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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1971년 고정관념 깬 입식부엌 선보여 지금은 사람 중심 ‘유니버설 디자인’

부엌이 진화하고 있다. 부뚜막 중심의 조리 공간이던 부엌은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 됐다.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주부들이 개성을 표현하는 곳이기도 하다. 1971년 국내 처음으로 입식부엌을 도입한 에넥스 부엌가구를 통해 시기별 부엌가구 트렌드를 살펴봤다.

부뚜막서 벗어나 난방과 조리를 분리

전통 주거형태인 한옥의 부엌은 지금과 달랐다. 거실이나 방과 연결되지 않은 별도의 분리된 공간이었다. 부엌에는 취사와 난방을 위한 아궁이가 있었다. 그 위에 흙과 돌을 쌓아 솥·냄비를 걸어놓고 쓸 수 있는 부뚜막을 만들었다. 한옥이 대부분이던 1970년대 이전 한국 가정의 부엌은 부뚜막 중심이었다. 주부들은 쪼그려 앉아 밥 짓고 음식을 만들었다. 그때는 부엌이 난방을 책임지는 공간이기도 했다.

71년 창립한 오리표(에넥스의 옛 이름)는 한국 주부들에게 입식부엌을 선보였다. 부엌일은 앉아서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허리를 펴고 편하게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난방은 조리와 분리됐고 식탁이 놓이면서 가족들이 부엌에 모이기 시작했다. 70년대 초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의해 아파트와 주택수요가 늘면서 오리표 입식부엌이 널리 보급됐다. 2~3년사이 후발업체가 350개나 늘 정도였다. 오리표는 75년 업계에서 처음으로 KS마크를 획득했고, 78년에는 충북 영동군 황간면에 동양에서 가장 큰 규모의 부엌가구 공장을 세웠다.

80년대 부엌은 한 차례 진화했다. 스테인리스 스틸 물통의 개수대 위주던 부엌에 인테리어 요소가 가미됐다. 주택설계가 다양해져 가정마다 부엌 구조가 달라지면서다. 가스오븐레인지·전자레인지 등이 보급되면서 조리대·개수대·냉장고·식탁 등에 이르는 동선을 중시하는 기능적인 면도 강조됐다.
 
연령·성별·신체조건 달라도 편하게 쓸 수 있도록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부엌은 단순히 요리를 하고 밥을 먹는 곳이 아니라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거실의 기능이 더해져 가족이 모여 대화하고 함께 즐기는 집 안의 생활 중심 공간으로 변했다. 부엌에는 가족 수보다 넉넉한 식탁이 놓였고 가구를 선택하고 배치할 때도 다른 공간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를 따졌다. 컴퓨터가 부엌설계에 이용되면서 한층 개성 있는 부엌을 꾸밀 수도 있게 됐다. 주부의 동선과 치수를 고려해 공간을 과학적으로 구성한 것도 이때부터다. 식기세척기와 같은 부엌용 가전제품을 빌트인(각종 기기나 가구를 건물에 내장하는 공법) 하는 경우도 늘었다.

92년 오리표에서 이름을 바꾼 에넥스는 그해 업계에서 처음으로 색을 입혀 자외선으로 건조한 컬러부엌을 내놨다. 93년에는 버튼 하나로 높낮이를 조절하는 ‘엘리베이션 키친 시스템’ 등 첨단부엌가구도 선보였다.

2000년대에는 유해물질을 줄이고 건강까지 챙겨주는 친환경 부엌이 등장했다. 2006년 에넥스는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는 워터본 소재를 개발해 부엌 전 제품에 적용했다. 에넥스 독점기술로 만든 워터본은 접착제·시너를 사용하지 않고 물로 만든 수성도료를 입히는 방법이다. 접착제를 쓰지 않아 새가구를 설치해도 냄새가 나거나 눈과 목이 따갑지 않다. 가족을 바라보며 부엌일을 할 수 있는 오픈형 부엌이 대중화된 것도 이즈음이다. 책꽂이·TV일체형 가구로 부엌에 거실·서재 기능도 접목했다.

최근에는 온가족이 사용해도 불편함이 없는 유니버설 디자인 부엌이 등장했다. 이는 장애 여부나 연령, 성별, 신체조건이 달라도 누구나 편하게 쓸 수 있는 부엌 디자인을 의미한다. 버튼 하나로 높낮이를 조절하는 테이블, 식탁이나 싱크대의 모서리가 둥근 곡선부엌, 앉아서 일할 수 있는 실버층 부엌 등은 연령, 신체조건에 상관없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쓸 수 있다. 서양식 부엌에 한국 전통 마루를 적용한 좌식부엌도 시선을 끈다. 에넥스 디자인연구소 이용한 소장은 “아파트에서 단독주택, 한옥주택 등 다양한 형태로 주거공간이 변화하면서 부엌가구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사용하기 편한 사람이 중심이 되는 주거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수연 기자 ssy@joongang.co.kr> [브랜드뉴스] 입력 2011.03.07 21:49