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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airy T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티셔츠  airy T


'후'하고 불면 날아가버릴 것 같고, 햇빛 아래에선 피부까지 투명하게 비칠 듯하고, 해파리처럼 미끈하고 보드랍게 흘러내리는 티셔츠. 그야말로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티셔츠를 옷장 속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쌓아두어야 할 때!

세상에서 가장 부담 없이 쇼핑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은 티셔츠라고 생각해온 고정 관념을 여지없이 박살낸 톱 디자이너들의 티셔츠들. 발맹을 비롯한 패션하우스에선 스터드 팔찌에 걸리기만 해도 금세 망가질 것 같은 얇은 티셔츠에 섬세한 체인을 달거나 구멍을 송송 뚫어 100만원대로 가격을 껑충 올렸다. 놀라운 건 디테일이나 가격뿐만이 아니었다. 스타일링에 있어서도 다채로운 역할을 할 수 있는 티셔츠의 선택 폭도 넓어졌다. 특히 면, 레이온, 나일론, 리넨 등이 황금비율로 어울린 시스루처럼 얇고 투명한 티셔츠는 사무실에서는 물론 이브닝 파티에서도 돋보일 만한 아이템. 이제 티셔츠는 mt를 떠나기 전 백팩에 두세 벌씩 꼭 챙겨 넣는 대상이 아니라, 실크 블라우스의 자리까지 넘볼 수 있는 미묘하고 섬세한 대상이 되었다. 바야흐로 티셔츠의 신세계가 활짝 펼처지고 있는 것!

자, 오늘의 주인공인 슈크림처럼 보드랍고, 속옷과 겉옷의 경계를 넘나들며, 물방울이라도 튀면 사르르 녹아내릴 것만 같은 '공기 티셔츠'들을 만나보자. 지난달, 디자이너 김재현의 블루 슈에뜨 런칭 파티에서도 행어에 걸린 트렌치코트나 마린 재킷만큼이나 관심이 집중되었던 건 '공기 티셔츠'였다. 스타일리한 배우 채정안이 가장 먼저 골라 든 것 역시 알록달록한 해골 올빼미가 프린트된 시스루처럼 투명한 화이트 티셔츠. "예쁘죠? 얇은 티셔츠야말로 여자들을 날씬하게 만들어주는 아이템이죠. 레깅스는 물론 여성스러운 스커트에 매치해도 색다른 분위기를 더할 수 있으니까요." 가죽 느낌의 레깅스에 프린트 티셔츠를 매치한 채정안과 대화를. 나누던 김재현이 설명했다. "투명한 티셔츠를 입으면 여성들의 보디라인이 더 돋보이는데, 이때 한 사이즈 큰 티셔츠를 선택하면 효과가 크죠." 그녀 역시 가죽 하렘 팬츠나 풀스커트 등 전혀 다른 느낌의 하의 위에 투명한 티셔츠를 매치하곤 한다.

'T 바이 알렉산더 왕' 라인을 런칭한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 역시 얇고 투명한 티셔츠로 주목 받았다. 그는 자신만의 느낌이 살아있는 티셔츠를 연출하기 위한 색다른 방법을 제안한다. "다음날 입을 티셔츠를 입고 잠자리에 들어요. 그럼 아침에 딱 제가 꿈꾸는 티셔츠의 느낌이 완성되죠. 티셔츠가 몸을 감싸는 느낌이 아니라 그 안에서 함께 숨쉬는 느낌이 들어야 해요." 아닌 게 아니라 그의 우윳빛, 연회색 브이넥 티셔츠는 햇빛을 자연스럽게 흡수하며 쇼핑욕구를 자극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은근하게 안이 내비치는 이 티셔츠들을 입을 땐 새로운 패셔니스타 에린 와슨처럼 여러 개의 목걸이를 레이어드 해도 좋고, 자연스럽게 한쪽 어깨 라인을 드러내거나, 양쪽 소매를 마구 접어 올려도 좋다.

