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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패션계는 지금 ‘브랜드 협업’ 바람

‘점잖은’ 빈폴이 정욱준 디자이너 손잡고 파격 변신
기존 이미지 쇄신에 ‘딱’…작가는 이름 알려 ‘윈윈’
  
 

» 제일모직 빈폴에서 정욱준 디자이너와 협업해 선보인 가방제품들. 

제일모직의 패션브랜드 빈폴은 지난달 초 ‘빈폴 바이 준지’(June. J)라는 이름으로 가방, 지갑 등 남성 잡화류 신제품 라인을 출시했다. 빈폴 바이 준지는 빈폴과 패션 디자이너 정욱준씨의 컬래버레이션 브랜드로, 고전적인 빈폴 디자인에 비해 파격적이고 스포티한 스타일의 제품들이 주를 이뤘다. 이 가방들은 한달 동안 5억원어치 넘게 팔렸다. 
   

최근 패션업계는 어느 때보다 컬래버레이션이 활발하다. 협업을 뜻하는 컬래버레이션은 기존 브랜드가 외부 디자이너, 예술가, 연예인 등과 만나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다. 빈폴과 정욱준씨가 만난 빈폴 바이 준지는 가장 성공적인 컬래버레이션 중 하나로 꼽히는데 단지 판매기록이 좋아서만은 아니다. 이번에 판매된 가방 라인의 구매고객은 65%가 20대로 빈폴의 구매 연령층을 확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패션평론가 심정희씨 “빈폴의 클래식한 디자인이 패션에 민감한 20대에게는 고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정욱준이라는 젊고 주목받는 디자이너를 끌어들여 오래된 브랜드, 보수적인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젊게 쇄신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컬래버레이션은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주목받는다. 빈폴은 2009년부터 정욱준을 비롯한 유망 디자이너뿐 아니라 영국의 예술가들과 옥스퍼드대학, 김민희와 손담비 같은 연예인 등 다양한 분야의 협업을 시도해 20년이 넘는 브랜드 이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패션계 컬래버레이션을 주도해온 건 에이치앤엠(H&M)이나 유니클로 같은 에스피에이(SPA) 브랜드(생산·유통·판매를 직접 하는 브랜드)다. 에이치앤엠이 프랑스 유명 브랜드 랑방과 협업으로 내놓은, 가격이 20만~30만원대인 드레스와 코트류는 명동 직영매장에선 내놓자마자 동나기도 했다. 나이키, 리복, 뉴발란스 등 스포츠 브랜드들도 컬래버레이션에 적극적이다. 운동화의 경우 패션 컬래버레이션과 달리, 고가 브랜드의 반대개념인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와 협업이 활발하다. 자유분방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10대나 20대의 남성이 주요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뉴발란스 마케팅팀 위정복 실장은 “컬래버레이션 스니커즈는 일반 제품보다 고가에다 출시량도 한정된 제품이지만 기능성만 강조되기 쉬운 스포츠 브랜드에 젊고 세련된 이미지를 보태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지난가을 가방 브랜드인 루이까또즈가 다이아몬드 디자이너와 협업을 통해 내놓은 ‘블루다이아몬드백’은 브랜드 이미지 고급화의 성공 사례로 꼽히며, 엘지패션 헤지스는 지난해 초 환경캠페인의 일환으로 이철수 판화가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출시한 유기농 면 셔츠를 1주일 만에 완판해 친환경 브랜드 이미지를 챙겼다. 제일모직이 정욱준 등 삼성패션디자인펀드 수상자들과 협업해 좋은 반응을 얻은 것처럼 엘지패션도 지난해 말 아예 컬래버레이션을 시상 조건으로 걸고 헤지스 신진작가 공모전을 처음으로 실시했다. 엘지패션 여성복담당 이상훈 차장은 “대중 패션 브랜드와 예술가 또는 젊은 디자이너와의 협업은 작가의 감성이나 개성을 브랜드로 전이시키는 효과가 있는 한편, 상대적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작가들에게는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제일모직 제공

기사등록 : 2011-01-11 오전 09: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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