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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직업이 뭡니까? 아이트래커요!

직업이 뭡니까? 아이트래커요!
모션캡쳐 감독·유튜브 매니저… 사이버 이색직업 속속 등장

넥슨 스튜디오에서 김덕영 모션캡쳐 감독이 새로운 게임에 대한 모션캡처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스튜디오에서 특수 복장을 착용하고 게임 주인공의 액션 동작을 촬영하는 모션캡쳐 감독. 인터넷 홈페이지 디자인에 따라 이용자 시선이 어느 쪽부터 향하는지 분석하는 아이트래커. 유튜브에서 인디밴드를 알리는 유튜브 매니저 등.

디지털 시대 사이버 이색직업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10년 전에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았던 직업이 디지털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직업으로 탄생한 것이다.

최근 서울 역삼동 넥슨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덕영 모션캡쳐 감독(31). 그는 애니메이터, 촬영감독의 역할을 모두 혼자 소화해내고 있다. 모션부터 영상까지 직접 제작하고 촬영하며 편집해서 게임의 주인공이 사실감 있게 동작을 할 수 있도록 1인 멀티태스킹을 하고 있다.

모션캡쳐의 대표적인 사례는 영화 '반지의 제왕'의 골룸. 배우 앤디 서키스가 골룸의 움직임을 직접 실연한 뒤, 이를 컴퓨터그래픽으로 창조해낸 골룸에 생명을 불어넣어 큰 화제가 됐다. 최근 인기를 얻은 영화 '아바타'의 나비족 역시 모션캡처기법을 통해 완성됐다.

"대학 때 꿈이 경찰이어서 간부후보생으로 지원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10년 전 과격하게 운동하다가 십자인대가 끊어졌어요. 당시엔 태권도, 합기도가 총 4단이었고, 쿵후랑 우슈도 배우고 있었는데...결국 꿈을 접어야했죠."

김 감독은 2001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인천시립대에 애니메이션 특기적성으로 입학, 그림을 배우면서 그림에 들어갈 액션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보통 게임사에는 모션을 제작하는 애니메이터가 있고, 영상제작 담당자가 따로 있는데 김 감독은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을 2D에서 3D로 변형하기도 하며, 게임 속 주인공이 더 실감나게 넘어지고 움직일 수 있도록 특수한 복장을 착용하고 자동 카메라 앞에서 직접 촬영, 편집까지 한다.

NHN 아이트래킹 연구 센터에서 연구원들이 시선분석과 관련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NHN 본사의 장진덕 책임연구원(35)은 사내에서 아이트래커로 통한다. 아이트래킹은 인터넷 창에서 사람들이 어떤 위치와 색상에 눈이 먼저 가고, 어디에 시선이 가장 오래 머물러있는지를 연구하는 신기술이다.

아이트래킹 장비가 국내에 처음 도입된 1995년. 당시 대학원 연구 조교로 프로젝트를 담당하던 장 연구원의 담당 교수가 1억6,000만원짜리 장비를 들여왔다. 사이버시대에 디자인,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최첨단 장비를 가까이 둔 덕분에 그는 현재 국내 최고의 아이트래킹 전문가가 됐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법. 장 책임연구원은 "프로젝트 수행 당시 장비에 대한 지식이 없어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다행히 아이트래킹으로 유명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 찰스 클리프턴 교수의 자문을 얻으면서 조금씩 배워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사람들은 보통 F자로 시선이 움직인다고 하는데, 이 사실은 포털 검색이나 광고 등 모든 웹페이지 배치에 가장 중요한 분석 자료로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아이트래킹을 분석하는 장비는 1대 가격만 4,000만원을 호가하며, 최근 NHN이 검색 페이지를 전면 개편하는 데도 아이트래커의 분석 자료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조수광(39) DFSB 대표는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내에서 '인디 매니저'로 불린다. 평소 인디밴드 음악을 좋아하지만, 일부 마니아들의 음악으로 치부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고.

그러던 중 그는 폴 포츠 같은 무명가수를 하루 아침에 세계적인 인기스타로 만드는 유튜브의 위력을 실감하고 이를 십분 활용키로 했다. 이에 그는 인디밴드들의 곡을 영어, 한국어로 번역해서 유튜브에 나르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업을 확장해 국내 가수들의 특화한 맞춤형 공연기획 및 연출, 해외 홍보를 하면서 디지털 음원도 책임지고 있다.

조수광(왼쪽) DFSB 대표는 유튜브 내에서 인디 매니저라는 독특한 직업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조 대표는 "실력있는 가수들의 음악을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듣고,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바람으로 유튜브에 방송 채널을 만들어 시작했다"면서 "유튜브 광고로 얻는 수익금은 가수들에게 전달하며, 6월부터는 실시간 라디오도 만들어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현주기자 korearu@hk.co.kr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입력시간 : 2010/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