보디빌더처럼 건장한 몸 위에 얇은 티셔츠를 즐겨 입는 디자이너 릭 오웬스도 도산 플래그십 스토에에서도 꿈결같은 아스라한 티셔츠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도톰한 질감이 살아있는 가죽 재킷고 ㅏ보드라운 모피 코트를 만지작거리다가 우연히 손에 닿은 티셔츠는 습자지처럼 얇고 투명해 당장 머리를 그 속에 쏙 넣고 싶어질 정도다. 어디에 팔을 넣고 목을 넣어야 할지 아리송한 티셔츠들도 걸려 있다. 온라인 멀티숍 '네타포르테'에서 읽은 그의 조언이 떠올랐다. "하나의 티셔츠로 만족하려 하지 마세요. 스타일별로 여러 벌 구입해 레이어링해야 제 맛이죠." 분더숍에서도 티셔츠 레이어링의 재미에 푹 빠진 고객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Y's부터 가레스퓨에 이르기까지 전혀 다른 컨셉의 티셔츠 두 장을 양 손에 들고 수채 물감을 섞듯이 색감을 확인하는 그들. 또 10 꼬르소 꼬르모에서도 면과 나일론을 섞은 보드라운 소재에 멀티 컬러로 나염해 색감을 살린 오프닝 세레모니, 톱 셀레브리티들의 스타일리스트 출신인 안드레아 리버만으 A.L.C 등 다양한 브랜드들의 얇고 투명한 티셔츠를 만날 수 있다. 10 꼬르소 꼬모 홍보팀은 티셔츠 쇼핑에 있어서 만큼은 나이의 경계가 전혀 없다고 덧붙인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이 티셔츠를 구입하고 있죠. 과감한 컨셉의 쇼 의상은 감상만 하더라도 티셔츠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으니까요."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티셔츠의 향연은 곳곳에서 펼쳐지는 중이다. 7개의 단추가 완두콩처럼 일렬로 장식된 바슈의 긴팔 티셔츠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얇고 가볍다. 피팅룸에서 티셔츠 소매에 팔을 끼우는 순간, 동화 속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속이 훤히 비치는 옷을 입은 기분이 들 정도. 이런 티셔츠엔 이너로 비슷한 소재에 길이가 약간 다른 긴 톱을 매치하면 자연스러운 레이어링이 완성될 것이다. 매 시즌 새로운 프린트 티셔츠를 선보이는 프라다 또한 얇은 흰색 무지 티셔츠를 꾸준히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세 장으로 구성된 패키지가 10만원대로 판매되고 있으니 꽤 솔깃한 쇼핑 정보 아닌가!). 100% 리넨 소재로 시원하기 까지 한 베네통 티셔츠, 무인 양품에서 선보이는 보트넥, 브이넥 등 다채로운 네크라인의 티셔츠 역시 시스루처럼 얇은 티셔츠의 스펙트럼을 넓혀준다. 이 경우 각기 다른 컬러와 사이즈로 두 장씩 구입해 레이어드를 하는 것도 좋지만, 블레이크 라이블리 처럼 브라가 내비쳐도 신경 쓰지 않는 무심한 애티튜드도 필요한 듯.

내 체형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공기 티셔츠'선택을 마쳤다면, 다음은 어떻게 그 수명을 늘리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다. 마스크라는 개봉 후 6개월, 선크림 1년, 아이섀도 2년. 그렇다면 티셔츠의 유통기한은? 티셔츠는 관리에 따라 그 수명이 고무줄처럼 달라지는 아이템이다. 아무리 아끼고 사랑하는 티셔츠라도 얇고 투명할수록 더 짧아지게 마련이니까. 디자이너들이 하나같이 권하는 방법은 손빨래와 드라이 클리닝. 찬물에 약간의 울샴푸를 넣고 손으로 조물조물 빨아서 그늘에 뉘어 말리거나, 아예 전문가에게 관리를 의뢰하라는 뜻. '공기 티셔츠'야 말로 재킷과 함께 매치하면 오피스 룩으로, 비키니 톱 위에 걸치면 리조트웨어로, 골드 스팽글 스커트에 플랫폼 샌들과 매치하면 파티웨어로도 변신할 수 있으니 그만한 정성을 쏟을 가치가 있지 않겠나!

<VOGUE Korea>2010년 06월호 
* 자세한 내용은 <VOGUE> 2010년 06월호에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