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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시각

‘리뉴얼의 음모’…포장지 바꾼 아이스크림 700원서 1000원

식음료 시장에 제품을 리뉴얼하면서 가격을 크게 올리는 얄팍한 상혼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유통매장에 상표 디자인을 살짝 바꾸거나 용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가격을 변칙 인상하는 리뉴얼 상품이 봇물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통가 일각에선 리뉴얼 출시되는 식음료나 주류 등이 하반기 식탁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우려가 높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용량을 변경한 뒤 가격표를 바꿔라=오리온은 10월부터 500원 하는 36g짜리 ‘핫브레이크’를 40g으로 늘리면서 가격을 700원(40%)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600원짜리 ‘투유’ 초컬릿도 용량을 25g에서 28g으로 키우면서 가격을 16.7% 높아진 700원으로 바꿀 예정이다. 주 원료인 카카오와 설탕 등 원재료 가격이 올랐다는 게 오리온이 가격을 올리려는 이유다.

매일유업은 얼마 전 ‘앱솔루트 명작’과 ‘앱솔루트 궁’을 리뉴얼하면서 가격을 각각 12.2%, 5.6% 올렸다. 빙그레도 최근 막대형 아이스크림 ‘메로나’의 가격을 그대로 둔 채 용량을 90㎖에서 80㎖로 줄였다. 이로써 사실상 11%의 가격인상이 적용된 셈이다.

음료나 주류도 용량을 변경하면서 슬그머니 가격표를 바꿔치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코카콜라음료는 얼마 전 콜라를 300㎖ 미니 사이즈로 리뉴얼한 1000원짜리 ‘미니코크’를 출시했다. 이는 100㎖당 333원으로 140원 하는 1.5ℓ 페트병(2100원) 콜라보다 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수석밀레니엄의 ‘골든블루 12’는 용량을 500㎖(출고가 2만4057원)에서 450㎖(2만3221원)로 축소하면서 가격을 7.2% 높였다. 디아지오코리아의 ‘윈저’도 리뉴얼을 통해 7%의 가격인상 효과를 꾀한 바 있다.

▶성형미인(?)으로 변신한 뒤 몸값 올리기=기존 제품의 포장용기나 상표 디자인을 살짝 바꾼 뒤 가격을 올려받는 성형미인(?)도 러시다. 실제 국내 유명 아이스크림업체인 롯데삼강의 ‘돼지바’는 포장재의 디자인이 바뀌면서 700원 하던 가격도 덩달아 1000원으로 조정됐다. 롯데삼강의 ‘보석바’도 내용물이 살짝 바뀐 뒤 가격표가 700원에서 1000원으로 변경됐다.

이에 앞서 오리온은 지난 5월에도 ‘닥터유 고단백 영양바’와 ‘닥터유 99칼로리 시리얼바’를 각각 ‘닥터유 과일담은 뷰티밸런스바’와 ‘가벼워지는 99바’로 이름을 바꾸면서 700원에서 1200원으로 300원 비싸졌다. 샤니와 삼립식품 등은 얼마 전까지 600원에 팔던 ‘스위트 패스츄리’ ‘크림빵’ 등의 빵을 리뉴얼한 뒤 100원 오른 700원을 받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원재료 상승 등에 따른 경영난 타개를 위해 상품값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사회적 비난을 우려해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리뉴얼 신상품은 가격인상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데다 기존 유명 제품의 명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마케팅 기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최남주 기자/calltaxi@heraldm.com
헤럴드경제 | 2010-10-06 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