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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이젠 ‘디자인’을 마신다

생수·맥주병 쥐기 쉽게 우유병은 패션음료처럼…

식음료 시장에 ‘디자인 경쟁’이 불붙었다. 해외 유명 산업 디자이너가 병 디자인에 동원되고, 가볍고 손에 쥐기 쉬운 용기 디자인이 부쩍 강조되고 있다. 매년 100여 종의 신제품이 나오는 음료 시장에서 음료 자체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마케팅만으로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는 지난 3월 출시한 생수 ‘오·EAU’(프랑스어로 ‘물’이란 뜻·사진①)의 병 디자인을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인 카림 라시드에게 맡겼다. 병 디자인이 나오는 기간만 약 1년이 걸렸다. 물방울을 형상화한 병 모양은 패션 소품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그 덕분에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하루 평균 2만여 개가 팔린다. 노르웨이 생수 브랜드 보스는 유명 패션 디자이너인 닐 크래프트가 병을 디자인했다.

서울우유는 지난 6월 출시한 프리미엄 저지방우유인 ‘스타일리스트’(사진②)의 디자인을 우유가 아닌 패션음료 느낌이 들도록 했다. 우유를 외면하는 젊은 여성이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각의 전형적인 우유 패키지 대신 아랫부분은 둥글고 윗부분은 사각형 모양으로 각이 지도록 한 것이 특징. 현재는 하루 평균 9만여 개(200mL 기준)가 팔리는 등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파나블루의 생수 브랜드 ‘슈어’(사진③)는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 제품은 출시 전 3개월 동안 20~30대 여성 300명을 대상으로 물병을 쥐어보게 한 끝에 가장 좋은 그립감을 주는 것으로 평가받는 물결무늬를 병 디자인에 적용했다. 최근 하이트맥주가 출시한 신제품 맥주 ‘드라이피니시d’(사진④)의 병은 기존 제품보다 허리 부분을 날씬하게 하고 병의 어깨 부분은 약간 튀어나오도록 했다. 한 손으로 쥐기 쉽도록 고안한 것이다. 이 회사 이규철 상무는 “외국 제품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병 디자인”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오츠카는 지난달 출시한 제로칼로리 사이다인 ‘나랑드 사이다’(사진⑤)의 제품 포장 겉면에 푸른색 갈매기를 그려 넣었다.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의 조너선 리빙스턴처럼 차별화된 제품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친환경 추세에 맞춰 용기 무게는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코카콜라사는 지난 6월 종전 제품보다 페트병 무게를 22%나 줄인 초경량 페트병 제품인 ‘휘오 순수’(사진⑥)를 출시했다. 이 제품의 병 무게는 14g(500mL 기준)으로 기존 제품 포장보다 4g 더 가볍다. 물을 마신 다음에는 페트병을 쉽게 구기거나 비틀 수 있어 쓰레기의 부피를 줄이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출시 이후 두 달간 소매점 판매량이 기존 제품의 전년 동기보다 50%가량 늘었다.

광동제약도 최근 자사 비타민 음료인 ‘비타500’(100mL·사진⑦)의 유리병 무게를 127g에서 119g으로 낮춰 폐기물 부담금을 매년 4억원가량 줄일 수 있게 됐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중앙일보] 2010.08.21 01:04 입력 / 2010.08.21 01:06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