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esign Trend/환경

공공디자인 클리닉 <1>

권영걸 교수의 공공디자인 클리닉 <1> 방음벽, 소리는 막고 풍경은 담게

도시 교통량의 증가로 매연과 소음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1996년 법정 기준치(낮 70dB, 밤 65dB) 이상의 소음이 발생하는 도로변에 방음시설을 설치하도록 제도화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로변과 주택단지 등에 수많은 방음벽이 설치돼 있습니다. 그런데 시민들의 쾌적한 삶을 지켜야 할 방음벽이 되레 도시 환경을 훼손하는 주범이 되고 있습니다.

첫째, 소음 저감이라는 기능만을 고려한 패널 끼우기 식의 방음벽이 경관을 단절해 운전자·보행자에게 폐쇄감과 위압감을 느끼게 합니다. 둘째, 획일적인 방음벽 소재가 마치 공장지대와 같은 삭막한 경관을 만듭니다. 색채와 패턴으로 덧칠한 방음벽은 또 다른 시각공해가 되고 있습니다<그림 A>. 셋째, 방음벽이 지나치게 높아 일조와 바람길을 차단하는 등 미기후(微氣候)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방음벽을 설치하기보다는 방음림을 조성해 자연스럽게 매연과 소음에 대처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혹은 완충 녹지를 조성하고 투명한 강화유리로 방음벽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것도 방법입니다<그림 B>. 완충 녹지를 조성할 공간적인 여유가 없다면 철제나 플라스틱 같은 산업재가 아닌 친환경 소재를 적용해 방음벽이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합니다.

<그림 C>는 식재가 가능한 친환경 블록을 쌓아 아름다운 패턴을 만들고, 방음 기능과 함께 시민들이 녹색식물을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한 사례입니다.

가로는 이동을 위한 공간이자 지역의 풍경을 보여주는 장소입니다. 걷고 싶은 거리 환경을 위해 보도 주변은 열린 공간, 공유하는 공간이 돼야 합니다. 방음벽은 방음이라는 일차적 기능을 넘어 경관을 아름답게 하고 자연을 느끼게 하는 시설이 돼야 합니다.

권영걸 서울대 교수·(사)한국공공디자인학회 회장

[중앙일보] 2009.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