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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기타

[DT 시론] 기업 성장의 힘 `컨버전스 디자인`

김철중 경희대 국제경영대학 국제학부 겸임교수
큐더스 파이낸셜서비스그룹 파트너

얼마전 연일 언론에 이노베이션의 선구자로, 금세기 최고의 경영자로 주목을 받던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한번의 기자회견으로 유저를 포함한 많은 이들의 구설수에 올라있다. 은퇴후 병마를 이겨내고 제기를 한 후, 아이팟으로 출발 아이폰ㆍ아이패드, 그리고 아이폰4G까지 그의 이노베이션 실행력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그러나 아이폰4 출시 후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수신불량 문제를 해명하기 위해 자청한 기자회견은 그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그것이 해프닝으로 끝나던 아니던, 잡스 개인에게나 애플사에게는 적지않은 충격이 예상된다.

단순한 제품의 기술적 결함으로 볼 문제인가? 기업의 이노베이션 관점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노베이션에 관한 이론은 1931년 경제학자인 조셉 슘페터가 발표한 `경제발전의 이론'에서 처음 제기되었다. 우리가 흔히 이노베이션이라 함은 제품지나 기술지에서 거론되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슘페터 이래 1990년대 이후의 이론에 있어서도, 이노베이션을 조직지나 고객지의 관점에서 보는 견해가 중요시 되고 있다.

이번 아이폰4의 경우도 단순한 제품의 기술적 결함이 아니고, 애플의 경직된 조직이나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단절 문제 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스티브 잡스가 이미 알고 있었던 문제를 묵과했다는 설, 조직이 관료화가 되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형식적으로 수행했다는 설 등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부각보다는 고객지나 조직지 관점에서의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의 결여를 큰 원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스티브 잡스 자신이 애플사는 항상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서 노력해 왔다고 연설하였으나, 이번의 위기대응은 기술에 한정된 이노베이션이라는 생각이 든다.

슘페터는 건전한 경제는 결코 정적 균형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노베이션을 통해 끊임없이 수급균형이 파괴되어 발전한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그는 기업가의 용기있는 노력에 의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시장을 일시적으로 독점한 경우에야 이노베이션이 일어나고, 그 성공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이고 새로운 경쟁에 도전하지 않으면 경제는 발전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반대로 기업은 성공하여 대기업이 되면 곧 균형과 안정을 추구하고 점차 조직화, 관료화 되어간다. 성공우량기업의 실패를 다룬 크리스텐슨의 저서 `이노베이션의 딜레마'도 성공기업의 우수한 경영 자체가 실패를 가져온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근래에 경험한 도요타자동차의 사태가 이를 잘 반증하는 사례일 것이다. 소니가 가라앉고 삼성이 부각된 근본적인 이유도 이노베이션의 딜레마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즉 현대기업은 끊임없는 이노베이션을 실행하지 않으면 조직의 유연성을 잃고 관료화되기 쉽고, 고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아이디어를 회사가치와 연결시키는 활동이 급격히 줄어든다. 또한 기술지, 제품지 관점에서의 이노베이션 뿐 아니라 조직지, 고객지 관점에서의 이노베이션을 실행하는 창조적인 융합형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20세기 초의 슘페터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끊임없는 이노베이션 사고와 창조하는 실행을 하는 기업은 `네오 슘페터' 시대를 리드해 나갈 수 있다. 이러한 지속적인 이노베이션 사고와 창조적 실행의 실질적인 방법론은 무엇인가? 그것은 디자인경영이라 일컬어지는 프로세스의 다면적인 미적 통합으로 표현될 수 있다. 자동차 전성시대를 열었던 포드사가 T생산시스템을 통해 같은 모델의 자동차를 대량생산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면, GM이 컬러부서를 설치하고 자동차에 다양한 색깔을 입히는 초기 디자인의 개념을 도입하여 최초의 고객과의 소통채널을 만들게 되었다. 지금은 이러한 상품에 화장을 하는 1차원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기술개발(R&D)단계에서 최종 패키징, 그리고 심지어 애프터서비스 단계에까지 디자인의 개념이 도입되고 있다. 이러한 각 프로세스의 통합도 일종의 컨버전스 디자인으로 볼 수 있다.

디자인경영을 통해 창조적 이노베이션을 사고하고 실행하는 기업은 커머디티화(상품의 일용품화)시대에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고, 이런 기업들은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돌발적 위기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타임스 | 입력: 2010-07-25 2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