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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시각

[광고미학] (25) 컬러 마케팅, ‘노란 약 트라스트’

마케팅 전문가들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상품을 살 때 시각이 미치는 효과는 절대적이다. 시각(87%), 청각(7%), 촉각(3%), 후각(2%), 미각(1%) 순이다. 몸이 열 냥이면 눈이 여덟 냥이란 얘기다. 이 시각을 자극하는 것이 컬러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에 열광했다. 성인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무지개를 보면 꿈을 꾸는 것과 같은 동심이 바로 색(色)이다. 이 컬러를 이용한 마케팅의 시작은 1920년대 펜의 명품 파커(Parker) 사가 여성을 위한 빨간색 만년필을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는 LG전자의 초콜릿폰 등이 대표적 성공 사례다. 이 초콜릿폰은 검은 바탕에 빨간색 터치패드가 세련되고 따뜻한 느낌을 주어 큰 인기를 끌었다. SK는 열정과 따뜻함을 내포하고 있는 빨간색만 보면 SK주유소를 떠올리도록 광고전략을 세워 성공했다.

정치에서 선거 전략 역시 색깔이다. 한나라당은 파란색, 민주당은 녹색,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하면 노란색 등이 곧바로 연상되는 것은 당의 이미지와 색깔을 일관되게 홍보 마케팅에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색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지 마케팅의 필수요소로 자리를 잡았다. 컬러 마케팅의 세계로 좀 더 들어가보자.

트렌드 분석가 캐시 라만쿠사는 소비자가 제품을 보고 느끼는 첫 인상은 60%가 컬러로 결정된다고 했다. 컬러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은 인류의 삶이 하드웨어적인 양적 삶에서 소프트웨어적인 질적 삶으로의 전환이라는 의미도 닮고 있다. 이제는 음식까지도 먼저 눈으로 시식한다는 생각에 퍼지면서, 컬러가 음식산업 전반에서 각광받고 있기도 하다.

컬러 마케팅의 대표적 사례 SK제약의 트라스트를 보자.

관절염 치료제로 발매 이후 소비자들에게 꾸준한 호평을 받아온 히트 상품이다. 이 제품은 초기에 제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기존 제품과는 다른 트라스트만의 차별화 요소인 패취(Patch)의 장점을 알리려 했지만 타깃 소비자층의 연령대가 높아 어려운 개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힘들었다.

많은 고민 끝에 해답을 제시해준 것이 노란색 컬러 마케팅이었다. 바로 ‘노란 약 캠페인’. 이 트라스트에 사용하는 피록시캄이라는 소염진통약물이 노란색인데 무색의 약물에 비해 더 진하고 강한 약효를 지니고 있었다.

SK제약은 이 단순한 색상만 가지고 경쟁사와 차별화를 시도했고, 이것이 바로 국내 제약광고 사상 컬러 마케팅이다. 이 전략은 주효했다. 이 광고 이후 시중 약국에는 50% 이상이 ‘노란 약 주세요’라고 주문을 했다고 한다. 매출 면에서도 경쟁사와 현격하게 차이를 벌렸다. 이게 바로 컬러 마케팅의 위력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

하지만 이 컬러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 조건이 있다. 생각해 볼 만한 조건들이다.

첫째, 컬러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요즘은 남성이 여성적 컬러를 선호하는 메트로섹슈얼리즘의 시대다. 색에 대한 역발상이 요구된다.

둘째, 한눈에 사로잡아야 한다. 미국의 컬러 리서치 연구소에 따르면 소비자의 상품 선택은 90초 안에 결정되며, 상품에 대한 판단은 60~90%가 컬러로 결정된다고 한다. 상품의 가치와 직결되니 컬러 플래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한다.

셋째, 오감을 자극해야 한다. 컬러는 이미지인 시각뿐 아니라 촉각`미각`후각`청각 등 오감을 적절히 가미한 공감적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넷째,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는 빨간색, 스타벅스는 초록색, 코닥은 노란색 등을 사용하는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고품격 컬러 마케팅이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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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1월 06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