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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손가락이 마우스다, 목소리가 키보드다

점점 쉽고 편해지는 첨단 디지털 기기

HP가 내놓은 ‘터치스마트 300 올인원PC’. 키보드를 따로 놓지 않아도 돼 공간활용이 용이하다. [HP 제공]

할리우드 공상과학영화 ‘아바타’에는 투명한 대형 태블릿 PC인 ‘노트패드’에서 화면을 끌어오는 손짓으로 콘텐트를 전송하는 장면이 있다. 또 다른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허공에 스크린을 만들어 손으로 자료를 검색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이런 첨단 디지털 기기 조작 방법들이 잇따라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애플 ‘아이패드’나 삼성전자 ‘갤럭시탭’ 등 태블릿PC의 확산으로 키보드 대신 터치만으로 조작하는 입력장치들은 대중화 단계로 들어섰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은 요즘 정보기술(IT) 기기에 음성 인식을 기본 기능으로 속속 탑재하고 있다.

#복잡한 버튼이 사라진다

애플의 ‘매직 트랙패드’

IT 관련 회사에 다니는 이선아(26·여)씨는 출근하면 데스크톱PC를 켠 뒤 키보드보다는 화면 쪽으로 손가락을 먼저 향한다. 비밀번호를 입력할 때 키보드보다는 터치 화면을 사용한다. 그의 HP ‘터치스마트 300 올인원PC’는 모니터에 키보드 모양의 입력장치가 뜬다. 이씨는 “모니터와 본체가 하나로 합쳐져 있는 데다 터치 방식으로 입력하면 키보드를 놓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 PC에는 입력기능을 최적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소프트웨어(SW) ‘HP 터치스마트3.0’이 탑재돼 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누르며 자료를 넘길 수 있고, 그림도 화면에 직접 그릴 수 있다. 멀티 터치기능도 있어 스마트폰처럼 두 손가락으로 화면의 내용을 확대하거나 축소해 볼 수도 있다.

최근 국내에 선보인 애플의 ‘매직 마우스’는 스크롤을 위한 휠이나 볼이 없지만 멀티 터치기능을 이용해 화면을 자유자재로 스크롤할 수 있다. 이미지를 돌리는 것은 물론 확대나 축소도 가능하다. 또 페이지 넘기기도 두 손가락을 마우스 위에 올려놓고 좌우로 이동하면 된다. 디지털 기기의 터치 기능이 인기 있는 이유는 조작이 쉬워서다. 한국HP 최동섭 차장은 “디지털 기기는 어렵다는 선입관을 없애 줄 뿐 아니라 복잡한 버튼들이 필요 없어 디자인이 세련돼진다”고 말했다.

#음성만으로 인식한다

다음이 개발한 스마트폰 음성인식 프로그램

최근 스마트폰에는 음성으로 입력하는 기능이 속속 적용되고 있다. 구글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구글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이하 앱)에 음성인식 기능을 기본으로 넣고 있다. 영어·일본어·프랑스어 등에 이어 한국어 음성검색 서비스를 출시했다. 음성으로 질의어를 말하면 구글 서버에 접속해 검색 결과를 찾아 다시 스마트폰으로 전송한다. MS도 검색엔진 ‘빙(Bing)’에 음성인식 기술을 추가했다. 국내 업체로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음성인식 기술을 가장 먼저 선보였다. 최병엽 검색본부장은 “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연구해 온 음성검색 원천기술을 활용해 음성검색 인식률을 90%까지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게임기인 ‘닌텐도DSi’에도 마이크를 이용한 음성인식 기능이 있다. 사용자 목소리를 녹음한 뒤 목소리 높낮이와 속도 등을 조정해 아기 목소리나 코믹한 앵무새 음성 등 다양한 목소리로 변형할 수 있다.

#다양해지는 입력 방식들

모니터에 터치센서가 장착된 소니의 ‘바이오P’

소니의 노트북PC ‘바이오P 시리즈’는 모니터의 좌우 하단에 터치 센서를 장착했다. 두 손으로 노트북의 모니터를 들고 이동하면서 엄지손가락으로 터치센서를 이용해 커서를 움직이거나 클릭할 수 있다. 노트북의 기울임을 인식하는 엑셀로러미터 센서도 있어 전자책의 페이지 등을 기울임만으로 넘길 수 있다. 노트북을 세우면 스크린에 나타나는 화면들도 수직방향으로 바뀐다. 동작 인식 장치를 사용하는 태블릿 디지털펜도 있다. 국내 벤처기업인 펜앤프리에서 만든 ‘듀오(Duo)’는 펜을 모니터 위에서 움직이면서 모든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특히 그림을 그려 넣거나 기초적인 디자인을 하는 데 편리하다. PC와 연결한 펜과 한 세트인 수신기를 화면이 아닌 종이나 평평한 물건에 설치해 쓸 수도 있다. 애플이 기존 마우스의 대체품으로 내놓은 ‘매직 패드’는 손가락을 이용해 PC 화면을 조작할 수 있다. 손가락을 패드 위에서 위아래로 움직여 스크롤하고, 두 손가락을 벌리거나 화면 내용을 오므려 확대·축소한다.

펜앤프리에서 만든 태블릿 디지털펜 ‘듀오’

문병주 기자 [byungjoo@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10.11.02 00:28 / 수정 2010.11.02 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