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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우리 시대의 좋은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

▲ 도쿄 록본기 힐스의 경사지 도로변 유니버설 디자인. 경사면을 고려하여 계단과 어울리게 접근로를 디자인하고 점자블럭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휠체어나 유모차가 경사면으로 흐르지 않고 멈출 수 있도록 계획한 것이 경사면이 많은 제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늘날 우리는 급속한 과학문명의 발달에 따른 혜택으로 풍족한 생활을 누리게 되었으나 그 이면에는 문명의 이기로 인한 교통사고나 재해로 장애를 겪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또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노인도 늘고 있다. 이러한 장애를 제외하고도 우리들은 살아가는 동안 일시적인 장애를 갖게 되거나 장애인과 같은 상황을 맞게 되는 경우가 있다.

최근 이러한 우리의 다양한 환경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보편적인 디자인원리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 주목받고 있다. 보편성(universality)에 초점을 두고 모든 사람들에게 장애 없는 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은 누구나 다 불편함이 없이 자유로이 안전하게 접근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개념의 디자인 원리이다.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이 우리의 생활환경에 도입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인, 고령자가 일상생활을 자유롭게 하기 위한 디자인, 즉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개념에서 진행돼 오다 1980년대 들어 미국 건축가이자 공업디자이너인 메이스(R. Mace)에 진화된 개념의 용어로 처음 사용됐으며,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이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게 됐다.

국내에선 1997년에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으며, 2000년대에 들어서야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에 입각한 디자인들이 선보이게 됐다.

현재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장애인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격리 설치되어 있는 장애인 전용시설이 장애인으로 하여금 일반인과 통합하여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더욱 박탈하는 모순을 유발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다양한 각도의 장애인 통합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그에 비해, 국내의 장애인 편의시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의 모두 특별히 취급돼 구분되거나 격리돼 설치됐으며, 이는 장애인의 편의를 도모하는 측면보다는 활동을 제한하는 장애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에 보건복지부에서에서는 대상시설별로 편의시설을 설치할 경우엔 장애인 전용주차 구역을 제외한 모든 편의시설은 장애인과 일반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특히 화장실의 경우 별도의 장애인 전용화장실로 설치하지 말고 남녀별로 일반 화장실을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설치하되, 휠체어 사용자 등 장애인이 이용가능한 대변기가 설치되어 있는 곳에는 안내표지를 부착하도록 했다. 이는 장애인에게 편리한 시설은 모두에게 편리한 시설이며, 장애인만을 위한 별도의시설이 아니고 모두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시설이라는 것이다.

이제 유니버설 디자인은 안전도시와 건강도시, 그리고 국제자유도시 조성의 면모를 갖춰야 할 제주도가 공공디자인을 추진해 나감에 있어 기본적으로 수용해야 할 디자인의 원리가 돼야 한다.

<이인호 제주산업정보대학 인테리어디자인과 교수>  
 
김현종 | tazan@jejunews.com   
ⓒ 제주일보(http://www.jejunews.com) | 2010.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