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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기타

젊은 디자이너들의 요람 두타 챌린지존

“취업 대신 창업해 월 3000만원씩 벌어요”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지하에 위치한 ‘두체(두타 챌린지존)’가 젊은 디자이너 양성소로 자리 잡고 있다. 두체는 젊고 유망한 벤처 디자이너들이 입점하는 공간이다. 현재 지하 매장의 절반인 약 1355㎡(410평) 공간에 45명의 디자이너들이 입점해 있다. 이들은 매년 실시하는 두타 벤처디자이너콘퍼런스의 입상자이거나 디자인 관련학과 졸업자들로 자신의 브랜드를 보유한 신진 디자이너들이다. 두체의 디자이너들은 실험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며 매출이 두타의 다른 매장보다 평균 20% 이상 많을 정도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 3월 두체에 입점한 조준혁 씨(26)와 우진원 씨(27)는 경희대 의상학과 동기. 디자이너로서 진로를 모색하던 이들이 4학년을 앞둔 겨울방학 동안 인턴을 했던 곳은 LG패션이었다. 인턴을 하면서 일도 배웠지만 무엇보다 눈여겨본 것은 사내 분위기였다. 구성원들이 직위에 따라 무슨 일을 하고, 어떤 문화를 형성하는지를 지켜본 이들은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했다. 조 씨는 “기업에선 창의적인 것을 만들기보단, 당장 돈이 되는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급여나 근무환경이 나쁘진 않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창업에 나섰다”고 전했다.

막상 창업을 하겠다는 방향을 잡았지만, 자본금도 없고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이들에게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졸업을 앞두고 이들이 주력한 것은 공모전이었다. 이미 한국복식학회가 주최하는 차세대패션크리에이터 공모전에서 입상했던 조준혁 씨는 두산이 주최하는 두타 벤처디자이너콘퍼런스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친구인 우진원 씨도 은상을 수상해 단 2명을 뽑는 은상을 사이좋게 나눠 가졌다. 은상은 150만원의 상금이 수여되면서 두체에 입점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수상자는 보증금과 입점비가 면제되고, 둘째 달부터 임대료를 납부하는 방식이다. 일단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에겐 처음으로 자기 매장에서 일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이렇게 입점한 이들의 월매출은 어느 정도일까. 올해 3월 입점한 조준혁 씨는 20~30대 여성 직장인을 겨냥한 패션으로 월 25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중에서 직접 운영하는 두체 매장에서의 매출이 월 1500만원이고, 에이랜드(A-LAND) 등 다른 매장에 납품해 발생하는 매출이 월 1000만원가량이다. 우진원 씨도 비슷하다. 우 씨는 20대 여성캐주얼복을 판매해 두체 매장에서 월 13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고, 별도로 다른 매장에 납품해 월 1000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자신만의 특색 있는 매장을 운영하는 젊은 디자이너도 있다. 엘리펀트우먼(Elephant Woman)을 운영하는 최종주 씨(30)는 주로 빅사이즈 의류를 제작해 판매한다. 최 씨는 2006년 두타 콘퍼런스 입상자로 2007년 두체에 입점해 현재 월 3500만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그가 디자인한 옷은 국내뿐 아니라 프랑스, 홍콩, 대만 등의 편집숍에서도 주문이 밀려오고 있다.

두체는 99년부터 150여명의 디자이너를 배출했다. 이 중에는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디자이너도 있다. 지난해 전 세계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30만유로의 상금을 놓고 겨뤘던 망고 패션어워즈의 우승자 이진윤 디자이너(32)도 두체 출신이다. 이진윤 디자이너는 2000년 제2회 두타 벤처디자이너콘퍼런스에서 대상을 수상해 두체에 입점했다. 이때 만든 파티청바지를 국외에 수출하기도 했다.

전창수 두타 마케팅팀 차장은 “99년 설립 이후 두타는 5년마다 전면 개편을 하고 있다. 첫 개장 시 1400여개에 달했던 매장은 현재 540여개로 줄였고, 젊고 감각 있는 신진 디자이너를 영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산타워는 모기업인 (주)두산이 100% 출자한 회사로 지난해 51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까지 매출액은 425억원이고, 전국에 매장은 동대문점 하나뿐이다.

[윤형중 기자 hjyoon@mk.co.kr]

기사입력 2010.12.10 08:53:43 | 최종수정 2010.12.10 18:47:57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85호(10.12.15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