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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헤럴드포럼>세계 도시들, 디자인 서바이벌 게임중

헬싱키·파리·밀라노…
디자인이 미래 키워드
우수 연구소 등 지원확대
서울도 경쟁력 높여야

지난달 말 서울을 떠나 헬싱키와 파리, 밀라노 등 디자인을 도시의 고부가가치 산업의 핵심 키워드로 삼고 있는 유럽의 도시를 찾았다. 이번 방문은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도시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이자 ‘디자인 서울’의 비전과 철학을 벤치마킹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2010년 서울에 이어 2012년 세계 디자인 수도(WDC)에 선정된 핀란드 헬싱키는 이미 디자인을 산업뿐 아니라 정치와 사회, 경제에 활용하고 있었다.

헬싱키는 디자인에 대한 선진적인 인식으로 패션, 소재, 유리제품, 가구 등의 부문에서 유럽 디자인을 이끌어 왔으며, 세계적인 디자인 거장 알바 알토(Alvar Aalto)를 배출하고 IT 선도기업인 노키아를 탄생시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리에서는 복합문화시설인 퐁피두 센터와, 생활가구 등 디자인 제품의 국제박람회인 메종오브제를 방문했다.

프랑스 정부는 연간 1500억원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퐁피두 센터에 예산의 75%를 지원하는 등 디자인을 국가의 중점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그 결과 디자인을 비롯한 예술 및 문화 관련 전시를 통해 연간 55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세계적인 명소로 키워냈다.

퐁피두 센터의 성장은 서울시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큰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해마다 1월과 9월에 열리는 메종 오브제는 코엑스 8배 규모의 면적에 세계 3500여 기업, 10만여명의 기업인이 참가하는 제품 디자인 전시회로, 올해 행사에는 서울시의 지원으로 34개 기업의 아이디어 제품이 전시돼 서울의 디자인 제품을 세계에 소개하고 있다.

이 메종 오브제의 전시장에서 이 시설과 전시가 파리뿐 아니라 프랑스 그리고 더 나아가 세계의 경제와 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패션의 도시 밀라노는 유럽의 전시, 박람회의 최대 중심지 중 하나로, 세계 최고 수준의 디자이너 양성 기관이 밀집한 곳이다. 도무스 아카데미와 베네통 파브리카는 산ㆍ학 연계를 통한 교육기관으로서 미래의 촉망받는 디자이너들에게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다. 연간 3200만원의 비싼 수업료와 까다로운 입학기준에도 불구하고 도무스 아카데미에는 매년 약 20~30%의 한국인 학생들이 진학해 디자인을 배우고 있다.

이런 디자인 교육 인프라는 밀라노가 디자인 도시로 나아가는 기반이 됐음을 알 수 있었고, 서울에도 동대문디자인연구소 등에 이러한 세계적 디자인 전문교육기관의 유치가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꼈다.

유럽의 도시들은 ‘디자인’이라는 도구와 에너지로 미래 경쟁력을 나날이 높여가고 있다. 디자인의 필요성과 그 우선순위에 대해 치열한 논쟁이 있지만, 거대도시 서울이 살아남는 길은 디자인, 문화, 예술 등을 기반으로 혁신을 추구하는 것임을 확신했다.

서울은 2010년 세계 디자인 수도로 인정받을 만큼 디자인에 투자를 해왔다. 그 결과 최근에는 유네스코 디자인 창의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울시는 도시 간 디자인 서바이벌 게임에서 승리할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이제 서울은 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진정한 세계 디자인 수도, 유네스코 디자인 창의도시로 새롭게 태어나게 될 것이다.

헤럴드경제 | 2010-09-15 1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