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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기타

코리안 디자인 프로젝트 ⑦

코리안 디자인 프로젝트 ⑦ 서울대 의류학과 대학원생들이 재해석한 ‘규장각’

코리안디자인프로젝트는 ‘한국의 정체성을 담은 디자인’. 코리안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한국 예비 디자이너들의 미션입니다. 세계가 코리안 디자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요즘, 예비 디자이너들에게 창의적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그들이 창작한 작품들을 매달 한 번씩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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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와 노방 위에 담다, 난·선비·책·기와 …
 

이달의 주제는 ‘규장각’이다. 조선시대 최고 연구기관을 패션으로 재현하라는 미션에 서울대 의류학과(패션디자인) 대학원생 8명이 도전했다. 굳이 규장각을 꼽은 데는 이유가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대 캠퍼스 안에 있는 규장각(사진)은 방대한 고서를 보관·전시하고, 이를 끊임없이 연구하는 기관이다.

또 건물도 과거의 규장각 모습에 현대적 건축 양식이 조화로운 게 특징이다. 이렇게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공간이 규장각이다. 결국 이번 미션의 본뜻은 이렇게 양 시대가 공존하는 모습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서양의 대표적 소재인 실크와 한복의 대표적 소재인 노방을 엮어 동양과 서양을 연결 지었다. 거기에 묶기·엮기 등 표현기법에서까지 ‘공존’의 의미를 살려냈다.

글=이도은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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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에 참여한 미래 디자이너들
당장 길거리에 입고 나가도 부담 없는 옷 만들고 싶었죠

“규장각이라고 콕 짚어주니 오히려 어려웠어요.” 문재윤(29)씨가 예상 밖 얘기를 했다. 보통 졸업 작품전·공모전에선 ‘동양과 서양의 만남’ ‘모더니티 한국’ 등으로 광범위하게 주어지던 주제가 ‘규장각’으로 한정됐기 때문이란다. 8명 모두 ‘한국적 디자인’이면서도 더 좁아든 주제를 어떻게 풀지 막막했다. 7월 초부터 꼬박 방학을 반납한 이유다.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초점

이번 작품들은 예전 팀들과 크게 달랐다. 당장 길거리에 입고 나가도 괜찮을 만큼 ‘웨어러블(입을 수 있는)’ 옷들이 대부분이었다. 예비 디자이너 특유의 관념적인 작업이 아니었다. 장지선(31)씨가 이유를 설명했다. “기존 디자이너들의 옷을 보면서 우리 스스로도 궁금해하죠. ‘저건 어떻게 입지?’ 라고요. 이번 작업에선 그 괴리감부터 없애고 싶었어요.” 이유진(27)씨도 공감했다. “한국적 디자인을 기성복 느낌으로 만들면 좀 더 친근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죠.”

무엇이 한국적인가

‘정말 한국적인 게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은 예전부터 있었다. 교수님들 중엔 이를 화두로 꺼내는 경우도 많았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 고민을 좀 더 깊숙하게 할 수 있는 기회였다. 원누리(26)씨는 “전통과 꼭 맞물려야 하는지, 한복 소재를 꼭 써야 하는지 등의 강박관념을 작업하면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찬란(25)씨는 “외국인의 시각에서 한국적인 것을 찾는 행위 자체도 충분히 한국적”이라고 덧붙였다.

규장각을 알리는 옷

학생들에게 규장각은 가깝지만 먼 존재였다. 박사 과정에 있는 김인혜(27)씨조차 “고서가 쌓인 옛날 도서관만 떠올라 패션으로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심했다”고 털어놨다. 대부분 규장각 안에 무슨 자료가 있는지조차 깜깜했다. 권기림(25)씨는 아예 규장각이 학교 안에 있다는 것조차 처음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렇기에 옷이 완성돼가면서 보람을 느꼈다. 미적인 부분만 추구하는 디자인이 아니라 조상들의 정신을 담은 옷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소진(25)씨는 “우리처럼 규장각이 생소했던 일반인들도 옷을 통해 친근하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권혁재 기자 [shotgun@joongang.co.kr] 
[중앙일보]  2010.09.15 00:19 입력 / 2010.09.15 00:19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