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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이진주 기자의 스타일 발전소] 크리스마스 파티 패션 배틀

[style&] 만화 속 수퍼우먼처럼 놀아볼까
 
‘블랙 타이’ ‘화이트 타이’ 코드에 맞는 우아한 볼 가운이 엄마들을 위한 것이라면, 딸들의 파티룩 키워드는 ‘블링블링(반짝반짝)’과 ‘비비드(형형색색)’다. 반짝반짝하고 알록달록하기로는 만화 속 여주인공만 한 게 없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미국 수퍼 히어로물의 양대 산맥인 ‘DC코믹스’ 75주년을 기념해 전설적인 수퍼 헤로인들을 불러내 봤다. ‘배트맨’의 ‘캣우먼’과 ‘배트우먼’이 한 팀, 외계에서 온 ‘원더우먼’과 ‘수퍼걸’이 또 다른 한 팀이다. ‘파워퍼프걸’의 말괄량이 ‘버터컵’은 크리스마스 트리로 변신했고, ‘왓치맨’의 미녀 영웅 ‘실크스펙터’는 풍선처럼 터질 듯한 몸매를 뽐냈다. 쟁쟁한 수퍼걸들의 파티 패션 배틀을 지상 중계한다.

글=이진주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모델=캣우먼·원더우먼·파워퍼프걸 백지원(에스팀) 배트우먼·수퍼걸·실크스펙터 박소연(2010 SBS 수퍼모델)

‘클러버’ 원더걸스

원더우먼(1941)+수퍼걸(1958)의 ‘캐주얼’

[사진]우주에서 날아온 원더우먼과 수퍼걸이 클럽정복에 나섰다. ‘반짝반짝’ ‘알록달록’이 오늘의 무기다.

‘캐주얼’이라는 드레스코드는 자유롭게 입으란 뜻이다. ‘글램록’ ‘80년대 스타일’ 등의 부제가 붙기도 한다. 오늘의 컨셉트는 ‘클럽룩’이다. 원더우먼은 수퍼 헤로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여성 캐릭터다. 페미니스트 심리학자가 “여성 영웅은 왜 없느냐”고 지적해 만들어 태생부터 주도적이다. 수퍼맨·배트맨 등의 남성 영웅들과 함께 DC 코믹스를 먹여 살리는 트로이카가 됐다.

원더우먼은 자신의 상징인 별이 박힌 파란 가죽 점퍼와 스팽글 쇼츠에 강렬한 빨간색 싸이하이 부츠를 매치했다. 일본을 점령한 ‘소녀시대’가 추구하는 본드걸 룩과도 통하는 차림이다. ‘백콤(뒤편에서 빗질해 부풀리는 기법)’을 많이 넣어 부풀린 앞머리는 요즘 유행하는 복고 트렌드를 반영한다. 기호에 따라 왕관이나 금색 헤어밴드를 추가하면 금상첨화. 티아라는 공주들이나 하는 것이니 던져 버려라.

수퍼맨의 사촌누이이자 연인으로 등장하는 수퍼걸은 버전에 따라 흰색이나 하늘색 톱, 빨간색과 파란색 스커트를 갈아 입는다. 까딱하면 스쿨걸 룩으로 차려입은 치어리더처럼 보일뿐더러, 스커트 신경 쓰느라 춤추기도 불편하다. 클러빙하기 편하도록 빨간 가오리 셔츠와 은색 레깅스로 변형했다. 이번 크리스마스엔 리츠칼튼 호텔 ‘에덴’과 클럽 ‘헤븐’의 크리스마스 파티가 재미있을 거란 첩보. 거기서 원더걸스를 만나더라도 놀라지 말 것.

‘차도녀’ 배트걸스

캣우먼(1940)의 ‘드레스 캐주얼’+배트우먼(1956)의 ‘칵테일’

[사진]무슨 일이 있어도 검은 옷을 고수하는 캣우먼과 배트우먼은 ‘차도녀’ 컨셉트를 소화해냈다. 재킷을 어깨에 걸치는 건 올해의 핫 트렌드.

올겨울 유난히 추운 날씨 속에 ‘차가운 도시 여자(차도녀)’ 컨셉트가 대유행이다. 수퍼 헤로인계에도 차도녀가 있다. 캣우먼과 배트우먼이다. 죽자고 검은색 옷만 입고 다니는 그대의 핏줄 속에도 박쥐나 고양이의 DNA가 흐르고 있을지 모른다. 개성을 드러내는 걸 두려워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파티에서조차 검은 옷을 입어줘야 멋진 줄 안다. 시상식 드레스가 하나같이 검은색이어서 가뜩이나 비슷하게 생긴 연예인들이 구분이 안 되더라는 얘기도 있고, 어느 파티의 드레스코드가 ‘블랙 타이’라고 했더니 모두들 상복을 입고 왔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굳이 검은 옷을 고집하겠다면 한 가지만 기억하자. 디테일이든 컬러든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는 것.

