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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기타

자연에서 영감을 얻을 뿐 내 디자인에 정해진 룰은 없다

프랑스의 감성 플로리스트 카트린 뮐러
 
그녀의 꽃다발은 즐겁다. 하나로 묶여 있지만 표정이 다양하다. 강렬한 컬러들은 서로 충돌하지만 그 자연스러움이 보는 이를 미소 짓게 한다. 프랑스의 인기 플로리스트 카트린 뮐러(33)의 예술적인 꽃다발 ‘오트 쿠튀르 부케’다. 빅토리아 시대부터 지난 100년을 주도해온 영국식 꽃꽂이의 정형화되고 규범적 디자인에 대한 도전이랄까. 국내에서도 10여 년 전부터 정착된 이 같은 영국 스타일에서 벗어나 더욱 자유롭고 감성적인 프렌치 스타일이 최근 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 카트린 뮐러는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플로리스트 중 하나다. 그녀는 꽃들이 가진 서로 다른 질감과 컬러의 대비를 통해 꽃들이 다양한 표정과 향기를 뿜어내며 자신의 가치를 뽐내도록 이끈다. 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 양성기관인 까사스쿨에서 개설 중인 ‘카트린 뮐러 전문가 과정’의 특강을 위해 내한한 그녀를 만났다.

-최근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다는 당신 스타일의 특징은 뭔가.
“나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부케를 만든다. 인공적 액세서리를 피하고 아이비 넝쿨이나 잎사귀, 나뭇가지 등 자연 소재를 이용해 생명이 느껴지게끔 한다. 플라워 아트의 기본적 모양은 동그란 볼 모양, 삼각형 등이지만 나는 그런 일반적인 규범을 탈피해 나만의 자유로운 아이디어로 디자인한다. 강렬한 컬러를 충돌시키는 것이 자연스럽고 또 즐겁다.”

-자연 소재를 중시하는 것은 일본의 이케바나 등 동양 꽃꽂이와도 맥락이 닿는 것 같다. 한국에서 3년간 활동하면서 동양적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지.
“동양 꽃꽂이는 굉장히 어려운 플라워 아트다. 많은 철학을 담고 있어 나는 매우 존경한다. 그러나 내가 학생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은 나의 플라워 디자인에는 ‘룰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자유로움을 중시한다. 내 디자인에 어떤 제한이나 경계를 두고 싶지 않다. 그래서 타인의 디자인이나 남의 문화는 참고하지 않는다. 그저 자연 자체의 모습에서 컨셉트를 얻을 뿐이다.”

-꽃은 모든 여성의 관심 대상이고 많은 여성이 플로리스트를 꿈꾼다. 당신은 어떤 점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플로리스트가 됐나.
“나는 모든 이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다양한 스타일을 구사한다. 세련된 사람에게는 오트 쿠튀르 부케로 어필하며 소박한 사람에게는 가드닝스타일을 만들어준다. 나는 원래 프랑스의 플라워스쿨에서 학생들에게 일반 꽃꽂이를 가르쳤다. 그때 만난 사람들을 통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다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모든 사람의 마음에 담길 수 있는 다양한 스타일을 연구했고, 각자의 성격이나 목적에 따라 다른 스타일을 가르쳤다. ‘자기에게 가장 아름답고 유니크한 것’을 만드는 것이 내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아름다움은 대중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꽃 장식은 아름답지만 생명이 너무 짧아 안타깝다. 시들고 나면 대형 쓰레기로 변하는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꽃에서 생명을 느끼고 싶다. 꽃이 죽어가는 과정 또한 아름다움의 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 꽃이 시들면서 색의 변화, 질감의 변화, 향기의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데, 그 모든 변화 과정이 그 자체로 생명의 주기다. 나는 그것을 다만 존중할 뿐이다.”

-까사스쿨에 당신의 코스를 개설한 지 1년이 지났다.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 여성들은 이해가 빠르고 꽃을 다루는 데 있어 신중하고 감수성이 풍부하다. 프랑스인이 자유로운 면이 강하다면 한국인들은 집중력 있게 내 스타일을 빨아들이고 또 그것을 스스로의 스타일로 조합시켜 나가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다. 한국에서의 코스를 마치고 고급과정 실습을 위해 파리를 방문한 학생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 준비해온 모습에 깜짝 놀랐다. 더 잘 준비한 이들에게 더 좋은 교육을 해줄 수 있다.”

-날이 많이 추워졌는데, 추운 겨울 실내 분위기를 따스하고 훈훈하게 만들어줄 꽃 장식라면.
“우선 색깔부터. 청명하고 진한 느낌의 밝은 형광초록과 자줏빛, 그리고 보라색을 조합하거나 진한 와인색과 그린색으로 묶을 것을 권한다. 모두 강한 색깔들이지만 즐거운 충돌이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정제된 형태는 딱딱하고 차가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반기는 느낌을 줄 수 없다. 가든 스타일로 느슨하게, 팔을 활짝 벌린 듯한 풍성한 느낌으로 만든다면 추위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 

중앙 Sunday |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ang.co.kr, 사진 까사스쿨 제공 | 제191호 | 20101107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