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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시각

'아트 마케팅'의 진화

기업 브랜드 알리면서 작가도 홍보 윈윈전략
미스터피자, 신진작가 공모전등 진행
신세계百, 에코백에 유명작가 이미지
삼익악기는 '작품 입은' 피아노 제작

조상인기자 ccsi@sed.co.kr

미디어작가 이이남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상작품으로 만들었고 이는 삼성전자의 수출용 TV 모니터에 담겨 삼성의 수출망을 통해 세계무대로 진출하고 있다.

젊은작가 지원에 적극 나선 미스터피자는 최근 문을 연 '마노핀 g-카페'의 벽을 사석원 등 작가 작품으로 채워 기업 이미지를 높이면서 작가를 알리는 후원사업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미스터피자의 정우현 회장은 지난 주말 통의동의 한 식당에서 젊은 작가 5명과 머리를 맞대고 앉았다. 함께 자리한 5명은 '하트 그림'으로 유명한 강영민, 아파트 등 도시풍경을 그리는 정재호, 한지에 건물을 그리는 권인경, 레고 인형을 그림에 등장시키는 배주, 천에 바느질을 한 후 색을 칠하는 홍명화 등이다.

정 회장은 이들을 위해 장흥 아뜰리에에서 1년간 작업할 수 있도록 후원을 결정했다. 이들 중 홍명화는 미스터피자의 머핀 브랜드 '마노핀'의 머핀 포장상자를 만들기로 했다. 동시에 중국ㆍ미국ㆍ베트남 등지에 매장을 내고 있는 미스터피자의 해외 가맹점망을 이용해 한국의 작가들을 세계에 알릴 방법을 찾아보자는 의견도 나왔다.

기업의 상품이 작품의 예술적 이미지를 입고 협업하는 '아트 마케팅'이 진화하면서 최근들어 기업의 브랜드 전략은 물론 작가 알리기의 홍보지원까지 겸한 윈윈 전략으로 발전하고 있다.

미스터피자는 머핀 카페 '마노핀 g-café'와 함께 신진작가 공모전도 진행한다. 가나아트갤러리가 참여한 작가지원 프로젝트로 오는 24일까지 신진작가를 공모한 뒤 대상 1명과 최우수상 1명에게는 각각 1,000만원, 500만원의 상금, 장흥아틀리에 1년 작업의 혜택이 주어진다. 우수상 3명에게도 상금 300만원과 작품 전시 기회가 주어진다.

올해 개점 80주년을 맞은 신세계백화점은 우수 고객에게 증정하는 친환경 에코백을 제작하면서 젊은 작가 문성식 씨의 신작 이미지를 가방에 싣기로 했다. 신세계 측은 몇 명의 작가에게 '신세계백화점 본점 건물의 역사성'이라는 주제로 작품 제작을 의뢰했고 제한 경쟁방식을 거쳐 문 씨를 낙점했다.

문 작가는 2005년 최연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작가로 유명하며 진지한 작업세계로 호평받고 있다. 그의 작품이 담긴 에코백은 다음달 중 출시되며 판매되지는 않고 일부 고객에게 증정된다.

신세계백화점 미술팀 강성은 큐레이터는 "이전에 중견작가 황영성의 작품 이미지를 빌려오거나 패션 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에코백을 제작한 경우는 있지만 이번처럼 기업이 직접 작가를 선정하고 의뢰해 신작을 사용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삼익악기는 김민수 부사장의 제안으로 '작품을 입은' 특별한 피아노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은 다음 겹쳐 붙이는 콜라주 작업으로 유명한 장승효 작가는 고유의 작업 방식을 피아노 제작에 접목해 화려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중국 작가 리진은 최근 입국해 14일부터 인천 삼익악기 공장에서 피아노 제작에 돌입했다.

인도네시아 작가 존 펫은 현지에서 피아노를 만들어 한국으로 보내줄 계획이다. '작품이 된 피아노'는 작가별로 1점씩만 제작해 한정판으로 판매된다. 작업 과정과 그 결과물인 피아노는 오는 11월 1일부터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미디어 작가 이이남은 삼성전자 '파브' 등 TV 모니터의 화면송출용 이미지로 자신의 영상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전시장이 아닌 곳에서도 다양한 대중과 친근하게 만날 수 있고 기업 수출망을 통해 널리 외국에까지 작품을 선보일 수 있으니 고맙고 흥미로운 기회"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입력시간 : 2010/10/14 18:2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