악녀였다가 배트맨의 협조자로 변신한 캣우먼의 드레스코드는 ‘드레스 캐주얼’. 사무실 복장 같은 ‘비즈니스 캐주얼’을 화려하게 발전시킨 것이다. 바지를 입을 수 있지만 청바지는 절대 안 된다. 캣우먼 특유의 섹시한 멋을 살리기 위해 가죽 팬츠와 뷔스티에를 입고, 스팽글 브라 톱과 재킷으로 포인트를 줬다. 박쥐 날개 같은 클러치는 스타일의 화룡점정. 파티룩에서 클러치는 드레스 다음이다.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액세서리로, 지갑·휴대전화·명함·립글로스가 들어가는 사이즈면 된다.

[사진]파워퍼프걸의 악동 버터컵도 언니들 노는 데 빠질 수 없다.

크리스마스 트리로 변장하고 클럽 입구로 들어섰다.배트우먼은 게이라고 오해받던 배트맨의 성적 정체성을 증명하기 위해 등장한 캐릭터. 한데 2000년대 들어 그 자신이 최초의 레즈비언 수퍼 헤로인으로 리뉴얼됐다. 배트우먼의 드레스코드는 ‘칵테일’이다. 이른 저녁에 열리는 스탠딩 파티를 위한 것으로 남성은 슈트와 타이 차림, 여성은 ‘칵테일 렝스’라고 불리는 무릎 길이 드레스를 입어야 한다. 한쪽 어깨를 드러낸 오블리크 디자인에 네크라인을 보석으로 장식한 드레스를 골랐다. 빨강머리 배트우먼을 상징하는 빨간 입술과 클러치가 포인트다. 옭이 굵은 그물 무늬 레깅스는 평소라면 절대 입지 못할 테지만 파티에선 괜찮다.

보너스트랙

깜찍한 파워퍼프걸(1995)+섹시한 실크스펙터(1987)

만화를 바탕으로 영화로 발전한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파워퍼프걸은 TV 출신이다. 인기 애니메이션을 DC에서 코믹북으로도 만든 것. 나중엔 위기에 처한 원더우먼과 수퍼맨을 구출하는 에피소드에도 출연했다. 초록색 캐릭터인 ‘버터컵’은 세 명의 컬러풀한 수퍼 유치원생들 중에서 가장 심술 궂은 말괄량이다. 한데 이번에는 자신의 색깔을 살려 크리스마스 트리를 자청했다. 온통 초록색으로 치장하고 귀에는 ‘미러볼’을 달고 나타난 것. 크리스털을 촘촘히 박은 아이패드와 아이폰이 오너먼트처럼 반짝였다.

[사진]속을 알 수 없는 실크스펙터는 파티장에서도 상념에 잠겼다. 닥터 맨해튼과 나이트 아울 중 오늘의 파트너는 누구?

‘왓치맨’에서 그나마 가장 정상적인 캐릭터였던 실크스펙터는 복잡한 내면세계를 지녔다. 엄마에 이어 2대 실크스펙터로 살면서도 정상적인 가정을 이루기를 꿈꾸고, 살림을 차려서는 수퍼 헤로인으로서의 인생을 그리워하는 것. 이소룡 트레이닝복을 변형한 것 같은 노란색 보디슈트에 가터벨트 차림으로 남성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만화 속에서도 ‘닥터 맨해튼’과 ‘나이트 아울’을 오가며 사랑을 나눴다. 수퍼 헤로인 파티엔 뷔스티에를 길게 늘인 미니 드레스에 골드 클러치를 들고 참석해 고급스러운 섹시미를 표현했다. 언더웨어계의 대세로 떠오른 가터벨트는 침대에서만 입자.


촬영협조 IP 부티크 호텔(www.ipboutiquehotel.com)·스페이스 꿀(www.choijeonghwa.com, 장소), 네스트 바이 유양희(헤어·메이크업), 타임·발맹·닐 바렛·릴리젼·비지트 인 뉴욕(의상), 에르메스·쥬시 꾸뛰르·백 투 에스·애피타임·알레시 by 갤러리 어클락(시계·액세서리), 입생 로랑·발맹·앤 소피 백 by 피플 오브 테이스트(www.peopleoftastes.com, 클러치), 샤넬·보테가 베네타·나인 웨스트·더 슈·헬레나 앤 크리스티(구두), 크리스토그라프(크리스털 IT 디바이스), 르 스타일(www.lestyle.co.kr, 패브릭 스타일링), 조이파티(www.joyparty.co.kr, 파티용품), 유노 스타일즈(www.junostyles.com, 컵케이크), 뺨(www.ppyam.com, 미러볼) 

이진주 기자 [meganews@joongang.co.kr]
권혁재 기자 [shotgun@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10.12.15 00:29 / 수정 2010.12.15 1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