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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생활 속에 숨어 있는 재미있는 디자인 이야기

우리 주변 디자인 다룬 '디자인 극과극' 출간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서울은 '세계 디자인 수도'로 선정돼 여러 관련 행사를 열고 있고 서울에는 디자인위원회도 생겼다.

하지만 한켠에서는 지금의 디자인 열풍 속에는 '진짜 디자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디자인 극과 극'(학고재 펴냄)은 '왜 이렇게 생겼지?' 하고 생각할 틈도 없이 온갖 이론과 이름을 붙여대며 한쪽 방향으로만 끌고 가는 디자인 신드롬은 "도무지 재미없다"고 생각한 디자인 칼럼니스트 현시원이 쓴 책이다.

비상구 표시 같은 거리의 사물과 선풍기, 콘돔, '몸빼바지' 등 일상용품 속에 숨어있는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발랄하고 위트있게 들려준다.

지금과 같은 빨간색 우체통이 등장한 것은 1982년부터다. 1884년 개성에서 처음 등장한 우체통은 옅은 갈색이 그대로 살아있는 구멍 뚫린 나무통이었고 이후 1957~1982년까지는 윗부분은 붉은색, 아래는 녹색이었다.

소주병도 원래 녹색은 아니었다. 1924년 출시됐던 최초의 소주병은 두툼한 갈색병이었다. 당시 소주병의 색이 갈색이었던 이유는 당시 기술로서는 갈색 병밖에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책은 이밖에도 계산대 옆에서 고객을 유혹하는 '츄파춥스'의 현란한 포장이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의 디자인이라는 것, 약국 간판은 왜 꼭 '약'이라는 글자 하나만을 쓰는 것인지, 지나치기 쉽지만 우리 일상 속 가까이에 있는 사물들의 디자인에 눈을 돌린다.

저자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주저하지 않고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우체통의 역사를 되짚은 저자는 '왜 하필 빨간색'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우정사업본부에 전화를 걸고,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왜 항상 타탄체크 목도리만을 고집하는지를 알려고 앙드레 김 사무실의 여직원에게도 전화를 걸어 확인한 내용을 친절하게 들려준다.

책은 디자인뿐 아니라 미술 분야까지 종횡무진 오간다. 중국집 철가방 이야기를 하며 조각가 안규철이 하얀 날개 모양으로 만든 작품 '그 남자의 가방'에 대한 이야기를 곁들이고 육영수 여사의 올림머리 스타일과 빅뱅의 멤버 지 드래곤의 모히칸 헤어스타일을 비교하면서 김홍도의 '큰 머리 여인'을 떠올리는 식이다.

저자는 "부풀어 오를 대로 부푼 디자인의 거품을 걷어내고 작은 호기심으로 사물들에게 말을 걸었다"며 "너무 커다란 디자인 이야기는 제쳐두고 우리 삶과 함께 하는 일상용품에 주목했다"고 말한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기사입력 2010-07-27 0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