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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글로벌 기업들의 제품 디자인을 엿봤더니…


25세 어린 나이에 디자인 회사 프로그를 설립한 하르트무터 에슬링거(66)가 책 ‘프로그’를 통해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을 이끌 수 있었던 디자인 중심 혁신 전략을 털어놓았다.

프로그는 애플의 디자인 모토인 ‘스노 화이트 디자인 언어’를 만들었다. 이밖에 소니, 루이뷔통, 루프트한자, 아디다스 등 글로벌 기업의 디자인을 담당하며 그들의 성공에 공헌했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어떤 기업이 성공하고 망하는지를 알게 됐다.

2차 세계대전 시기에 태어난 독일인 하르트무트가 들려주는 성장이야기를 통해 디자인 중심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던 그만의 방법을 알 수 있다. 또 그와 함께 작업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55), 소니의 오가 노리오(80), 루이뷔통의 앙리 라카미에(1912~2003) 등 리더들이 왜 성공할 수 있었는지를 말하고, 좋은 상품과 창조적 혁신 전략을 구별하는 법을 설명한다. 하르트무트 에슬링거 지음, 강지희 옮김, 248쪽, 1만4000원, 부즈펌

[서울=뉴시스] 김혜선 인턴기자 end0@newsis.com
| 기사입력 2010-07-2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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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디자인의 방향을 기획한 업체, 프로그  
 
하르트무트 에슬링거 지음 / 강지희 옮김 / 부즈펌

상류층 여성에서 매춘부까지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다는 루이비통 가방. 이 가방이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전 세계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루이비통의 디자인이다. 그렇다면 루이비통 가방의 브라운과 골드 색상, LV 이니셜, 별과 꽃 모양의 모노그램 캔버스는 누가 만들었을까. 이 디자인을 만든 회사가 바로 독일의 디자인회사 프로그디자인이다.

프로그디자인의 대표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예술적 감각이 비즈니스 시장에서 어떤 성공을 가져올 수 있는지 다룬다. 제품 구상부터 디자인업체와 협력을 통해 디자인을 제품에 적용하는 과정까지 담은 이 책은 디자인 중심 전략을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애플, 디즈니, GE, MS, 모토로라는 왜 프로그의 조언을 얻고자 안절부절못하는 것일까. 창의적 디자인은 비즈니스 성공의 필수 요소다. 하지만 틀에 박힌 업무 시스템을 갖춘 대기업들은 대부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갖기 힘들다. 저자는 “창의적인 에이전시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기업은 프로그의 문을 두드린다”고 말한다.

곳곳에 등장하는 내부자들만 알 수 있는 대기업들의 비밀도 재미있다. 83년 애플 이사회는 스티브 잡스를 해고하고 존 스컬리를 CEO로 임명했다. 저자는 “존 스컬리는 애플의 핵심 인력을 평범한 인력으로 대체했고, 창조성을 방해하는 결정을 일삼았다. 당시 실적은 스티브 잡스가 만들어놓은 성공의 결과였다”고 기록한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CEO들의 사생활이나 성공하기 이전 이야기는 이 책이 주는 색다른 즐거움이다. 저자는 그가 같이 일했던 CEO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책의 곳곳에 풀어놨다. “1982년 스티브 잡스를 처음 만났을 때 그의 티셔츠는 허름하기 짝이 없었다. 나의 티셔츠도 허름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웠지만, 그의 티셔츠는 내 티셔츠보다 허름했다.”

한편 번번이 꿈이 좌절되는 아픔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에게도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디자인대학 시절 그는 디자인 공모전에 ‘시계 라디오’를 출품한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디자인이 비현실적이라고 혹평하며 시계 라디오를 공중으로 던져버렸다. 참고로 라디오를 들으며 시간을 볼 수 있는 시계 라디오는 오늘날 대중적인 상품이 됐다.

“시대착오적인 그들의 심사 덕분에 저는 ‘기존 디자인 세계의 틀을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69호(10.08.18일자) 기사입니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