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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한국에선 몰라주는 현대차 '물흐르는 디자인'

쏘나타 판매 고전 중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쳐'가 한국 내수시장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이 디자인 철학을 구현한 주력 모델인 쏘나타<사진> 판매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 현대차 제공

2009년 9월부터 본격 판매된 현행 쏘나타는 9월에 1만6300대, 10월 2만1700대, 11월 1만9200대, 12월 1만7600대 등 대박 조짐을 보였으나, 작년 7월 9300대로 처음 1만대 밑으로 떨어졌다. 이후 1% 할부 금리를 시행하며 다시 1만5000대 선까지 끌어올렸지만, 올해 1월 8000대 수준까지 떨어지며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에 다시 비상이 걸렸다.

특히 택시를 제외하고 일반 판매 차량만 따지면, 지난 1월 쏘나타는 6323대가 팔려, 6346대가 팔린 기아차 K5에도 밀렸다. 지난달 쏘나타의 일반 판매는 작년 12월보다 34%, 작년 1월보다는 무려 53%가 줄어들었다.

쏘나타의 국내 판매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디자인 때문이라는 것이 소비자·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경쟁 업계의 한 상품·마케팅 담당은 "쏘나타의 전체적인 완성도나 편의·안전장비, 끝마무리 수준은 국내 경쟁업계는 물론 일본·유럽 대중 차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월드클래스"라면서 "이 정도의 상품성을 가진 차량이 국내에서 외면받는 것은 디자인이 한국의 전체 소비자에 어필하기에는 다소 무리였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행 쏘나타의 초기 기획 과정에 참여한 현대차 관계자는 "쏘나타의 디자인이나 상품구성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애초부터 상품전략의 방향이 해외시장에 맞춰져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행 쏘나타는 미국에서 기존 쏘나타보다 훨씬 많은 월 2만대 수준을 팔기 위해 개발됐고, 이를 위해 철저히 미국 소비자들 취향을 조사해 반영했다는 것.

또 다른 업계 상품 담당자는 "미국에서 많이 팔기 위해 만든 쏘나타를 한국에 내놓았다면, 한국의 보수적인 소비자들에게 어울리는 제2의 쏘나타급 모델을 내놨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플루이딕 스컬프처(Fluidic Sculpture)

현대차 고유의 디자인 미학으로 물 흐르는 듯한 조각품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Fluidic'은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디자인으로 융화시키는 것을, 'Sculpture'는 디자이너의 열정을 담은 창조 행위와 정교한 조형(造形) 과정을 의미한다.

최원석 기자 ws-choi@chosun.com

기사입력 : 2011.02.18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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