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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한국인, 디자인 절도범?

'짝퉁 공화국'

[아시아경제 박지선 기자]

2012년 봄·여름 패션 트렌드를 보여주는 '서울패션위크'가 진행 중이다. 디자이너들은 평균 6개월, 길게는 1년 전부터 20여분간 진행될 쇼를 위해 많은 준비를한다. 디자인의 독창성과 쇼의 완성도에 따라 디자이너의 위상은 달라진다.

한때 외국 패션쇼에 한국인은 입장 불가였다. '한국인이 도둑질하러 온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유명 브랜드 디자이너들은 외국 쇼를 관람 후 디자인을 베껴 자신의 것인냥 매장에 선보여왔다.

디자이너는 쇼를 준비하기 위해 수개월간 노력한다. 독창적인 디자인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패션에서의 '베끼기'는 특별할 것도 없다. 대부분의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브랜드는 유명 디자이너의 쇼가 끝나면 인기 디자인을 복제해 일주일 안에 전세계 매장에 공급한다. 저렴한 소재를 활용하거나 과한 장식은 배제한 채로.

디자인이 절대 힘을 발휘하는 세상이다. 기아자동차는 '디자인 경영'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였다. 삼성과 애플이 각을 세우는 이유 중 하나는 디자인이다.

창작의 세상에서 복제(=표절)는 파렴치한 행동으로 인식된다. 창작물을 빌려올 때는 로열티라는 것을 내거나 디자인 소유자에게 허락을 받아야한다. 이는 상식이다. 외국의 인기 방송 프로그램 형식을 몰래 베꼈다가 소송에 휘말린 사례도 있다.

그렇다면 복제품 (이하 짝퉁)을 소비하는 이들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가? 짝퉁 범위는 헤아릴 수 없이 넓다. 옷, 가방, 만년필, 시계, 반지, 목걸이, 가구... 자신이 구입한 것이 짝퉁인지 모를 정도로 여전히 대한민국은 짝퉁 공화국이다.

최근 백화점에서 의미심장한 안내문을 봤다. 몇몇 브랜드 입구에 “디자인 도용을 위해 구입 후 반품하는 행위를 금합니다”라고 써있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유명한 액세서리 디자이너 중에 쇼윈도에 아무것도 전시하지 않았던 분이 있다. 짝퉁이 퍼지는게 싫었던 것이다. 오만해 보일 수도 있으나 많은 디자이너들이 공감을 표했다.

한 명품 브랜드의 관리자는 “짝퉁이 결국 우리 브랜드 홍보해주는 거라 생각하고 맘 편히 먹어요. 더이상 한국에서 짝퉁 문제를 운운하는게 무의미한 것 같아요”라고 한숨을 쉰다.

짝퉁 소비를 비난하기 전에 짝퉁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것을 만들고 소비하는 일이 왜 나쁜지를 알아야한다. 브랜드, 소위 명품 브랜드는 디자인을 만들고 지키고 홍보하기 위해 오랜 시간 연구하고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고 엄격한 품질 관리를 거친다. 메이드 인 코리아 디자인이 있어야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건에는 가격이 있다. 그 가격에 따라 합리적인 소비를 해야한다. 무조건 비싸게 가격을 책정하고 신제품 출시 후 며칠만 지나면 세일을 하거나 점포마다 가격이 들쭉날쭉이어도 곤란하다.

‘00처럼 만들어주세요. 00 브랜드 신상 짝퉁 입고 됐나요?’는 정당화 될 수 없다. 코코샤넬은 ‘모방은 흠모를 표현하는 최고의 방법’이라했다. '흠모해서 디자인을 베꼈는데 뭐가 잘못이냐'고 오히려 큰소리는 치는 이들이 있다.

역사 깊은 브랜드는 고유한 정체성을 확립시키고, 이를 발전시키고 알라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한다. 디자인 경영이 우리 손에서는 안되고, 해외 디자이너를 영입해야 성공하는 이유도 이 때문인 것 같다. 외국인 눈에 여전히 우리는 디자인 도둑일 수 있다.

박지선 기자 sun0727@

최종수정 2011.10.20 13:44기사입력 2011.10.20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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