부문과 설계 부문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디자인 사전점검 회의’를 만들었다. 또 쏘나타의 디자인은 세계 각지의 디자인 센터의 협동작업을 통해 완성됐다. 초기 디자인은 미국 디자인 센터와 경기도 화성시 남양 디자인 센터에서 각각 제안됐지만, 경쟁을 거친 후 최종 모델은 두 센터의 결과물을 합쳐 탄생됐다. 이러한 과정에 따라 남양과 미국의 담당 디자이너들이 한 달여간 남양에서 함께 작업을 진행했는데, 이를 통해 더욱 좋은 결과물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section] 디자인 경영
[중앙일보] 입력 2011.02.25 03:29 / 수정 2011.02.25 0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