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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재구의 미술이야기>동양화는 일제 명칭, 한국화가 맞다

일본제국주의는 과거 45년 동안 한국을 강점하며 경제적 수탈뿐 아니라 한국 문화와 민족 혼을 말살시키려 했다. 한국에 대한 식민지 정책은 가장 포악무도하고 악랄했으며 문화정치로의 전환을 표방하면서도 문화와 교육을 일본의 종속적인 관계로 설정했다. 한국문화를 말살시키는 게 한국민족 말살의 모체라고 판단해 한국말과 문화를 말살하는데 초점을 맞췄던 것이다.

    
이를 위해 강제로 일본어를 배우게 하고 창씨개명을 추진하면서 일본어 사용을 강요했다. 각종 국보급 문화재를 도굴해 일본으로 반입해가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일제는 미술계 까지도 문화말살이라고 하는 칼을 들이댔다. 조선 말기까지는 글씨와 함께 서화로 지칭되던 우리나라의 전통미술을 새로 들어온 서양화와 구분하기 위해 일제는 동양화란 명칭을 쓰도록 강요했다.

서양화와 대응되는 종이나 비단·붓·먹·채색 등 동양의 전통적 재료와 기법 및 이론을 사용해 그려진 동양그림의 일반적 명칭이다. 시대적으로는 1920년대에 일제는 동양화로 쓰도록 했고, 공식적으로는 1922년에 개최된 일제 조선총독부 주체의 제1회 조선미술전람회 때부터 동양화라는 명칭을 강요했다.

1945년 광복 뒤에도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는 동양화라는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지금까지 그렇게 불려지고 있다. 1970년대에 이르러 이 용어가 우리 전통미술의 독자성을 고려하지 않고 강점기에 일제에 의해 붙여진 명칭이라는 비난을 받게 되면서부터 홍익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동양화 대신 한국화로 부르자는 주장이 대두됐다.

전통 미술가였던 김영기 선생은 1971년 ‘나의 한국화론과 그 비판해설’이라는 글을 통해 “동양화라는 명칭이 일제 강점기 때의 잔재사상의 표현으로써 자주독립된 민족의식의 주체성이 없으며 민족문화 예술의 특징을 보일만한 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양화에 대조적으로 말할 때만 써야 할 대칭어이기 때문에 한국화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같은 주장은 당시 민족주체성의 회복과 함께 국적 문화독립성의 확보라는 시대적 사명과 맞물려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1982년부터는 정부산하단체인 문화예술진흥원 주관의 대한민국미술대전 등 각종 공모전과 그룹전에서 동양화 대신 한국화라는 명칭으로 개칭됐다. 1983년 개정된 새 국정교과서에도 동양화대신 한국화로 표기되기 시작했다.

현재 일본은 일본화라고 부르며 중국 또한 전통서화 먹그림을 동양화라고 부르지 않고 중국화라고 부르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동양화라는 명칭보다는 한국화라는 명칭으로 통합해 쓰는 게 맞다. 이런 작은 실천하나가 부끄럽지 않는 민족주체성 확립과 독립국가의 이상 제고를 위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월간미술인 발행인, 한국화가>

기사입력 2011-07-21 08:59:01 | 건설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