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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도시디자인 탐사단이 지적한 ‘광주’

인도 위 승강장 없애세요 계단에 경사로 놔주세요…
 

인도의 대부분을 차지한 버스승강장. 한 탐사단원은 승강장의 크기를 줄이는등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광주시 제공] 
 
“공사장에 설치된 가림막 하나에도 미적 요소를 담아야 한다” “인도(人道)를 점령한 버스승강장 때문에 통행이 불편하다”

광주시민들이 도심 공공·민간시설을 이용하거나 시내를 다니면서 느끼는 불편 사항은 무엇일까. 광주지역 건축사와 디자인 전공 대학생, 가정주부 등 49명으로 꾸려진 ‘빛고을 도시디자인 탐사단’이 7월 15일부터 8월 말까지 도심 곳곳을 둘러봤다. 무등도서관·각화농산물도매시장·비엔날레전시장·민속박물관에서부터 공원에 설치된 벤치·버스승강장·보도블록·가로등·공중전화부스·안내표지판 등이 그 대상이었다.

탐사단은 안전시설이 없는 맨홀·어린이 놀이터, 불결한 휴식공간, 부서진 채 방치된 벤치, 휠체어 통로도 없는 공공시설 등 우리가 생활하면서 자주 접하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것들을 많이 꼬집어냈다.

북구지역을 돌며 탐사했던 건축사 박신남(43·여)씨는 연제동 연제호수공원에 대해 자전거 도로가 없어 자전거가 보행자 도로를 침범하고 배수로 근처에 안전 난간이 없어 어린이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장애인 편의시설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가 매우 부족하다고 느꼈다”며 “문제가 발생한 뒤 고치기 보다는 건물을 짓거나 공원을 조성할 때부터 불합리함을 줄여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역 이용객들이 오르내리는 계단은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경사로가 없어 장애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광주시 제공]
 
보행의 불편함을 지적하는 탐사단원이 많았다. 대학생 박모(25)씨는 “버스승강장이 인도 중간에 있거나 자동차가 인도에 진입하는 것을 막는 볼라드가 없어 보행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었다”며 “쉘터형 버스승강장의 크기를 줄여 사람 통행이 쉽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산구 첨단지구에서 활동한 이모(25)씨는 “쌍암공원의 경우 파고라 페인트가 벗겨졌으며, 휴지통은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 또 인도 폭이 갑자기 좁아지거나 인도에 내놓은 각종 적치물 때문에 걷기가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광주의 관문인 광주역 일대 환경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았다. 대학생 김모(22·여)씨는 “광주역에 있는 상징조형물과 관광안내도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있는 데다 내용도 부족하다”고 보고서에 썼다. 그는 “또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인근 도로가 불법 주·정차 차량들도 넘쳐난다”고 지적했다.

또 양모(23·여·전남대 건축학과)씨는 “보통 역이나 공항 인근에는 관광 안내와 버스 노선 등이 자세히 표시돼 있는데 광주역 앞에는 관광지 표시만 있지 대중교통 이용 안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탐사단원들이 제출한 도시디자인의 문제점과 개선점에 대해 15일 발표회를 가진 뒤 분야별로 시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정윤 광주시 디자인정책담당은 “공공시설물의 불편하고 불합리한 부분을 고치기 위해 탐사단을 꾸리게 됐다”며 “내년에는 도시디자인 관련 전문가들도 참여시켜 권역 별로 가로환경 문제점을 점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지호 기자
[중앙일보] 2010.09.09 00:23 입력 / 2010.09.09 00:23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