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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가치있는 경험’을 디자인합니다

패션 스마트폰 ‘엑스10미니’ 만든
김동규 ‘소니에릭슨’ 선임디자이너  
 

“스마트폰의 겉모양이 서로 닮아가면서 디자인 차별화 요소는 줄어들고 있지만, 오히려 디자이너의 비중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소니에릭슨 스웨덴 본사의 김동규(35·사진) 선임디자이너는 5일 서울에서 만나 “제품 디자인의 개념이 바뀌고 있으며, 디자이너가 다뤄야 할 영역도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단순히 보기 좋게, 아름답게 제품 형태·색깔·포장 등 조형적 콘셉트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 주는 고유의 경험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소니에릭슨에서 일하는 유일한 한국인 디자이너로, 최근 국내 출시한 ‘엑스페리아 엑스(X)10 미니’를 디자인해서 올해 독일 레드닷 디자인상, 유럽영상음향협회 최우수제품상 등을 휩쓸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디자인컨설팅회사 컨티넘의 서울지사에서 근무하다가 2007년 유럽의 전시회에 출품한 작품을 본 소니에릭슨의 스카우트를 받았다.

김씨는 “세계 최소형 스마트폰인 엑스10 미니는 여성과 청소년을 겨냥한 패션형 스마트폰으로, 처음부터 엠피(mp)3의 콘셉트로 고안했다”고 밝혔다. 음악 듣기나 메일 확인 등 일부 기능을 주로 사용하는 한정된 계층을 겨냥해 엠피3 기능 등을 강화하고 크기를 줄이면서 생생한 컬러를 도입한 게 특징이다.

그는 북유럽 디자인 회사들의 다양성과 창의성 존중 문화도 소개했다. 소니에릭슨은 의도적으로 김씨처럼 다양한 나라에서 디자이너를 채용해, 그들로부터 다양한 가치를 끌어내도록 애쓴다. 디자이너들은 많지 않지만 20여개 나라에서 모여들었다. 채용할 때도 다양한 배경을 갖춘 이들을 뽑고자 비디자인 전공자도 선발한다. 북유럽 대학에서는 디자인 전공 입시를 치를 때도 드로잉 실기가 아니라, 특정 주제를 제시하고 3일간 고민해 이를 시각화하라는 식의 문제를 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씨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게 디자인 업계의 상식이지만, 인간은 기능적 존재가 아닌 감성적 존재라는 점도 강조했다. 디자인이 너무 감성적이지도, 기능적이지도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디자인은 영국 하인처럼 없는 듯이 존재하다가 필요할 때만 나타나는 존재여야 한다”는 게 디자이너들이 공유하는 믿음이라고 소개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기사등록 : 2010-11-05 오후 09: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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